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X 선방에도 반도체 부진 지속…HBM·파운드리 우려 지속
당장 대응책은 비용 절감뿐…과거 사이클 업종으로 회귀 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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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1분기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지만 시장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가운데 뚜렷한 전략과 방향성이 안 보인다는 우려가 커진다. 반도체를 비롯한 사업부 전반이 미중 관세 분쟁과 공급망 충격에 노출됐는데, 비용 절감 외엔 주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게 없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도 성과가 가시화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다시 확인됐다.
30일 삼성전자는 실적 발표회를 열고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79조1405억원, 영업이익이 6조6853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매출액은 직전 분기보다 4% 증가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97%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개월 동안 증권가가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 전망치를 7조원에서 5조1000억원가량으로 낮춘 것을 감안하면 당초 예상보다 선방한 모습이다.
외형이 확대되고 반도체(DS) 부문 부진을 모바일경험(MX) 부문에서 상쇄한 것은 다행이지만 투자가들의 시선은 2분기 이후를 향하고 있다. 미국이 무역 적자국에 대한 상호관세 부과를 90일간 유예하기로 결정했으나, 최종적으로 삼성전자 사업부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많기 때문이다.
이날 삼성전자의 답변은 전반적으로 '판단 불가'라는 인상을 남겼다. DS 부문을 필두로 MX, 디스플레이, 가전까지 "2분기 이후 불확실성이 예상되지만 원가 절감 노력을 지속하면서 상황을 주시하겠다"는 설명이 되풀이됐다. 사업 구조상 미중 관세 분쟁과 공급망 갈등에 골고루 노출된 탓에 뚜렷한 해법을 제시하기 어려운 탓으로 분석된다.
DS 부문이 특히 답답한 상황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HBM은 여전히 시장의 뜨거운 관심사이지만 1분기 HBM3E 개선 제품의 샘플 공급을 완료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여전히 구체적인 성과가 확인되지 않는다. 회사는 2분기부터 계단식 회복을 예고했지만 고객사의 성능·품질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판단이 어려울 전망이다.
파운드리 부문은 내부적으로 선단 공정 수율을 안정화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역시 상업적 성과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난 분기 경쟁사 TSMC와의 점유율 격차가 더 크게 벌어진 데다 고정비 부담이 증가하며 적자폭이 확대됐다. 결국 과거와 마찬가지로 범용 메모리 시장의 업황 회복에 기대야 하는 상황인데, 관세 문제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사 차원에서 연구개발(R&D)과 같은 미래 경쟁력 확보에 집중 투자하고 비용 절감 노력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과거 사이클 업종의 틀로 회귀하고 있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증권사 반도체 담당 한 연구원은 "HBM 전망은 물론이고 최근 불거진 범용 메모리 선구매 수요로 인한 하반기 재고 충격 문제에 대해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톤이 확연하게 갈리고 있다"라며 "삼성전자가 사이클 업종에 머물게 되면서 경쟁사보다 관세 불확실성에 더 크게 노출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