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시트 빙하기'인데…포트폴리오에 속 썩는 PE 운용사들
입력 2024.04.24 07:00
    센트로이드, 테일러메이드 금리 낮추기 안간힘
    JKL, 롯데손보 낮은 주가 극복이 매각 열쇠
    포트폴리오 잡음 끊이질 않는 어피너티
    기업가치 반의 반토막, 컬리에 발 묶인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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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길었던 코로나 팬데믹 기간,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은 투자, 회수, 펀드레이징 등 어느 하나 쉽지 않은 시절을 보내야 했다. 팬데믹은 종식됐지만 PEF 운용사들의 회수 시장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회수의 적기를 놓친 포트폴리오들이 쌓이는 상황에서 PEF 운용사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소위 잘 나가는(?) PEF 운용사들도 속 썩이는 투자 기업이 하나쯤 있기 마련이다. 경영권 인수 이후 업황이 고꾸라져 더 이상 과거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을 기대하기 어려운 기업이 있는가 하면, 무리한 차입으로 이자 비용에 허덕이는 기업, 주가 부진에 투자금회수(엑시트)에 노란불이 켜진 포트폴리오, 전략적 파트너와의 갈등 등 저마다의 속 사정은 다르다.

      2021년 글로벌 골프용품 기업 테일러메이드(Taylor made)를 약 2조원에 인수하며 자본시장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은 센트로이드PE는 현재 인수대금 가운데 일부인 '중순위 메자닌'의 차환(리파이낸싱)을 시도하고 있다. 총 규모는 3000억원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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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일러메이드 타이거우즈와 새 브랜드(선 데이 레드) 런칭, 출처=테일러메이드)

      일반적으로 PEF는 기업의 경영권 인수를 위해 일으켰던 인수금융 자금을 수년 후 차환을 통해 금리 비용을 낮추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센트로이드PE의 이번 메자닌 차환 역시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테일러메이드 인수금융의 핵심인 1조원대 선순위 대출의 금리가 최근 들어 9%대까지 크게 치솟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10%를 웃도는 중순위 인수금융 금리를 낮출 수 있을지 투자자들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물론 테일러메이드가 뚜렷한 실적 상승세를 나타낸다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순 있겠지만 현재로선 골프 업권에 대한 투자 심리가 예년만 못하다는 점이 다소 부담이다.

      JKL파트너스는 JP모건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현재 롯데손해보험의 경영권 지분 매각을 추진중이다. 올해 10월 28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 만기가 돌아오기 전 매각 작업을 완료하려는 복안이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하며 매각에는 최적기를 맞긴 했는데, 역시 관건은 'JKL과 원매자 사이의 눈높이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느냐'가 될 전망이다.

      새 회계평가제도(IFRS17)를 반영해 기업가치를 산정해 JKL 측이 원하는 기업가치는 약 2조~3조원 수준인데 현재 롯데손보의 시가총액은 1조원 수준이다. 손해보험사를 반드시 인수해야 하는 일부 전략적투자자(SI)가 아니고서야 해당 몸값을 인정할 원매자를 찾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에 매각 진행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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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버거킹 홈페이지)

      국내 사모펀드 시장의 뜨거운 감자는 역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이다. 핵심 인력들이 대거 이탈한 이후 국내 시장 철수설까지 나왔던 어피너티는 최근 굵직한 국내 운용사들을 제치고 SK그룹과의 M&A거래(SK렌터카)를 성사하며 주목 받았다. 

      과거 OB맥주의 성공신화가 무색하게 최근 어피너티의 포트폴리오는 높은 성적표를 매기긴 어렵다. 실적부진에 시달리는 락앤락은 결국 공개매수 후 상장폐지란 카드를 꺼내들었다. 최근 '와퍼 중단' 논란을 빚은 버거킹은 이미 한 차례 매각에 실패했다. 신한금융 지분은 엑시트에 성공했지만 지주사는 물론 파트너 주주들에 한마디 통보 없이 지분을 블록딜로 처분하며 투자자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어피너티가 다양한 회수 방식으로 투자 성과를 보여줄 순 있겠지만, 현재로선 '평판' 관리가 가장 중요한 시점이란 냉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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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2021년 마켓컬리 TV CF)

      앵커에쿼티파트너스도 회자가 많이 된다. 지난해 주요 인력이 대거 이탈하면서 출자기관(LP)들도 앵커의 행보에 집중하고 있다. 가장 아픈손가락을 꼽자면 한 때는 한국을 대표했던 유니콘 기업 '컬리'다. 컬리의 기업공개(IPO)는 기약없이 지연되고 있다. 과거 4조원까지 치솟았던 몸값은 현재 1조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으로 신규 투자 유치도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평가를 받는다.

      한국 사모펀드 1세대 운용사인 H&Q AP는 11번가의 투자 회수가 과제다. 대기업(SK)의 콜옵션 포기란 사상 초유의 사태로 인해 11번가의 회수가 불투명해졌는데 올해부터 본격적인 원매자 찾기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초대형 운용사들의 사정도 크게 다르진 않다. IMM PE는 이어지는 한샘의 주가 부진이 상당한 부담이다. MBK파트너스는 홈플러스 점포 개발을 두고 롯데건설 측과 갈등이 비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역시 수년째 풀어내지 못한 한온시스템 경영권 매각이란 숙제를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