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투자 감사, 핵심은 '공정가치 평가'...연기금 감사는 가을로 미룰 듯
입력 2024.04.26 07:00
    공정가치평가 채택한 공제회 교공·행공 그쳐
    비싼 비용이 걸림돌…건당 150~200만원 소요
    공정가치평가 의무 아닌 권고…제도 미흡 지적
    본감사, 장부가 평가 기관 '타깃'될 거란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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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감사원의 공제회 대상 대체투자 운용 및 관리실태 본감사에서 '공정가치 평가'가 화두로 떠올랐다. 각 공제회별로 대체투자 자산의 가치 측정이 공정가치 평가에 따라 적정하게 이뤄지고 있는지 여부가 곧 있을 실지감사(본감사)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이런 맥락에서 자산 가치 평가 체계가 비교적 잘 갖춰져있는 연기금의 경우 이번 본감사 대상에서 제외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연기금의 경우 오는 9~10월 감사원의 정기감사가 예정돼있기도 하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감사원은 최근 예비감사를 위해 주요 공제회를 찾아 대체투자 자산의 가치평가 방법과 관련한 자료를 요청하고, 이를 각 공제회별로 비교·분석하고 있다. 공제회마다 각기 다른 가치평가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 해당 평가법을 채택한 논리를 검증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재 주요 공제회들은 대체투자 자산 가치를 평가하는 데 있어 장부가평가와 공정가치평가, 크게 두 가지 평가법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장부가평가는 말 그대로 투자 시점을 기준으로 한 원가 평가다. 이 때문에 자산을 매각하기 전 까지는 부실을 확인하기 어렵다. 

      반면 공정가치평가는 현재 시장의 상황을 반영해 자산 가치를 측정하는 평가법이다. 일반적으로 외부 평가기관에 위탁하는 형태로, 분기 혹은 반기마다 평가를 진행해 시장 가치를 반영한다.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전통자산처럼 실시간으로 시장가격이 반영되지 않는 대체자산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한 평가법이다.

      주요 공제회 가운데 공정가치평가를 채택하고 있는 곳은 교직원공제회와 행정공제회 정도로 알려졌다. 타 공제회들은 각기 다른 평가법을 활용하고 있지만, 큰 틀에서 장부가평가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단 평가다. 

      일부 공제회는 신외감법에 따라 지정된 회계법인을 통해 1년에 한 번 회계감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산 전반에 대한 평가를 진행하는데, 이는 공정가치평가로 보기 힘들단 설명이다.

      이처럼 공제회마다 각기 다른 방법으로 자산의 가치를 평가하는 이유는 관련 제도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 제238조에 따르면 '집합투자재산의 평가는 시가를 원칙으로 하되, 평가일 현재 신뢰할 만한 시가가 없는 경우 공정가액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명시돼있지만, 이는 권고사항일 뿐 의무가 아니다. 처벌 조항도 따로 없다.

      공제회들이 공정가치평가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비용 때문이란 분석이다. 공정가치평가는 현재 나이스P&I, 한국자산평가 등 외부 평가기관에서 진행하고 있는데, 자산 건당 150만~2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백~수천 개의 대체자산에 투자하는 공제회가 모든 자산을 공정가치평가하기 위해선 수억 대의 비용을 감수해야한다.

      이 때문에 한 공제회도 블라인드펀드를 제외한 프로젝트펀드 건에 대해서만 분기당 한 번 공정가치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불구, 감사원에서 공제회에 대해 공정가치평가 채택을 권고한다면 따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감사원은 이번 감사를 통해 대체자산 평가 기준점을 확립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감사원에서 문제삼고 있는 것 중 하나가 투자한 자산에 대한 현재 시점에서의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감사원이 공제회에 올바른 공정가치평가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주고 싶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본감사를 앞두고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도 있다. 한 공제회는 올해부터 새롭게 외부 평가기관을 선임해 일부 자산에 한해 공정가치평가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맥락에서 내달 있을 본감사는 모든 공제회가 아닌, 현행 평가법에 문제 소지가 있는 일부 공제회만을 대상으로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3대 연기금(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공단)의 경우 공정가치 평가 체계가 공제회 대비 탄탄하게 구축돼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게다가 이번 감사와 별개로 오는 9~10월 중 연기금에 대한 감사원의 정기감사가 예정돼 있다는 점도 배경으로 언급된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3년 정도 주기로 감사원의 연기금 정기감사가 있는데, 올해 9월 정도에 예정돼있다"며 "대체투자 영역 뿐만 아니라 운영 전반에 대한 감사로, 이 때문에 이번 대체투자 본감사에서는 제외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