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알리바바-신세계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G마켓-알리 별도 운영"
입력 2025.09.18 12:01
    '데이터 결합 경쟁제한' 첫 심사 사례
    해외직구 시장 독점 우려로 기술적 차단
    G마켓-알리익스프레스 별도 운영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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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알리바바와 신세계그룹의 전자상거래 합작법인(JV) 설립에 대해 조건부 승인했다고 18일 발표했다. 핵심 조건은 G마켓과 알리익스프레스 간 국내 소비자 데이터를 기술적으로 분리하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번 심사를 "데이터 결합으로 인한 쏠림현상, 고착효과, 진입장벽 등 경쟁제한 우려를 검토·조치한 첫 기업결합 심사 사례"라고 밝혔다. 기존 시장점유율 중심 분석을 넘어, 데이터 경제 시대에서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부과된 시정명령은 ▲G마켓·옥션과 알리익스프레스의 상호 독립적 운영 ▲G마켓·옥션과 알리익스프레스 간 국내 소비자 데이터 기술적 분리 등을 골자로 한다.

      공정위는 또한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상호간의 소비자 데이터 이용을 금지하고 ▲해외직구 외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에게 데이터 이용에 관한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며 ▲개인정보 보호 및 데이터 보안 노력 수준을 유지하도록 하는 등의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시정명령은 명령을 받은 날부터 3년간 유효하다. 공정위는 3년간의 시장상황의 변동 등을 검토해 시정명령을 연장할 수 있다. 양사는 이행감독위원회를 구성, 시정명령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당국에 주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앞서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는 올해 1월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G마켓을 보유한 신세계와 알리바바 산하 알리익스프레스가 합작법인을 설립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거래 구조는 신세계그룹 계열사 아폴로코리아가 3조400억원가치의 G마켓 주식 100%를 현물출자해 알리바바 측 그랜드오푸스홀딩 지분 50%를 취득하는 방식이다.

      공정위가 이번에 주목한 것은 단순한 시장점유율이 아니라 데이터 결합의 파급효과다. 현재 국내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알리익스프레스는 37.1%로 1위, G마켓은 3.9%로 4위를 차지한다. 결합 후 41%의 시장점유율을 갖게 되지만, 공정위는 이보다 데이터 통합으로 인한 시장지배력 강화를 더 우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공정위는 또한 최근 중국발 상품이 국내 해외직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 중국발 해외직구 금액은 2022년 2조1074억원(35%)에서 2024년 4조7772억원(60%)으로 증가했다. 이중 알리바바 비중은 약 62%에 달한다.

      공정위는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G마켓-알리 합작회사의 시장점유율이 기업결합 이후 41%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도 상당하다고 봤다. 알리익스프레스가 2023년 국내법인을 설립하고 광고·판촉활동을 활발히 하는 등 국내시장에서 적극적으로 사업을 전개 중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

      시장에서는 이번 사례가 향후 빅테크 기업들의 국내 진출이나 플랫폼 간 결합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데이터를 핵심 자산으로 하는 디지털 기업들의 M&A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공정위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그 중에서도 특히 온라인 해외직구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간 결합이 야기하는 효과를 면밀히 검토해 경쟁 왜곡 우려와 소비자 피해를 사전에 차단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