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금융위기 수준"…급증한 규모만큼 회수 고민 커지는 NPL 투자사들
입력 2024.05.08 07:00
    올해 은행권 NPL 매각 규모 8조원 예상
    금융지원 종료 후 눌려왔던 부실 급증 때문
    NPL 매각 규모 증가하며 경공매 유찰률 상승에
    회수 어려운 '상가' 담보 NPL도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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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은행권 부실채권(NPL) 매각 규모가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NPL 투자사들은 올해 은행권 NPL 매각 규모를 미상환 원금잔액(OPB) 기준 8조원 수준으로 내다보고 있는데, 지난해 5조5000억원 대비 크게 증가한 규모다. 늘어난 규모만큼 NPL 투자사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매입한 NPL의 회수율이 떨어지면서 수익성 또한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NPL 투자사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은행권 NPL 매각 규모는 약 2조원으로, 은행들이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더 많은 NPL을 매각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은행권 NPL매각액을 약 8조~9조원 사이로 예상하고 있다"며 "은행권이 NPL을 이렇게 대규모로 매각하는 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는 코로나 시기 만기연장과 상환유예에 나섰던 은행들이 금융지원을 종료하면서 억눌려왔던 부실이 터지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적극적인 자산건전성 관리 기조하에 부실채권을 적극적으로 매각하고 있다.

      NPL 투자사들은 NPL 매입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한 현재 상황을 마냥 반기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해 담보 회수 가능성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NPL 투자사들은 금융사로부터 NPL을 매입한 후 채권 담보인 부동산을 경·공매 방식을 통해 매각한 후 수익을 낸다. 은행권이 NPL을 매각한 규모가 커진 만큼 담보인 부동산 공급도 증가해 경·공매 유찰 횟수가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경공매 시장에선 한번 유찰될 때마다 기존 감정가의 20~30%를 떨어뜨리는 저감율이 적용된다. 

      NPL 투자사 관계자는 "올해 NPL이 많이 나온다고 무턱대고 매입하다간 잦은 유찰로 인해 오히려 손에 남는 이익이 더 적을 수 있다는 고민이 생겼다"고 전했다.

      담보 비중에서 구분상가(층이나 호와 같이 일정한 구획으로 구분등기가 가능한 상가)가 많이 늘었단 점 역시 회수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예년에는 공장 담보 건이 많았는데, 최근 상가를 담보로 하는 경우가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다른 투자사 관계자는 "상가는 부동산 시장에서 '악성 매물'로 꼽힌다"며 "대출이 잘 안 나오고 매각도 안 되니 상가를 담보로 한 NPL이 많이 나오는데, 투자사들도 상가를 재매각해야 하는 입장에서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공장의 경우 인근 지역보다 저렴하게 내놓으면 빠른 시일 내에 매각되는 반면, 자영업 경기가 안 좋은 현재 상황에선 상가를 재매각하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