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대 토스, 해외주식 치열한 경쟁...수익성 악화ㆍ인프라 미비 '우려'
입력 2025.05.20 07:00
    키움證, 점유율 20%대 정체…토스, 月 거래대금 30조 기반 선두 싸움
    토스, 해외주식 시장점유율 바탕으로 수수료 부문 수익 1년 만에 3배
    메리츠증권, '0% 수수료' 전략으로 경쟁 대열 참전…시장 구도 다극화 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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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토스증권과 키움증권의 해외주식 브로커리지 부문 경쟁이 올해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키움증권이 오랜 기간 유지해 온 해외주식 거래시장 지배력이 최근 3년 새 빠른 성장을 보인 토스증권의 부상으로 위협받고 있다. 

      여기에 메리츠증권이 '0% 수수료' 등 공격적인 영업전략으로 주식 거래시장 경쟁에 뛰어들면서, 브로커리지 시장을 둘러싼 진흙탕 싸움이 더욱 심해질 거란 전망이 나온다.

      토스증권은 2021년 12월 해외 주식거래 서비스를 시작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토스증권은 이듬해인 2022년 말 외화증권 거래대금 기준으로 약 7.37%의 점유율을 확보하며 시장에 진입했다. 이후 2023년에는 12.13%까지 점유율을 높였고, 2024년 11월에는 업계 최초로 월간 해외주식 거래대금 30조원을 돌파하며 해외주식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거래대금 30조원대를 유지하며 시장 점유율 1~2위를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같은 기간 키움증권은 해외주식 거래시장 점유율에서 성장 속도가 둔화되면서 토스증권과의 본격적인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2022년 말 키움증권의 시장점유율은 약 23.87%였으나, 2023년 말에는 20.37%, 2024년 9월 기준 20.4%로 시장점유율이 정체되는 모양새였다. 업계에서는 2024년 11월 거래대금 기준으로 토스증권이 키움증권을 역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토스증권의 점유율 상승 배경으로는 거래 편의성 중심의 서비스 전략이 꼽힌다.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빠른 환전 서비스, 해외주식 소수점 거래 도입 등이 주요 요인이다. 이를 기반으로 토스증권은 2024년 연간 수수료 수익 2759억원을 기록했으며, 이는 전년(1033억원) 대비 약 3배 증가한 수치다. 2025년 1분기에도 영업수익 1569억원, 영업이익 832억원, 당기순이익 640억원을 기록했다.

      토스증권은 올해 하반기 미국 주식시장 진출과 브로커리지 서비스 확대 계획도 세우고 있다. 미국 브로커딜러 라이선스 취득을 추진 중이며, 관련 법인 설립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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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에 대응해 키움증권도 마케팅 강화와 신규 고객 확보 전략을 펼치고 있다. 또 해외주식 매매 역량 강화를 위해 법인 설립 등 미국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난 1월 시작한 현금성 이벤트 '히어로 멤버십'은 자전거래 유도 논란에 휘말려 키움증권은 지난 4월 단기채 ETF 37개 종목을 이벤트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헤프닝을 겪었다.

      또한 지난 3월 IR 자료에서는 제시한 키움증권의 해외주식 시장점유율(41.3%) 수치는 매수·매도 합산 방식으로 계산된 것으로, 예탁결제원의 순매수 기준(네팅 방식)과 비교해 과장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업계는 토스증권에 대한 키움증권의 위기의식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경쟁 심화 속 토스증권과 키움증권의 내부 피로도도 높아지고 있다.

      당장 키움증권엔 수익성 둔화 우려가 제기된다. 키움증권의 올해 1분기 해외주식 수수료 수익은 67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15.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일평균 거래약정은 1조3000억원에서 1조9000억원으로 늘었지만, 리워드 지급 이벤트 등으로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 거래 비중이 확대된 영향이다. 

      해외주식 관련 수수료율은 이벤트 시행 전 8~10bp 수준에서 5.8bp로 반 토막 났다. 업계에서는 해외주식 브로커리지 경쟁 심화 속 키움증권의 공격적 프로모션이 평균 수수료율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토스증권도 마음이 편한 상황은 아니다. 근 전산 인프라 안정성 문제로 지적을 받았다. 올해 들어서만 세 차례 전산장애가 발생했으며, 가장 최근인 5월 13일에는 미국장이 열리는 시간대에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앞서 3월과 이달 초에도 유사한 장애가 있었다.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덩치를 키우는 데만 집중하고, 인프라 개선에는 소홀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증권가에서는 토스증권의 커뮤니티 기능에 대한 우려도 제기한다. 토스증권 앱 내 커뮤니티는 댓글, 이모티콘 등 SNS와 유사한 기능을 도입해 사용자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기능이 사실상 리딩방과 유사하게 작동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시간 시세와 댓글을 기반으로 투자 판단이 흔들릴 수 있으며, 정보의 검증도 어렵다는 점에서 투자자 보호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엄주성 키움증권 대표 역시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토스증권 커뮤니티는 리딩방 같다는 평가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메리츠증권까지 브로커리지 확장에 나서며 '이전투구'가 더 심해질 거라는 전망의 설득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해 11월부터 온라인 계좌 '수퍼365'를 통해 수수료 전면 무료 프로모션을 시행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브로커리지 수익은 전년 대비 36% 줄어든 124억원을 기록했지만, 리테일 예탁자산은 31조8000억원으로 19% 증가했다. 회사 측은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 고객 기반 확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증권사 간 해외주식 거래시장에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해외주식 거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 중이다. 지난달 국내 투자자의 해외주식 거래 규모는 459억 달러(약 64조6000억원)로, 전달 437억 달러(약 61조6000억원) 대비 약 5% 증가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4년 한 해 동안 국내 투자자의 해외증권 결제액은 6459억 달러(약 935조원)로, 전년 대비 68.8% 급증했다. 전체 결제액의 약 82%가 주식이며, 이 중 96%는 미국 주식 매매였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올해에도 토스증권과 키움증권 간 해외주식 거래시장 점유율 경쟁은 계속될 것"이라며 "메리츠증권 등 타 증권사의 진입은 브로커리지 경쟁 구도를 다변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