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이 아닌 미래가 주가 이끈다"
대차잔고 증가하지만 "고평가 아냐"
로보틱스 사업 현실성 늘었다는 평가
자율주행 완성도는 아직…독자 노선 전망
-
현대자동차그룹이 피지컬 AI를 본격화하며 각 계열사의 주가가 연일 신고가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주가가 연초 이후 약 40% 올랐으며, 우선주를 포함하면 시총 100조원에 도달했다. 현대오토에버는 약 50% 상승했으며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도 급등했다.
주가가 급상승한 만큼 대차잔고도 늘었다. 올해 현대차의 대차거래금액은 약 2조원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한미반도체,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5위를 기록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대차잔고 증가는 공매도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공매도를 하기 위해 미리 주식을 빌리며 이 과정에서 대차잔고가 증가한다. 투자자들이 매도(숏) 포지션을 준비하고 있어 시장 분위기가 전환하면 언제라도 주가가 하락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현재 기관투자자들은 현대차 등 피지컬 AI를 등에 업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주가가 고평가가 아니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운용업계에 따르면 대차잔고가 증가한 건 헤지 거래, 차익 거래의 성격이 더 짙다는 분석이다. 연일 신고가를 갱신하는 현대차그룹의 주가가 더 상승할 거란 국내외 증권가의 전망도 연이어 나오고 있다.
특히 투자자들은 이번 2026년 국제가전박람회(CES) 이후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사업에 현실성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2021년 인수한 로보틱스 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공개되자 호평이 잇따랐다. 그동안 로보틱스 투자가 자기자본이익률(ROE)를 훼손한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피지컬 AI 상용화로 가치가 본격 열릴 국면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흥국증권은 "이번 CES를 통해 기존에 강점으로 평가받아 온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하드웨어 역량 대비 불확실성이 존재했던 소프트웨어 역량이 구글 딥마인드와의 협업을 통해 상당 부분 해소된 것으로 판단한다"며 "'2028년부터 연간 3만대 규모의 양산 계획과 제조 현장 투입에 대한 구체적인 타임라인이 제시되면서 현대차의 로보틱스 사업이 상당 부분 현실화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 CES에서 엔비디아가 자율주행 차량용 AI 플랫폼인 '알파마요 R1'을 공개해 현대자동차그룹은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관련한 전략적 선택지를 확대할 수 있게 됐다"며 "자율주행 기술의 내재화와 외부 협력 사이에서 방향성을 모색 중인 현대자동차그룹 입장에서 실현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대안이 제시됐다"고 덧붙였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기업공개(IPO)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데, 기업가치가 올라갈수록 현대차그룹의 주가 또한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이 인수할 당시 1조2000억원을 인정받은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기업가치는 2025년 9월 시리즈 C 투자에서 약 56조원 가치를 인정받았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지난 2025년 하반기 유상증자를 진행한 이후 추정 지분율은 정의선 회장 22.6%, HBM Global 56.5%, 현대글로비스 11.3%다. HBM Global은 현대차가 49.5%, 기아가 30.5%, 현대모비스가 20% 보유하고 있다.
iM증권은 "(현대차그룹의 주가 상승) 기폭제는 CES 2026에서 공개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 및 그룹사와의 시너지, 현대차그룹의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분 가치였다"며 "보스턴다이내믹스의 가치를 20조원, 30조원으로 가정하면 현대차가 보유한 보스턴다이내믹스의 지분 가치는 각각 5조6000억원, 8조4000억원이다"고 설명했다.
다만 본업인 자동차의 경우 산업 전망이 우호적이지 않다. 미국 관세 정책으로 수익성 감소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의 전기차 세제 혜택이 종료된 점도 악재로 꼽힌다.
자율주행은 기술적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테슬라가 글로벌 시장에서 FSD(Full Self Driving)를 보급하며 110억km 이상의 실주행 데이터를 확보하는 동안 현대차는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정의선 회장도 테슬라나 중국업체 대비 기술 격차를 인정한 바 있다.
현대차는 독자 개발 노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에는 엔비디아 출신의 박민우 박사를 신임 AVP본부장 및 포티투닷(42dot) 대표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신임 사장 영입을 통해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 기반 차량(SDV; Software Defined Vehicle)과 자율주행 기반 차량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단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는 미래에 관한 기대감을 확신으로 증명해야 하는 구간에 돌입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