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건설사 11곳 책임준공 잠재손실 3.8兆"…자본규모 比 12% 이상 손실
입력 2024.05.09 18:18
    태영건설과 대주 우발채무 인식 규모 4배 차이
    이 중 약 40%가 책임준공 관련 우발채무
    사업장 수익성 양호해도 대출금 회수하는 대주
    "총선 이후 정부 지침 따라 부실 커질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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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건설사의 책임준공약정 리스크가 부각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책임준공 약정에 따른 주요 건설사의 잠재 손실규모는 3조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이후 대주와 건설사가 인식하는 리스크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는 9일 '2024 크레딧 세미나'를 개최해 건설사의 책임준공의무를 이행하는 데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원가와 금리상승의 영향이다.

      그동안 건설사의 책임준공 약정은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낮은 것으로 분류됐다. 정해진 기한 내에 사업장을 준공하면 우발채무 부담에서 벗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년 12월 27일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위험도가 부각됐다. 워크아웃 개시결정 과정에서 태영건설은 우발채무 규모를 2조5000억원을 주장했지만, 대주단은 9조5000억원을 제시해 큰 차이를 보였다. 이 차이 중 약 3조6000억원이 책임준공과 관련한 우발채무로 파악됐다.

      앞으로 책임준공약정과 관련해서도 건설사의 추가적인 자금 소요가 발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재무적 여력이 취약한 중소형 건설사의 경우 책임준공 리스크 현실화 영향으로 심각한 자금 압박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 또한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대형 건설사나 그룹 계열 건설사도 책임준공 리스크가 현실화하면 자금 부족 상황이 심해질 수 있다.

      나신평에 따르면 책임준공약정의 신용을 공여하며 건설사는 '의무 이행을 위한 자금 선투입'이라는 간접적인 위험과 '의무 미이행에 따른 우발채무 현실화'라는 직접적인 위험을 부담한다. 최근 부동산 경기 저하로 두 위험 모두 발생 가능성이 높아져 건설사의 현금흐름과 재무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사비 투입과 공사대금 수령 시기가 불일치하는 건설업 고유의 특성상, 건설사는 일반적으로 준공시점까지 자금 선투입 위험에 노출된다. 분양률이 낮은 경우 공사대금의 원천이 되는 분양대금 수령액이 줄어들어 공사기간 중 건설사의 자금 선투입 규모가 확대된다. 준공 이후에도 이 부담이 해소되지 못할 수 있다. 작년 건설사들은 진행 중인 사업장이 늘어나며 자금 선투입 부담이 높아져 영업현금흐름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책임준공약정 미이행에 따른 우발채무 현실화 위험은 건설사가 책임준공약정 기한을 준수하지 못할 경우 발생한다. 낮은 분양률로 수익성 전망이 불확실할 경우, 대주는 즉시 건설사에 책임준공약정 미이행 의무를 부과하여 대출원리금을 회수할 수 있다. 2022년 이후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물류센터에서 책임준공의무 현실화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

      최근 수익성 전망이 양호한 경우에도 대주는 대출금을 회수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신세계건설은 대구 주상복합의 분양률이 100%지만, 책임준공 미이행을 이유로 작년 5월 채무를 인수했다. 일반적으로 해당 부동산 개발사업의 수익성 전망이 양호할 경우 대주는 건설사와 준공 기한연장 등의 합의를 통해 공사를 지속한다.

      나신평은 주요 11개 건설사의 책임준공약정에 따른 잠재 손실규모를 우발채무 현실화 9000억원, 공사비미회수 2조9000억원으로 총합 3조8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잠재 손실규모는 주요 11개사 합산 자본규모의 12.4%에 해당한다.

      나신평은 "건설사는 금융사와 달리 중후순위에 신용보강을 서는 경우가 많아 (총선 이후 정부의 PF 관리 정책으로) 부실 수준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며 "(정부 지침에 따라) 금융 보증 비용 인식 수준이 상당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