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에 흔들렸던 재계…포스코·한화·HD 신년사 키워드에 '안전'
입력 2026.01.02 17:11
    지난해 건설·철강·조선업계 화두는 '중대재해'
    사망사고 반복된 현장들…올해도 사고 대비에 만전
    정부의 엄벌 예고에 총수 신년사 키워드에도 '안전' 꼽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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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지난해 건설·철강·조선 등 노동집약적 산업 전반의 화두는 중대재해였다. 잇따른 사망사고에 건설사들은 사과문을 미리 써두고 공사하는 경우까지 발생했고, 철강·조선사들도 사고를 막기 위해 고삐를 죄는 모습이 나타났다.

      올해 재계 총수들의 신년사에는 '안전'이 키워드로 떠올랐다. 포스코그룹, 한화그룹, HD현대그룹 등 노동집약적 사업 비중이 큰 그룹들은 일제히 '안전'을 최우선으로 꺼냈다.

      장인화 포스코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작업 현장의 안전이 생산·판매·공기·납기·이익보다도 최우선의 가치임을 다시 한번 깊이 되새겨야 한다"며 지난해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현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성과에도 불구하고 그룹 사업장에서 연이어 발생한 안전사고로 피해자와 유족들께서 큰 아픔을 겪었다"며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지금 이러한 일(산업재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코그룹은 지난해 수 차례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4월 있었던 포스코이앤씨의 신안산선 5-2 공구 광명 터널 붕괴 사고에선 당시 현장과 인근 도로가 무너지면서 근로자 1명이 숨졌는데, 정부는 이에 대해 포스코이앤씨를 두고 엄벌하겠다고 강력 대응에 나섰다.

      정부가 엄벌 기조를 분명히 하자 포스코는 안전보건 자문 서비스 자회사인 포스코세이프티솔루션을 설립하고, 전사적인 안전 강화 조치를 추진하는 등 사후 대책을 내놨다. 

      그럼에도 지난달 신안산선 복선전철 4-2 공구 공사 현장에서 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포스코이앤씨는 신안산선 사고 외에도 ▲1월 김해 아파트 신축현장 추락사 ▲대구 아파트 승강기 추락 방지망 설치 중 사망 ▲경남 의령군 고속도로 현장 굴착기 끼임 사고 등 연이어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모회사인 포스코도 포항제철소에서 화학사고로 사망자가 나오며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연이은 사고에 관련 업계에선 장인화 회장의 임기에 부담이 갈 수 있단 관측도 나오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그룹에서 사망 사고가 다수 발생하면서 지속적으로 이슈화했고, 올해는 어떤 식으로든 탈이 나지 않도록 그룹 전반에 걸쳐 안전에 만전을 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그룹도 신년사를 통해 안전을 주요 키워드 중 하나로 내세웠다.

      김승연 회장은 신년사에서 "무엇보다 안전 최우선의 원칙을 명심하기 바란다"며 "안전은 지속 가능한 한화를 위한 핵심 가치"라고 했다. 김 회장은 이어 "성과가 생명을 대신할 수 없다. 모든 현장의 리더들은 생명을 지킨다는 각오로 안전 체계를 꼼꼼하게 다시 점검하고, 실효성이 검증된 안전 기준을 현장에 정착시켜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화오션에서는 지난해 중대재해 사망 사고가 2건 발생했다. 지난해 9월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선주사 직원이 사망했고, 그해 10월에는 하청업체 소속 60대 노동자가 숨졌다. 

      한화오션은 2024년 국정감사에서 중대재해와 관련해 질타를 받은 바 있다. 그해에만 4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게 이유였다. 당시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책임자는 "아직은 충분한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상황으로 계속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해에도 중대재해가 발생하게 됐는데, 국감을 앞두고 발생한 사망사고에 "또다시 국감에 불려 나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한화오션은 관계자들은 국감에 소환되진 않았다. 

      HD현대그룹도 사업장에서의 안전을 당부했다.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우리 모두의 안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과감한 혁신과 두려움 없는 도전을 향한 우리의 노력은 모두 물거품이 될 것"이라며 "HD현대가 '가장 안전한 일터'가 될 수 있도록 임직원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힘을 모아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HD현대그룹은 5년간 3조5000억원을 안전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회사는 또 안전보건 체계 '더 세이프 케어(The Safe Care)'를 전 계열사에 도입하겠다고 했다. 

      노무 이슈에 상당히 민감한 현 정부 아래 기업들은 올해에도 중대재해 발생을 막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철강·조선·건설처럼 사고 리스크가 구조적으로 큰 산업들은 언제든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시적인 긴장 상태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