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에 멈춘 브릿지-셀다운…리츠·IB 자금순환 구조 흔들
입력 2026.02.26 07:00
    총액 인수 전제로 외형 키웠던 상장리츠들
    자산 매각·증자 막히자 증권사 북에 체류
    회사채로 시간 벌지만 차환 부담은 쌓여
    세금·RWA 부담까지 겹치며 IB 관행 재점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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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상장 리츠와 코어 오피스 시장을 떠받쳐온 증권사의 자금 조달 관행이 시험대에 올랐다. 저금리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굴러가던 '총액 인수–단기 셀다운(기관투자자 재매각)' 모델이 고금리와 유동성 경색 국면에서 구조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브릿지 자금은 짧게 머물고, 기관 자금은 빠르게 유입된다는 전제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모습이다.

      상장 리츠는 자산을 먼저 편입한 뒤 유상증자나 자산 매각으로 구조를 정리해왔다. 그 사이를 증권사가 총액 인수로 메우고, 일정 기간 내 기관에 셀다운하는 방식이다. 자산을 선취득하고, 이후 자본을 확충해 레버리지를 관리하는 구조였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 환경에서는 이 순환이 비교적 원활하게 이어졌다.

      최근 이 모델이 흔들리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디앤디플랫폼리츠다. 영등포 오피스 '세미콜론 문래' 매각이 이달 중순 무산되면서 연결된 자금 구조까지 제동이 걸렸다. 해당 자산은 리츠 전체 운용자산(AUM)의 55.7%를 차지하는 핵심 자산이다. 우선협상대상자였던 NH아문디자산운용은 약 3500억원에 인수를 추진했다. 

      그러나 기관투자자 모집이 원활하지 않았고, 결국 인수 포기가 통보되며 거래는 중단됐다. 문제는 세미콜론 문래 매각이 단순 엑시트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매각 대금은 디앤디의 서울 수송동 '수송스퀘어' 잔여 지분 인수 재원으로 예정돼 있었다. 수송스퀘어는 약 5800억원에 인수된 자산으로, 이 가운데 우선주 약 900억원을 KB증권이 총액 인수했다. 당초 구상은 자산 매각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총액 인수 물량을 정리하는 구조였다.

      매각이 불발되면서 총액 인수 물량의 회수 일정도 함께 밀렸다. 시장에서는 KB증권의 디앤디 관련 익스포저만 1500억원 안팎으로 추산한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총액 인수는 브릿지 성격인데, 매각이 지연되면 증권사 장부에 자산이 남는다"며 "전제가 무너지면 구조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장 리츠 전반의 자금 사정도 녹록지 않다. 다수 리츠의 주가가 순자산가치(NAV)를 밑도는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유상증자 부담이 커졌다. 할인 발행은 기존 주주 반발로 이어지고, 증자 타이밍을 놓치는 사례도 나타난다.

      일부 리츠는 회사채 발행으로 방향을 틀었다. 신한알파리츠는 회사채 발행 한도를 3500억원까지 확대했고, JR글로벌리츠는 A- 등급으로 6%대 금리에 공모채를 발행했다. 증자 대신 차입을 택해 시간을 벌겠다는 선택이다.

      다만 최근 회사채 발행은 신규 자산 편입보다 기존 차입금 상환이나 만기 연장 목적이 적지 않다. 업계에선 "성장을 위한 자금이라기보다 방어적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회사채는 만기가 존재한다. 매각이나 증자가 뒤따르지 않으면 차환(롤오버)이 반복되고, 레버리지 구조는 앞당겨 정리되지 않는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브릿지 자금이 단기에 소화됐지만 지금은 만기 구조가 앞으로 밀리고 있다"며 "자산 매각이 동반되지 않으면 총액 인수 모델도 부담이 커진다"고 말했다.

      총액 인수 물량이 장기화될 경우 증권사는 또 다른 규제 부담과 맞닥뜨린다. 리츠 지분 보유 비중이 높아질 경우 간주취득세 이슈가 발생할 수 있고, 금융지주 체제에서는 위험가중자산(RWA) 증가로 이어진다. 

      일부 거래에서는 50% 초과 보유를 피하기 위해 SPC를 활용해 지분을 분산하는 구조도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부동산 업계에서는 "리스크 관리 차원의 설계라기보다 규제 부담을 우회하기 위한 구조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같은 흐름은 실물 오피스 시장에서도 감지된다. 서울 연지동 현대그룹 사옥은 약 4500억원에 거래됐으며, 보통주 상당 부분을 하나증권이 선투입했다. 셀다운이 지연되면서 자금 회수 일정도 길어졌다. 강남 AP타워 등 일부 자산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거론된다.

      앞선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총액 인수 후 3~6개월 내 셀다운이 자연스러웠지만 지금은 기관 자금이 빠르게 움직이지 않는다"며 "브릿지 전제를 두고 구조를 짜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워졌다"고 말했다.

      상장 리츠는 배당 중심으로 설계된 상품이다. 내부 유보가 크지 않은 만큼 외부 자본 조달이 원활해야 확장 모델이 작동한다. 매각과 증자, 셀다운이 동시에 돌아갈 때는 외형 확대가 가능했지만, 세 축이 동시에 흔들릴 경우 선택지는 제한적이다.

      리츠업계는 이 같은 상황이 증권업계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회사채 차환과 자산 매각이 전제된 구조에서 어느 한 축이라도 지연될 경우, 총액 인수로 선투입된 자금이 예상보다 길게 묶이게 된다. 브릿지 자금이 상시화되면 이는 일시적 익스포저가 아니라 구조적 부담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별 딜의 성패를 넘어, 리츠와 증권사가 맞물린 브릿지 자금 순환 모델 자체가 조정 국면에 들어선 상황이다.

      앞선 증권사 관계자는 "PF가 브릿지에서 막혔듯이, 실물 부동산도 브릿지에서 막히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