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부터 '첫 적용' 국면…KB 회추위가 시험대 될까
BNK 이후 금융지주 검사 확대 전망…JB·우리금융順 관측
'관치 금융' 목소리에 금융당국도 지나친 개입 부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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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추진해 온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태스크포스(TF) 출범이 결국 해를 넘겼다. 지난해 말까지 가동을 목표로 했던 일정이 미뤄지면서,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주총)를 앞둔 금융지주 인선에는 제도 변화가 직접 반영되기 어렵다는 판단이 힘을 얻고 있다. 이 경우 지배구조 개선 논의가 실제로 작동하는 첫 국면은 연말 회장 임기 만료를 앞둔 KB금융지주 인선 과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 TF는 아직 첫 회의 일정조차 확정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가 TF 구성과 논의 범위를 두고 협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개선 방향을 구체화하고 이를 규정 개정이나 입법으로 연결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이로 인해 3월 주총을 앞둔 금융지주 인선에는 TF 논의가 사실상 반영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현재 신한금융과 우리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들은 이미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 구성과 사외이사 선임 절차를 일정에 맞춰 진행 중이다. TF가 가동되더라도, 단기간 내 인선 기준을 새로 적용해 후보군을 재구성하거나 절차를 수정하기에는 물리적 제약이 크다는 설명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제도가 바뀐다 해도 올해 상반기 인선은 기존 틀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권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다음 인선 일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KB금융은 올해 말 회장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어, TF 논의 이후 마련되는 지배구조 개선 방향이 실제 인선 절차에 처음으로 반영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의 임기는 오는 11월까지로, 통상적인 일정에 비춰볼 때 하반기부터 차기 회장 선임 절차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다른 금융지주들이 이미 회장 연임 여부를 포함한 인선 절차의 상당 부분을 진행했거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과 달리, KB금융은 TF 논의 결과를 인선 프로세스 설계에 반영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남아 있는 셈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당국이 지배구조 개선의 실질적인 적용 사례를 만들고자 한다면, 일정상 KB 인선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며 "현 회장이 지난 정권 인사라는 정치권의 인식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KB 인선에서 핵심은 단순한 연임 여부가 아니라 절차의 설계 방식이다. 지배구조 TF 논의의 초점은 최고경영자 자격 요건, 임추위의 독립성, 사외이사 추천 구조 등으로 모아지고 있다. 특히 사외이사가 실질적으로 CEO 선임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임추위 논의가 특정 인물이나 이해관계에 치우치지 않았는지가 주요 검증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KB금융은 사외이사 공모제를 운영하고 있지만, 금융당국과 정치권은 제도 도입 여부보다 실제 작동 여부를 더 중요하게 보는 분위기다.
앞선 관계자는 "형식은 이미 갖춰졌다는 평가도 있지만, TF 논의 이후에는 그 형식이 어떻게 작동했는지가 더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금융권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BNK금융지주 검사가 향후 J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금감원 검사 인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지방금융지주를 중심으로 순차 점검이 이뤄질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이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이 같은 검사 흐름이 지배구조 TF 논의와 맞물리며, 당국이 상반기에는 검사와 사례 축적에 무게를 두고 하반기부터 제도·인선 문제로 초점을 옮길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함께 제기된다.
다만 금융당국 역시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정 금융지주 인선에만 제도적 기준이 집중될 경우 형평성 논란과 함께 '인선 개입' 논쟁이 불거질 수 있다.
실제로 국회 정무위 야당 간사인 강민국 의원은 최근 "이재명 정부의 금융감독원을 통한 관치 금융이 횡행하고 있음이 한국회계기준원 원장 선임 과정 개입과 BNK금융지주 회장 선임 과정에 대한 유례없는 수시검사 진행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며 금융당국의 행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지배구조 TF 출범이 늦어지면서 올해 상반기는 사실상 공백 구간이 됐고, 제도 논의의 실질적 적용 시점은 하반기 이후로 넘어가고 있다. 이 구조 속에서 KB금융은 의도치 않게 첫 시험대에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검사와 제도 논의가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결국 시장과 당국이 가장 먼저 보게 될 사례는 KB 인선이 될 수밖에 없다"며 "KB가 어떤 절차를 선택하느냐가 다른 금융지주들의 기준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