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짜미 대출'과 '쪼개기 ISA'… 금감원, 증권가·부동산신탁발 자본시장 검사 예고
입력 2026.02.26 07:00
    금융위 고위 관계자 "시장과 제도 괴리" 관망세 속
    금감원 금융투자검사국 '검사 휴지기' 종료
    중소형 GP 사익편취 및 내부통제 전수조사 가능성
    '승인 그때는 맞았나'…자본시장 라인 책임론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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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자본시장의 도덕적 불감증이 임계치를 넘었다는 경고음이 금융당국 심장부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특정 증권사와 부동산신탁사 사이의 대규모 대출을 ‘기형적 짬짜미’로 규정하며 검사 착수를 시사한 데 이어, 개인종합관리계좌(ISA)를 활용한 편법 자금 운용 실태까지 정조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번 사정 정국은 단순한 개별 금융사의 부실을 넘어, 과거 대주주 변경 승인을 내준 정책 당국 라인에 대한 책임론과 중소형 사모펀드(PEF) 업계 전반의 ‘사익편취’ 전수조사로 번질 기세다.

      증권사-신탁사, 1300억 대출의 실체… "검사 안 나갈 이유 없다"

      최근 금융권의 최대 뇌관은 특정 증권사 대주주와 부동산신탁사 사이의 기묘한 거래다. 금감원은 해당 증권사가 신탁사를 대상으로 실행한 1300억원 규모의 부실 대출 과정에서 내부통제가 무력화된 정황을 포착했다. 특히 신탁사 경영진의 비상장 주식을 담보로 한 대출 과정에서 ‘대가성 거래’가 있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당 증권사 검사에 대해 안 나갈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금융투자검사국은 최근 짧은 휴지기를 끝내고 증권사 검사 모드에 돌입한 상태다. 금감원 실무 부서 측은 "법적·회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을 이미 살펴봤으며, 문제점이 포착된다면 즉각 검사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번 검사가 단순한 대출 부실 확인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대출 과정에서 치명적인 결함이 입증될 경우, 과거 해당 증권사의 대주주 변경을 승인했던 당시 정책 당국 자본시장 라인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ISA의 배신… ‘공모’ 탈을 쓴 ‘사모’ 쪼개기 판매 기승

      금감원의 또 다른 칼날은 서민들의 재산 형성 수단인 ISA 계좌를 향하고 있다.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ISA에 담을 수 있는 집합투자증권은 공모펀드와 ETF로 제한된다. 그러나 일부 증권사가 수익률 제고를 명목으로 공모펀드 내부에 사모펀드를 ‘쪼개기’ 방식으로 편입해 판매해온 정황이 드러났다.

      이는 명백한 자금 유용이자 법 취지 위반 소지가 크다. 금감원은 증권사들이 ISA 자금을 어디에 투자하고 있는지 상세 내역을 들여다볼 방침이다. 당국 관계자는 "ISA의 투자 내역을 정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며 증권사들의 편법 운용에 경고장을 날렸다.

      이에 대해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해당 관계자는 “시장에서 풀어야 할 문제와 제도로 풀어야 할 문제가 따로 있다"며 "ISA는 고객들이 각자 투자하는 것이기에 공적 성격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금감원의 공격적인 검사 기조에 대해선 "금감원만의 생각이 있지 않겠느냐"며 묘한 온도 차를 보였다.

      중소형 GP 진영의 위기… "신의성실 원칙 실종됐다"

      금감원의 시선은 이제 증권사를 넘어 중소형 사모펀드(PEF) 진영 전체로 확장되고 있다. 특히 대주주들의 자금 유용과 사익편취 행위에 대한 전수조사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GP(위탁운용사) 진영은 공포에 휩싸인 분위기다.

      금감원 실무 부서는 올해 검사 방향에 대해 "GP들이 내부통제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신의성실 원칙에 따라 운용되고 있는지 중점적으로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운용 컨셉과 다르게 자금을 집행하거나 대주주의 사적 이익을 위해 펀드 자금을 동원하는 행태를 더 이상 묵과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현재 금감원 금융투자검사 체계는 국별 분산 검사 시스템을 통해 GP, 운용사, 증권사를 교차 담당하며 연쇄적인 사고 발생에 대비하고 있다. 다만 현장에서는 한 명의 담당자가 여러 업권을 맡다 보니 업무 로드가 심화되고, 의견 취합이 어려워 검사 방향 발표가 지연되는 등의 실무적 고충도 감지된다.

      인허가 박탈까지 가나… 금융위-금감원 사이의 ‘미묘한 정적’

      체감되는 사정 강도와 달리 금융위원회는 여전히 '제도적 접근'을 강조하며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당국 핵심 관계자는 "문제가 된다면 다루겠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파악한 내용은 없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그러나 시장의 시각은 다르다. 만약 금감원 검사를 통해 증권사와 신탁사 간의 거래에서 치명적인 대가성이 입증될 경우, 정책 당국은 '인허가 방치'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는 최악의 경우 관련 금융기관의 ‘인허가 박탈’이나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는 초대형 악재다.

      자본시장의 심판관을 자처하는 이들의 시각에서 볼 때,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금융 사고가 아니다. 지배구조의 허점을 이용해 사익을 취하려는 '보이지 않는 손'들과,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당국의 '태만한 시선'이 충돌하며 빚어낸 필연적인 파행이란 해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사정의 칼날 끝에 일부 금융사의 이름이 '퇴출 명단'에 오를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