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나면 국토부장관도 처벌해야"…LH 시행 확대에 부동산업계 '부글부글'
입력 2025.10.13 07:00
    취재노트
    LH 직접 시행 사업 확대 방향에 업계 불만 고조
    건설사 "수익성 없고 브랜드 단지 공급 어려워"
    시행 경험 부족한 LH, 금융지원·세수 투입 불가피
    해외 PEF·국내 기관 투자자도 구조 변화에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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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정부가 9·7 부동산 대책을 통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직접 시행 사업 확대 방침을 밝히자 건설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부담이 이미 커진 상황에서, 정부가 LH를 앞세워 사실상 민간을 압박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정부 대책은 하반기 민간참여 공공주택건설사업(민참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법령 개정이나 제도 전환은 아직 진행되지 않았지만, 손익공유형은 폐지되고 도급형만 허용된다. 기존에는 민간 건설사가 토지를 사들여 분양 리스크를 부담하는 구조가 일부 허용됐지만, 앞으로는 LH가 토지를 제공하고 건설사는 도급 공사를 맡는 방식만 가능하다. 분양 리스크는 LH가 떠안고, 공사비와 수익률은 공공이 정한 틀 안에서 관리된다.

      정부는 LH 직접 시행과 민참사업을 합쳐 2030년까지 수도권에 135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올해 하반기에만 남양주, 부천, 인천, 수원 등 8개 블록에서 5100가구를 추가 공모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 목표 자체에 의문을 제기한다. 규모가 큰 데다, 민간 건설사가 참여하더라도 수익성이 낮아 참여 의지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수익성 문제는 가장 직접적인 불만이다. LH 도급형 사업은 통상 2~3% 수준의 수익률에 머문다. 정비사업 등에서 10% 이상 수익률을 기대하는 대형 건설사 입장에서는 사실상 참여 유인이 없다. LH가 공사비를 정해주는 구조라 브랜드 아파트를 대규모로 공급하기도 어렵다. 미분양 리스크를 LH가 책임진다고 하지만, 착공 전 자금 조달은 대부분 민간 몫이라 부담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과 얽히면 불만은 더 커진다. 올해 포스코이앤씨, DL건설, GS건설, 롯데건설 등 주요 대형사 현장이 사고 발생 이후 공사 중단을 반복하면서 정부의 강력한 제재가 현실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이 모이면 "LH 직접 시행 현장에서 사고가 나면 LH 사장, 나아가 국토부 장관까지 처벌 대상이 돼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LH 내부에서도 불안감이 크다. 시행 경험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직접 사업까지 맡으라고 하자, 직원들 사이에서는 공사 계획 수립부터 분양 리스크 관리, 안전 점검까지 전 과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압박이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과 투자업계 반응도 차갑다. 임대주택 시장 구조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9·7 대책 이후 임대사업자 대상 LTV가 사실상 0%로 적용되면서 민간 임대 모델은 동력을 잃었다. 해외 PEF는 물론 국내 기관 투자자도 발을 빼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임대사업자 대출 길이 막히면서 3~5년 내 회수하겠다는 LP들의 계획이 사실상 무너졌다"며 "국내 운용사(GP) 블라인드펀드에 출자한 모건스탠리, KKR, 하인즈 등은 장기투자 의지가 없어 GP에게 회수 방안을 내놓으라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임대주택 공급 역시 LH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신호를 내고 있지만, LH가 시행 역량과 자본 모두 충분치 않다는 점은 업계가 더 불안해하는 대목이다. 위례신도시 이후 본격적인 시행 경험이 거의 없는 LH가 갑작스럽게 대규모 사업을 총괄하는 게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금융권 지원과 공공자금 투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지주가 펀드 조성이나 저리 대출 형태로 지원하거나, LH가 대규모 공사채를 발행하는 방식이 거론된다. 대규모 채권 발행이 현실화되면 국내 연기금·공제회 등 주요 LP들도 이를 떠안아야 할 가능성이 커, 금융권과 공공재정 모두 부담이 집중될 전망이다.

      여전히 건설사들은 참여 의지가 미적지근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도급형으로 참여해봐야 사실상 남는 게 없다"며 "브랜드 단지 분양도 어렵고, 당장 수주 공백이 부담되더라도 적극 나설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중견사들은 안정적 수주처로 의미를 두려는 움직임도 보이지만, 공기 연장이나 노조 파업 등 변수가 발생하면 사업비 조정이 어렵다는 점에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책 의도는 분명하지만, 이를 감당해야 할 시장은 여전히 불편하고 때로는 불안하다. LH 직접 시행 확대와 민참사업 구조 조정이라는 공공 주도 정책이 중대재해처벌법과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공공과 민간의 역할, 자금 조달, 시행 역량 등 불확실성이 겹쳐, 시장 관계자들은 정책이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와 부담이 어디까지 집중될지를 조심스레 관망하는 중이다. 

      한 해외 투자자는 "정부가 직접 공급 전권을 쥐겠다는 메시지 속에서, 투자자들은 명확한 배제 신호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 참여 여지가 줄어든 가운데, 그 그림자가 점점 넓어지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