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테무 위협에 조급한 쿠팡의 '기습' 가격 인상…더 불안해진 이마트·네이버
입력 2024.04.26 07:00
    취재노트
    쿠팡의 유료 멤버십 '기습 인상'에 술렁
    '혜택 늘리겠다'지만 "필요없다" 반발도
    경쟁사 앞다투어 가격인하…"기회 잡자"
    "이번에도 쿠팡이 성공하면 끝이다"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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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번에도 쿠팡의 전략이 통할까. 쿠팡이 유료 멤버십(와우 멤버십) 월 회비를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올린다고 깜짝 발표했다. 2021년말 이후 2년4개월만의 재인상이다. 이커머스 1위 쿠팡이 멤버십 가격을 한 번에 무려 58.1% 인상하면서 유통가도 술렁였다. 신세계(지마켓 등), 네이버, 11번가, 컬리 등 경쟁사들은 곧바로 멤버십 연쇄 할인에 나섰다.

      중국업체의 공세에 쿠팡이 조급해진 지금이 경쟁사에는 기회라는 시선도 있지만, 가격 인상에도 ‘탈(脫)쿠팡’이 거세지 않다면 사실상 국내 이커머스에서 ‘쿠팡 외’ 업체들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 것이란 공포감도 업계에 동시에 드리우고 있다. 

      수익성 제고가 예상되면서 주식 시장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쿠팡이 와우멤버십 월 회비 인상을 발표한 12일 미국 뉴욕 증시에서 모기업 쿠팡Inc 주가는 10% 넘게 뛰어 20달러를 넘어섰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멤버십 환승’을 예고하는 소비자들이 나오는 등 여론은 좋지 않다. 쿠팡이 총선이 끝나자마자 ‘꼼수 인상’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왔다. 어느 정도 반발을 예상하긴 했지만, 예상보다 더 격한(?) 반응에 쿠팡 내부에서도 긴장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쿠팡의 ‘기습 인상’의 가장 큰 이유로는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의 위협이 꼽힌다. 올해 들어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 업체들은 한국에서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 중이다. ‘초저가’를 내세운 중국 업체들과 백화점 등 기존 유통사들 사이에서 쿠팡의 시장 내 입지가 애매해졌다. 

      ‘고급도 아니고, 초저가도 아닌’ 쿠팡은 ‘중간에 낀’ 상황에 조급해졌다. 지금이야 중국 업체들이 ‘싸지만 질 나쁜’ 제품들을 판다는 인식이 크지만,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이들이 마음먹고 투자에 나선다면 결국 공산품 위주인 쿠팡의 위치를 손쉽게 넘을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커진 것이다. 

      ‘쿠팡마저’ 조급한 가운데 경쟁업체들이 앞다퉈 가격인하에 나서는 배경에는 ‘기회가 아닌 위기’라는 분석이 깔려 있다는 시각도 있다. 어쨌든 쿠팡이 압도적인 배송 역량을 보이고 있는 만큼, 회원들이 쿠팡 멤버십을 해지하기보다는 더 내야 하는 3000원을 다른 업체에서 줄이려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경쟁업체들은 ‘탈쿠팡족’을 잡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갖고 있는 기존 고객의 이탈을 걱정해야 한다. 국내는 이커머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한 명의 소비자가 여러 업체의 멤버십 구독을 하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자본 공세를 시작하자 쿠팡도 고객을 지켜야 한다는 절박함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쿠팡 입장에서는 가격을 올리더라도 이탈하지 않을 ‘충성 고객’의 규모를 지켜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이를 위해 과연 쿠팡이 얼마나 더 획기적인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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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팡의 가격인상은 결국 ‘고객 록인(lock-in)→시장 독점’의 아마존 전략을 따라가는 방향이다. 아마존도 ‘아마존프라임’ 구독료를 꾸준히 인상하며 사세를 키웠다. 프라임멤버십은 2005년 연간 79달러였지만 2014년 99달러, 2018년 119달러, 2022년 139달러로 계속 올랐다. 가입자 이탈 우려도 꾸준히 따랐지만 오히려 멤버십 가입자 수는 2018년 1억명을 넘었고 2020년 2억명을 넘었다. 

      시장도, 쿠팡도 가격 인상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긴장하는 분위기다. 월 회비 7890원은 연간 9만5000원인 셈이다. 단순히 ‘멤버십’에 연간 약 10만원을 쓰기에는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심리적 벽이 높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쿠팡과 네이버 ‘양강구도’이긴 하지만, 국내 온오프라인 유통 통틀어서는 단일 업체가 10%의 점유율도 넘기지 못할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업계인 점도 고려된다.

      쿠팡은 ‘더 많은 혜택’을 내놓겠다는 계획이지만 과연 비용을 더 지불할 정도로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 쿠팡은 최근 음식배달서비스인 쿠팡이츠의 배달비 무료를 선언했고, 지난해부터 쿠팡플레이의 스포츠 콘텐츠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다. ‘더 많은 혜택’을 주기 위한 투자금이 필요한 셈인데,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배달 음식도 안 먹고, OTT도 안 보는데 왜 돈을 더내야하나”며 “차라리 멤버십을 분리해 달라”는 의견도 많다.

      쿠팡의 이번 전략이 성공하느냐에 따라 국내 이커머스 지형도가 다시금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경쟁업체들은 쿠팡과 격차가 더 벌어지면 더 이상 손 쓸 수 없게 된다는 두려움을 보이고 있다.  

      예로 물류 시스템은 이미 쿠팡이 압도적인데, 쿠팡은 이를 더 강화하기 위해 투자에 나서고 있다. 앞서 쿠팡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물류 인프라 확충에 3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2027년까지 전국 대부분 지역에 무료 로켓배송을 확대할 계획이다. 2014년 ‘로켓배송’ 출범 후 10년 동안 물류에 6조원을 투자한 점을 고려하면, 3년 동안 3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것은 과거보다 더 빠른 속도와 규모로 물류 고도화에 나서겠다는 각오가 느껴진다. 

      결국 시장의 눈은 8월로 쏠린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선택은 소비자의 몫이다.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만약 이번 가격인상까지 쿠팡이 좋은 실적으로 연결 짓게 되면 사실상 경쟁업체 입장에서는 더 무서워지는 것”이라며 “고객들이 쿠팡 멤버십을 쓰는 가장 핵심 이유가 ‘빠른 배송’이고, 네이버는 ‘포인트 누적’, 신세계는 ‘계열사 간 시너지’인 점 등을 고려하면 결국 소비자들의 니즈(수요)를 정확히 파악한 업체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