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 탓에 조달 일정 꼬인 KT, 공모채 최대 3000억 조달
입력 2025.10.30 07:00
    해킹 사태로 철회했던 조달 계획 다시 가동
    단기차입 만기 앞두고 선제적 자금 확보 나서
    AAA급 이슈어…올해 첫 20년물 초장기물 구성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KT가 해킹 사고로 미뤘던 공모 회사채 발행 일정을 다시 꺼내 들었다. 연말로 갈수록 단기차입금 상환 부담이 커지는 데다, 발행시장이 견고한 투자 수요를 보이자 다시금 공모채 시장 문을 두드리는 모습이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T(AAA)는 총 1500억원 규모로 공모 회사채 조달 계획을 세웠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 한도도 열어뒀다.

      트랜치(만기)별로는 3, 5, 10, 20년물을 발행할 계획이며, 구체적인 조달액과 공모 희망 금리 수준은 아직 논의 중인 상태다. 오는 11월 18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진행하고, 27일 발행을 목표로 한다.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iM증권 등이 주관 업무를 맡았다.

      이번 발행은 KT의 올해 첫 공모채 조달이다. KT는 지난 9월 비슷한 규모로 공모 회사채 발행을 준비했지만, 해킹 사태가 불거지면서  조달 일정을 전면 철회한 바 있다. 당시 시장에서는 KT가 경쟁사인 SK텔레콤보다 낮은 금리 수준을 맞추려 했으나, 보안 이슈로 투자심리가 위축되자 일정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모집액도 2000억원에서 1500억원 규모로 줄었다.

      당시 KT는 무단 소액결제 해킹 사태가 발생했다. 당국 조사와 함께 회사 내부 점검이 이어지면서, KT는 조달 일정을 잠정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 KT는 현재 개인정보 유출 고객 2만2000여 명에 대해 번호이동 위약금을 면제해 주는 등 후속 조치를 진행 중이다.

      KT의 올해 3분기 실적은 표면적으로 견고하다. 연결기준 3분기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평균 전망치)는 6조8900억원, 영업이익은 5100억~5400억원대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해킹 사고와 관련한 보상 비용 등은 4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으로 보여 향후 수익성 지표에 일시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경쟁사인 SK텔레콤을 다소 의식해 조달 일정을 늦췄다는 의견도 나온다. 당시 SK텔레콤이 9월 초 공모채 발행 금리가 개별 민평 금리와 동일한 수준(PAR)에서 결정됐다. KT는 이보다 낮은 금리 수준에서 자금 조달을 희망했으나, 소액결제 해킹 사태로 발행을 미뤘다는 설명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채권시장에서 KT와 SK텔레콤 간 크레딧 변별력은 크지 않다"며 "KT가 (SK텔레콤보다) 금리를 낮추기 위해 발행 시점을 저울질했다"고 말했다.

      이번 발행은 차환을 위한 선제적 현금 확보로 알려졌다. KT의 만기 1년 이내 단기차입금 규모는 5884억원이다. 이 중 사모 전자단기사채(CP) 잔액이 4000억원을 차지한다. 회사채 만기도 내년 초부터 순차적으로 돌아온다. 오는 2026년 1월 3900억원, 2월 1200억원 등의 규모다. 이번 공모채 발행을 통해 단기성 차입 구조를 장기물로 전환하고, 금리 부담을 줄이려는 의도다.

      시장에서는 KT가 수요예측에서 양호한 성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흔치 않은 AAA등급 초우량물인데다, 공모채 시장에서 올해 첫 20년물 조달로 장기물 수요가 이를 메꿔줄 것이란 설명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 운용역은 "해킹 이슈가 브랜드 이미지에는 일시적으로 타격이 있겠으나, 재무적 여력이 충분해 실질적인 신용 리스크로 보기는 어렵다"며 "우량채 금리가 안정세를 보이는 만큼 흥행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