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온, '우리 영구채 자기자본으로 인수하라'...증권사들 눈치전 '치열'
입력 2024.04.25 07:00
    SK온, 영구채 발행해 자본 확충하려는데
    증권사에 다소 까다로운 요구해 화제
    사실상, "증권사 돈으로 자체 투자해라"
    영업 공격적인 한국證 제외 다른 증권사 '고심'
    SK온 리스크 부각되며 만기상환 불확실성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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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온이 사모 영구채 발행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인수를 검토 중인 증권사들에 '자기 계산(자기 계정)으로 인수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급적 시장에 셀 다운(재매각) 하지 말고, 증권사가 보유하고 있으라는 조건을 건 셈이다.

      사실상 자기자본 투자를 요구받은 증권사들은 SK온의 만기상환 리스크에 대해 면밀한 검토에 들어갔다. 한국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가 베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치열한 눈치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SK온은 5월 중 사모 영구채(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발행 규모는 40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점쳐진다. 주관사 선정을 위해 여러 증권사와 세부 조건을 협의 중이다. 금리는 6% 중반대로 논의되고 있다.

      SK온은 이번에 발행할 신종자본증권의 인수 조건으로 '증권사가 가급적 직접 보유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증권사에 발행 중개를 넘어 사실상 직접 투자를 요청한 것이다. 신종자본증권 발행 이후 콜옵션 행사 등 '채권단'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SK온은 국내외 은행 등 금융기관의 차입 한도가 한계에 이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고금리로 금융비용이 상승한 가운데 흑자전환은 미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어음(CP)까지 동원해 운영자금을 조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면서도 대등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파트너로 증권사를 고른 셈이다.  

      다만 증권사들은 다소 곤란하다는 표정이다. 증권사들은 대부분 신종자본증권 발행에서 발행 주관 및 중개를 맡는다. 채권 인수 후 곧바로 연기금 등 국내외 기관들에게 재매각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과정에서 받는 수수료가 주요 수익원이다. 자금운용한도는 제한적인데, 채권을 직접 보유하게 되면 자금이 묶이기 때문에 선호하지 않는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SK온에서 이번 발행을 두고 가급적이면 증권사 자체운용한도(북)를 쓸 것을 권유하고 있다. 금융기관들의 SK온 익스포저가 많아, 여러 기관에서 차입한도가 임계치에 도달한 것이 배경"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부 대형 증권사가 가장 먼저 총액인수 의사를 밝히면서 분위기가 경쟁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투자증권이 SK온에 3000억원 규모의 단독 총액인수를 제안했다는 이야기가 증권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자금 SK온 상장 전 투자(프리IPO) 유치 당시에도 조력자로 나선 바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내부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SK그룹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온데다 대표 교체 후 영업 압박이 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다른 증권사들도 만기상환 리스크를 면밀히 살펴보는 분위기다. SK온이 연간 감당해야 하는 설비투자금만 7조5000억원에 달하는데 조단위 적자가 발생하고 있어 만기상환이 쉽지 않을거란 평이 없지 않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SK온에 대한 리스크가 최근 부각되며 증권사 투자심의위원회에서도 금리 메리트와 상환 불확실성 등 여러 가지를 따져보는 분위기"라며 "과거 SK스퀘어가 11번가 콜옵션을 포기한 전례가 있는 탓에, SK온의 경우 어떤 계열사가 콜옵션 행사를 맡을지도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온 측은 "다양한 자금조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라며 "조달 관련 자세한 사항에 대해선 확인이 어렵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