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가중자산 완화 논의 지지부진…NPL 매입 속도 못 내는 은행계 F&I
입력 2025.10.23 07:00
    올해 NPL 8조원대 전망…유암코 독주 고착화
    NPL에 적용되는 RWA 150%, 완화 논의 지지부진
    은행계 제약 지속, 키움·대신F&I 존재감 확대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은행권의 올해 부실채권(NPL) 매각 규모가 지난해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금융지주 산하 하나F&I와 우리금융F&I는 위험가중자산(RWA) 규제 영향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올해도 연합자산관리(유암코)의 독주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은행권의 NPL 매각 규모는 미상환 원금잔액(OPB) 기준 약 8조원대 후반 수준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8조3000억원보다 소폭 늘어난 수준이다. 작년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역대급 거래량을 보였던 만큼, 올해 역시 높은 수준의 물량이 소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경기 둔화와 건전성 관리 강화로 인해 은행권의 부실채권 매각은 연중 꾸준히 이어졌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이연됐던 부실 인식이 반영되면서, 4대 시중은행(KB·신한·하나·우리)의 요주의 여신 규모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시장 점유율 측면에서는 유암코가 여전히 압도적인 1위를 지키고 있다. 유암코는 올해도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의 점유율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2024년 기준 NPL 매입액 기준 시장점유율은 유암코 46.6%, 하나F&I 12.6%, 우리금융F&I 10.2%, 대신F&I 17.3%, 키움F&I 13.0%였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비슷한 구도가 이어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나F&I와 우리금융F&I는 여전히 RWA 부담으로 적극적인 매입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다. 두 회사 모두 소속 금융지주의 자본비율(BIS) 관리 기조에 따라 위험자산 투자를 제한하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현행 규정상 NPL에는 150%의 위험가중치가 적용된다. 금융지주는 NPL 전업사라는 업종 특성을 반영해 이 비율을 낮춰달라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논의는 본격화하지 못했단 설명이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RWA 제도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TFT)를 운영했으나, 구체적인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금감원 역시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금융위원회·금소원 분리 논의 등 현안이 많아 RWA 완화 논의의 우선순위가 뒤로 밀렸다는 설명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에 RWA 규제 완화 움직임이 있어서 기대감이 있었지만, 당국이 큰 틀의 감독체계 개편 이슈가 겹쳤던 데다 RWA보다 더 시급한 현안이 있어 규제 완화 논의가 사실상 멈춰 있다"고 설명했다. 

      NPL 전업사들은 올해 공모 회사채 시장을 통해 자금을 대거 조달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유암코·하나F&I·우리금융F&I·대신F&I·키움F&I 등 5개사의 올해(1~9월) 공모채 발행액은 총 2조6000억원을 넘었다. 이미 지난해 연간 발행 규모의 90%를 소화한 수준이다.

      시장 반응도 뜨거웠다. 수요예측에서 12조원 이상의 주문이 몰리며 모든 발행이 완판됐다. 다만 업계에서는 공모채 발행으로 유동성은 확보했지만, RWA 규제가 그대로인 이상 은행계 F&I의 실질적인 매입 여력 확대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비은행계 전업사인 대신F&I와 키움F&I는 상대적으로 여건이 나은 편이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하반기부터 NPL 매입 규모를 확대하며 존재감을 키워왔다. 대신F&I는 지난해 이후 유상증자와 자본 확충을 통해 투자 여력을 확보했고, 키움F&I 역시 꾸준한 유상증자로 자본 규모를 늘렸다.

      업계에서는 대신F&I와 키움F&I의 확대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두 회사 모두 신용등급 관리와 자금조달 비용 부담을 고려해 매입 속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NPL 업계 관계자는 "올해 시장 규모는 지난해를 넘어설 것으로 보이지만, RWA 제도 개선이 지연되면서 은행계 F&I의 역할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며 "비은행계와 유암코 중심의 구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