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F 대형 출자사업 기지개…기관자금은 쏟아지는데 매칭이 '부담'
입력 2024.05.03 07:00
    수출입은행 평균 경쟁률 5대1 기록
    우본 메자닌 출자에 크레딧펀드 대거 참여
    국민연금 출자사업 임박, 대형사 가세할 듯
    대형 기관 출자사업 기지개
    RWA 관리 비상등 켜진 민간금융 에쿼티 출자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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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대형 기관투자자들의 사모펀드(PEF) 출자사업이 재개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총선이 끝났고 유관기관의 조율도 마무리 되면서 출자사업을 준비하는 기관들이 늘어나면서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기관들의 출자 규모가 다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 펀드레이징에 목마른 국내 PEF 운용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올해 펀드레이징 경쟁을 펼칠 운용사들의 면면은 현재 진행중인 수출입은행 출자사업의 지원내역에 드러나있다. 수은은 총 1500억원을 출자해 대형분야 1곳(800억원), 중소형 분야 2곳(700억원)을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총 14곳의 운용사가 도전장을 냈다.

      최근 운용사 선정을 마친 우정사업본부 메자닌 전략 출자사업엔 10곳이 넘는 운용사들이 참전했다. IMM크레딧앤솔루션, 글랜우드크레딧, 한국투자PE, VIG얼터너티브크레딧, 제이앤PE, SG PE, 키스톤PE 등이 제안서를 제출했는데 최종적으론 도미누스인베스트먼트와 SG PE, 제이앤PE가 선정됐다. 도미누스는 2년 연속 우정사업본부의 출자를 받게 됐다.

    • 이번 우본 사업에는 이름이 등장한 크레딧펀드들은 향후 메자닌 투자 전략을 주목적으로 하는 다른 기관 출자사업에서 다시 격돌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메자닌이 아닌 일반 에쿼티 출자사업에 뛰어들 유인도 충분하다.

      국내에선 크레딧펀드의 규모와 수가 제한적이지만, 다양한 투자전략을 유연하게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국내 운용사 상당수가 이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기관투자자들 역시 크레딧펀드를 주타깃으로 맞춤형 출자사업을 고심중이기도 하다.

      PEF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국내에선 크레딧펀드의 두드러진 엑시트 성과가 나타나진 않았지만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건 사실이다"며 "에쿼티 투자를 주목적으로 하던 운용사들도 투자 전략을 다양화하려는 움직임이 있고, (매우) 높은 수익은 아니더라도 안정적인 회수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LP들의 관심도도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우본과 수은의 출자사업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일부 대형 운용사들도 올해 펀드레이징 시장에 모습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대규모인 MBK파트너스는 최근 1000억원을 출자하는 방사성폐기물관리기금의 PEF 출자사업에 도전했고, 4호펀드(약 30억달러)를 조성중인 한앤컴퍼니 역시 지난해부터 국민연금, 우정사업본부, 사학연금 등 국내 출자사업에 잇따라 참여하고 있다. 비교적 규모가 작은 출자사업에도 초대형 운용사들이 참전하면서 다른 대형사는 물론 중소형사들의 긴장도는 더욱 높아졌다.

      이르면 내달에는 국내 최대 규모 출자사업인 국민연금의 출자가 진행될 전망이다. 직전 사업보다 20%가량 증액된 최대 1조원 규모까지 규모를 늘릴 가능성도 있다. 대형사 선정을 비롯해 메자닌 출자사업까지 진행하면 현재 펀딩을 진행중인 국내 운용사 대부분이 관심을 갖고 준비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펀드레이징 시장이 북적이는 이유는 사실 지난해 펀드 결성을 마무리 짓지 못한 운용사들이 많은 탓이기도 하다. 출자사업에서 일정 기간 동안 펀드 결성에 실패한 운용사들은 위탁사 지위를 반납하는 게 일반적이다. 펀드레이징 빙하기였던 지난해엔 실제로 위탁사 지위를 박탈 당한 운용사들도 다수 있었지만, 기관들의 재량에 따라 결성 기한 연장을 허가 받은 곳들도 많았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걷히고 대형 기관들의 출자사업이 시작됐단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사실 민간 금융기관들이 곳간을 열지 않는 상황은 운용사들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시중은행의 경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 유동성을 지원해야 한다는 이유로 PEF 출자사업에 다소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은행, 캐피탈 등 주요 금융기관들 사이에선 위험가중자산(RWA) 관리를 위해 에쿼티 출자를 줄이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중소형 운용사들의 자금줄 역할을 하던 저축은행들은 적극적으로 외부 출자에 나설 상황이 아니다.

      다른 관계자는 "산업은행, 국민연금 등을 시작으로 올해 기관들의 출자사업이 활발할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 가장 큰 걱정은 매칭 자금을 구하는 것이다"며 "올해는 대형기관들의 컨테스트 못지 않게 민간 금융기관들의 자금을 유치하려는 경쟁도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