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수 급증에도 숙련 인력 부족…경력직 채용 상시화
"성과 압박·보상 한계 겹쳐 이탈 지속"…운용 안정성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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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급격히 커지며 인력 확보에 대한 자산운용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현재 인력 구조는 이른바 '호리병'형으로, 실무를 담당할 중간 연차의 인력이 태부족이라는 전언이다. 특히 80년대 중후반생, 40세 전후 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5일 운용업계에 따르면 국내 ETF 시장 순자산총액이 340조원, 상장 상품 수 1000개를 넘어서며 관련 인력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 특히 중간 의사결정 및 관리를 담당해 줄 대리~차장급 인력에 대한 인력 확보전이 치열하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실무급 운용인력 1명당 일자리 수가 3개에 달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실제 최근 자산운용사 채용 공고를 보면 이러한 분위기는 비교적 뚜렷하게 드러난다. 금융투자협회 채용 게시판에서는 상품전략·리서치·마케팅 등 ETF 부문에서 대리~차장급 경력직을 찾는 공고를 대형사와 중소형사를 가리지 않고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실무와 관리의 허리를 담당해야 할 차장급 이하 중간 연차를 겨냥한 수요가 전반적으로 늘어난 모습이다.
ETF 부문의 '중간 허리급' 인력난의 근본 원인으로는 시장 성장 속도를 인재 양성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ETF 시장은 단기간에 급팽창했지만, 관련 실무 경험을 충분히 축적한 전문 인력 풀은 여전히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 ETF 순자산총액은 2023년 말 121조원 수준에서 이달 초 기준 341조원으로 늘었고, 상장 상품 수 역시 1070개까지 확대됐다. 불과 3년여 만에 순자산과 상품 수가 모두 세 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이 같은 외형 성장과 달리 인력 구조는 뒤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업계 전반에서 나온다. 신입과 고연차 인력은 비교적 존재하지만, 실무를 가장 많이 떠안는 80년대 중후반생 연차대가 비어 있는 이른바 '호리병형' 구조가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ETF가 지금처럼 자산운용사의 핵심 사업으로 부상하기 전에는 해당 연차대 채용과 육성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았고, 그 공백이 시간이 지나며 그대로 드러났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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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공모펀드 사업 위축으로 자산운용사 전체 인력 총량을 공격적으로 늘리기 어려워진 데다, 상품 수수료 인하 경쟁으로 수익성이 압박받는 구조 역시 인재 확충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로 인해 원하는 경력직 채용이 쉽지 않자, 자산운용사들은 신입 채용으로 당장의 인력 부족을 메우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대형 운용사는 연초 ETF 운용 부서에 신입 인력을 배치했으며, 한 하우스는 지주 차원에서 채용한 신입을 ETF 부서로 전환 배치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운용업계가 중간 관리자 확보에 특히 공을 들이는 이유는 ETF 부문의 업무 특수성 때문이다. ETF는 상품 개발에 그치지 않고 출시 이후에도 자산 재조정(리밸런싱), 유동성공급자(LP)와의 거래 조율, 거래소 공시, 기관 주문 관리 등 일상적인 관리 업무가 지속적으로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숙련도를 갖춘 인력이 필수적인 만큼,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저연차 인력을 관리·육성할 수 있는 차장급 중간 관리자의 수급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중간 관리자 수요가 커지는 환경에서도, 오히려 이탈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업계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요소는 성과 압박이다. ETF는 거래량과 수익률이 곧바로 성과 지표로 연결되는 구조로, 주요 운용사 간 점유율 경쟁이 심화되면서 상품별 성과 비교와 내부 평가가 상시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커지는 업무 압박에 비해 보상 체계는 다른 금융업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자산운용업계는 증권사 등 타 금융사에 비해 성과급 등 연봉 수준이 낮은 편으로 알려져 있다.
다수 하우스의 차장급 ETF 운용역 연봉이 7~9000만원 수준으로 전해지는데, 이는 비슷한 연차의 증권사 프라이빗뱅커(PB)나 기업금융(IB) 인력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다는 평가다. 이로 인해 운용역들이 증권사 LP 부서 등 타 금융사로 이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전언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ETF는 시스템 산업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 부분이 맨파워에 의존하는 구조"라며 "숙련된 중간 연차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신상품 확대는커녕 기존 상품 유지·관리만으로도 조직 부담이 커질 수 있어 회사마다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