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론發 PF 리스크에 저축은행 부실 우려 확산…건설사들도 '초긴장'
입력 2024.04.24 07:00
    저축은행, 절반 이상 적자…"잠재부실 규모 상당"
    충당금 부담 커져…신규 대출 잠정 중단
    자율협약 이외 사업장도 디폴트 위기
    "건설사로 리스크 이전은 당연한 수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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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건전성 관리를 위해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에 압박 수위를 나날이 올리고 있다. 부실 사업장 지원을 멈추고 경·공매를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저축은행 리스크가 제2금융권과 더불어 브릿지론 규모가 큰 건설사에도 전이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올해 저축은행의 브릿지론 대출은 사실상 멈췄다. 작년 12월 금융감독원이 저축은행의 PF 건전성 관리를 위해 브릿지론과 토지담보대출을 PF 대출과 동일하게 분류하기로 한 영향이다. 그동안 저축은행은 토지담보대출과 손실 위험이 큰 브릿지론을 일반대출로 취급해 충당금을 적게 쌓았다.

      최근 금감원은 저축은행중앙회에 'PF대출 자율협약 종료 사업장에 대한 연체기간 산정기준' 안내문을 배포해 자율협약이 끝난 사업장의 연체 기간을 보수적으로 산정할 것을 지시했다. 자율협약은 작년 2월 저축은행 79곳 전체가 PF 사업장 정상화를 위해 만들었다. 저축은행으로 구성된 대주단의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사업장에 대한 만기연장과 이자유예 등을 지원한다.

      안내문에 따르면 협약 기간 중 이자를 일부 상환했더라도 약정한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하고 협약이 종료·중단된 경우, 협약기간 전체를 연체 기간으로 간주한다. 협약 기간 전체가 연체 기간으로 잡히면 자산건전성 등급이 가장 낮은 대출인 '추정손실'로 구분돼 저축은행은 충당금 부담이 커진다. 건전성 분류가 고정이면 30%, 회수의문이면 75%, 추정손실이면 100%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통상 고정 이하 자산을 부실채권(NPL)이라 부른다.

      이달 말 개편안 발표를 앞둔 PF 사업장 평가 기준 개편안도 저축은행에 부담이다. 금융당국은 기존 양호·보통·악화 우려' 3단계에 '회수의문'을 추가해 사업성 평가기준을 세분화할 계획이다. 사업장별 PF대출 충당금 최소 적립률은 정상(2%), 요주의(10%), 악화우려(20~30%), 회수의문(75~80%) 등으로 나누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회수의문 사업장은 만기를 연장하지 말고 경·공매를 통해 손실을 미리 반영하라는 의도로 풀이된다.

      금감원이 부실 사업장 지원을 멈추고 경·공매 활성화를 장려하고 있어 자율협약을 연장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금감원은 올해 1분기 말 기준 연체율 관리 계획이 미흡한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연체율 관리 현장 점검을 실시한다. 저축은행중앙회 모범규준에 반영된 부동산 PF 경·공매 활성화 방안 이행과 개인사업자 연체채권 매각 현황 등도 함께 점검한다. 또 금감원은 '경락잔금대출 관련 비조치의견서'를 발급해 토지담보대출 처분 시 실행한 매입자금대출은 PF 대출 한도 규제에 포함하지 않을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해 경·공매를 활성화한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건전성을 이유로 금융당국의 압박 수위가 나날이 높아져 PF 부실이 점차 수면 위로 드러날 것"이라며 "신규 대출은 수도권 일부 사업장 제외 대부분 중단했다"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자율협약을 통해 지원받은 사업장 이외에도 브릿지론 단계의 다수 사업장이 디폴트 위기라 전해진다. 저축은행에서 대출한 자금이 회수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부동산 호황기에는 새마을금고·신협 등 상호금융기관이 저축은행 PF 사업장에서 발생한 미분양 물건을 담보로 대환대출을 일으켰다. 그러나 금감원에서 대출 가이드라인이 나온 후 상호금융기관의 담보 대출이 정책적으로 어려워진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임대율·분양률 70% 이상 사업장 중 현장에서 발생하는 수익으로 이자를 납부할 수 있는 경우 대출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 저축은행은 상호금융기관에 손을 벌릴 유인이 낮다.

      무엇보다 행정안전부가 밝힌 경영혁신 방안에 따르면, 새마을금고는 향후 5년간 대체투자 비중을 점진적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작년 7월부터 새마을금고중앙회는 물론 지역금고의 신규 대체투자는 잠정 중단됐으며, 올해 투자 한도는 하향됐다. 새마을금고는 작년 말 쇄신안을 발표하며 200억원 이상의 공동대출은 중앙회 참여를 의무화하고 부동산 건설업에 대한 여신한도도 총 50%로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저축은행의 부담은 점차 가중될 가능성이 높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부실 인식은 다소 지연되고 있다. 만기 재연장, 저축은행 PF대출 자율협의회 개시 등의 영향이다. 부동산 시장 부진 장기화로 요주의 자산의 고정화가 진행될 경우 대손비용 반영 폭은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브릿지론 사업장은 70% 이상이 1회 이상 만기 연장된 사업장이어서 이연된 잠재부실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

      나신평은 "(작년 저축은행의 PF 익스포져 규모가 전년 대비 감소한 이유는) 부실 자산을 경·공매로 처리했다기보다 비교적 처분하기 용이했던 위험자산을 축소한 영향이다"며 "일부 사업성이 양호한 브릿지론이 상호금융권·할부금융사 등에 리파이낸싱 되거나 본PF로 전환된 경우가 다수다. PF 익스포져 감축 노력에도 사업성이 열위한 사업장의 경우, 여전히 저축은행 익스포져에 남아있다"고 분석했다.

      경·공매 활성화도 아직 장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부실PF 정리 의지가 드러났지만, 여전히 금융기관은 이해관계가 복잡해 의견 합치가 어려운 상황이다. 1조1050억원 규모로 조성된 캠코의 PF정상화펀드도 대주단과 운용사의 의견 합치가 이뤄지지 않으며 투자가 지지부진한 양상을 보였다.

      업계 한 관계자는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통해 부실한 사업장이 경·공매로 나오며 시장 가격이 형성되고, 이후 태영건설 이외의 전반적인 PF 사업장에서도 투자자들이 눈높이를 낮출 거라 기대했다"며 "그러나 일부 이해관계자는 하반기에 금리가 인하할 때까지 버텨야 한다는 의사결정을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저축은행에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금감원이 은행·보험사에는 공동 펀드 조성을 통해 제2금융권 브릿지론을 매입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국의 요청을 무시하기 어려울뿐더러, 저축은행의 부실이 은행권에 전이되는 상황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저축은행도 자체 펀드 조성에 다시 나섰다. 지난 10월 PF 정상화 펀드의 목표액은 약 1000억원이었는데, 재무적투자자(FI) 모집 실패로 OK·한국투자·웰컴저축은행 등 10곳에서 330억원을 모으는 데 그쳤다. 최근 저축은행 18곳에서 1000억원 규모의 2차 펀드를 준비하고 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저축은행 리스크가 건설사로 이어지는 건 당연한 연쇄반응"이라며 "각 업권의 PF 펀드로 브릿지론을 지원하더라도 후분양이 안 되거나 상환이 어려울 경우 연대보증을 서거나 채무인수를 약정한 건설사에 상환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