효성화학 '부채비율 6000%'로 돌아온 조현준 회장의 베트남 프로젝트
입력 2024.04.23 07:00
    中 덤핑에 베트남 프로젝트發 손실 지속…부채비율 6000%
    올해 만기 차입금 1.6조…NF3 통매각해도 갚을 돈 부족한데
    산업은행 등 대주단에 약속한 조달 방안 성사 여부 불투명
    "자칫하단 워크아웃"…계열 분리 앞둔 시기 판단력 우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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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효성그룹 차원에서 단행한 효성화학의 베트남 프로젝트 손실 위협이 커지고 있다. 효성화학은 올해 1조6000억원 이상의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라 대주단의 걱정도 상당한 분위기다. 이 같은 우려 때문에 특수가스 통매각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왔으나 회사는 소수지분 매각을 고집하면서 대주단 불안만 커지는 형국이다.

      투자업계에선 지난 1분기 말 효성화학의 부채비율이 6000%에 근접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 업체의 덤핑 문제로 베트남 법인 효성비나케미칼 부진이 지속되자 효성화학이 또 한 번 순손실을 기록하게 된 상황으로 풀이된다. 효성비나케미칼은 지난 2년 동안 매해 3000억원 안팎의 순손실을 내며 효성화학의 부채비율을 밀어올려 왔다.  

      조현준 회장이 6년 전 효성그룹 지주 체제 출범과 함께 닻을 올린 대형 프로젝트가 계속해서 그룹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란 평이다. 당시 조 회장이 베트남을 글로벌 전초기지로 지목하며 효성화학이 조 단위 투자에 나선 결실이 효성비나케미칼이었다. 

      작년 3분기 효성비나케미칼 부실로 효성화학 부채비율이 2500%까지 치솟자 ㈜효성을 대상으로 1000억원 규모 영구채를 두 차례나 발행하며 지원을 받았지만 재무적으로 상황이 나아지진 못했다.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진행 중인 삼불화질소(NF3) 사업 분할·유동화 작업이 순항하고 있지만 대주단 분위기는 밝지 않다. 유동화를 통해 유입될 대금이 올해 만기를 앞둔 차입금의 3분의 1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효성화학은 NF3 사업의 전체 가치를 1조원으로 평가해, 소수지분 49%를 5000억원 수준에 매각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최근 본입찰 적격후보자(숏리스트)를 선정한 만큼 이르면 이달 중 투자자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NF3 전방 산업인 반도체 업황이 회복기에 접어들어 성장성을 높게 쳐주는 분위기가 형성돼 효성화학이 원하는 가격을 인정받는 데엔 무리가 없을 거란 평이 많다. 

      NF3가 확실한 카드이긴 하지만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 약 1조6000억원을 갚기엔 부족하다. 효성화학 측도 이를 감안해 지난 연말 이후 대주단 측에 NF3 외 베트남 법인 지분 유동화를 통해 상환 재원을 마련하겠다 밝혔지만 아직까지 큰 진전이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 베트남 법인이 올 1분기에도 중국 업체 공세로 고전한 데다 올 연말까진 부진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계획대로 유동화를 마칠 수 있을지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차입금 1조6000억원 전부 베트남 프로젝트에 투입된 신디케이트론인데 산업은행 돈이 상당수 들어갔다"라며 "당초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에선 확실한 카드인 NF3 통매각을 바랐지만 효성화학 측이 상반기 중 NF3와 베트남 법인 모두 유동화를 하겠다고 약속하면서 지금처럼 불안한 상황이 됐다"라고 전했다. 

      효성화학이 기한 내 베트남 법인 지분을 유동화하지 못할 경우 대주단은 다른 조치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관련업계에선 올해 주력 사업 업황이나 신디케이트론 상환 일정, 갈수록 높아지는 이자 부담 등을 감안하면 효성화학 재무 구조가 점점 더 나빠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빚을 갚지 않고선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건데, 실제로 연초 산업은행 등 주채권 은행에서 효성화학 측에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 우려까지 전달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시장에선 경영권 없는 소수지분 거래가 아니라 통매각이었다면 단번에 1조원을 훌쩍 넘기는 대금을 쥘 수 있었을 거란 평이 많다. 거래가 시작된 1월 이후 수개월 동안 계속해서 전방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한 관계자는 "경쟁사가 잠재 매물을 거둬들인 탓에 주목도가 올랐다 뿐 효성화학이 경영권 고집을 부리면서 소수지분 인수에 따른 실익이 불투명한 구조인 것은 여전하다"라며 "전방 업황을 감안하면 수년 후 2조~3조원 가치를 받을 수 있어 욕심을 낼 법도 하지만 효성화학 재무 사정에 추가 증설에 나설 수도 없다. 성사 이후가 더 불안한 거래"라고 설명했다. 

      대주단은 물론 화학 업계에서도 효성화학이 처한 상황을 주의 깊게 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전반에서 중국 시장 위협으로 구조조정 고민이 본격화했는데 효성화학은 재무 불안 탓에 대응 여력이 가장 불투명한 기업으로 꼽힌다.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과의 관계가 악화할 경우 불똥이 그룹으로 튈 수도 있다.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금융기관에선 자칫하다간 그룹이 휘청일 수 있는 상황으로 보고 있는데 회사에선 그만한 위기감이 전해지지 않는 분위기"라며 "현재 형제간 계열 분리를 앞두고 일시적으로 의사결정 채널이 나뉘게 된 상황이라 그룹 일가 현안과도 무관하지 않을 거란 시각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효성화학은 ㈜효성(32.84%) 외 계열 분리를 앞둔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각각 7.37%, 6.3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