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동반 흑자전환한 조선 3사, 슈퍼사이클 가로막는 '인력난'
입력 2024.05.03 07:00
    취재노트
    1분기, 조선3사 안정적 흑자 기조 안착했지만
    현장 인력 10년 전 대비 반토막 나며 공정 지연
    선두주자였던 일본도 인력난 해결 못 해 경쟁력 상실
    인건비 상승과 선박 설계 변경 등 획기적 방안 필요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올해 1분기 기준, 조선 3사는 13년 만에 동반 흑자전환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영업이익 1602억원, 한화오션은 529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흑자전환했고 삼성중공업은 779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97.4% 증가해 안정적인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선별 수주 물량을 통해 장기 흑자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조선3사는 저가에 수주했던 물량을 털어내고 2022년부터 수주한 물량들이 안정적으로 마진을 확보했다. 특히 고선가 물량의 매출 인식 비중이 올해부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향후에도 점진적인 수익성 개선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국내 조선사들이 강점을 가진 친환경 선박 수주도 고가에 형성 중이고, 선가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가격 협상력 또한 강화했다.

      시장에선 2007년 당시 조선업 초호황기를 떠올리며 '슈퍼사이클(초호황)'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그 사이클에 다시 올라타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다. 바로 인력난이다. 조선업은 어떤 산업보다 오래 숙련된 현장 인력이 중요하다.

      세계 조선업의 선두주자였던 일본이 무너진 건 인력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설계 현장은 지방에 있음에도 최우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도쿄에 설계팀을 뒀다. 결국 현장과 설계팀의 의사소통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했고, 도쿄에 위치한 본사 설계팀의 위력이 강해지자 현장에는 몸값 높은 숙련공들 대신 단순 노동 위주의 신입 일꾼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숙련된 현장 인력이 사라지며 일본 조선업의 경쟁력은 사라졌다.

      조선업 호황기였던 2014년, 국내 조선업 인력 규모는 20만명 수준이었으나 2022년 기준 약 9.6만명으로 반토막났다. 업황이 꺾이며 조선 현장에서 쫓겨난 기존 조선업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찾아 대부분 평택의 삼성전자 공장 공사 현장으로 넘어갔다.

      뒤늦게 조선업 호황기를 맞이한 조선소들은 황급히 외국인 노동자들을 채용하고 있지만 숙련도가 떨어지고 소통이 어렵다는 치명적인 한계에 직면했다.

      한화오션 또한 4월24일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작년에 외국인 노동자들을 계획대로 충원했으나 문제는 결국 커뮤니케이션"이라며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해야 생산성 확보가 가시적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4월 마지막 보고서를 통해 국내 조선사들의 인력 부족에 따른 공정지연 여부가 실적 개선의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짚었다. 

      나신평은 "잔고 내 저선가 물량이 해소되고 고마진 수주분의 매출 비중이 높아지면서 국내 조선사의 실적 개선이 이뤄질 전망이지만, 정상적인 공정 진행 여부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외국인 노동자 중심의 충원 및 기존 인력 고령화에 따라 생산성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며 이와 같은 조선업 노동력의 양적·질적 저하는 전반적인 공정 속도에 영향을 미쳐 국내 조선소의 실적 개선이 지연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인건비를 획기적으로 올리거나 인력 개입을 최대한 줄이는 방향으로 선박 설계도를 바꾸는 등 혁신적인 방안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국내 조선업 관계자는 "조선업의 고질적인 문제는 결국 인력난이며, 특히 용접공 부족 문제는 계속 이어질 예정"이라며 "조선사들의 영업이익을 따져봤을 때 인건비를 획기적으로 올려도 커버가 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되며, 그게 아니라면 용접 작업을 줄이는 방향으로 선박을 설계하는 본질적인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