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조건 변경 시 노조 쟁의행동 대상 될 가능성도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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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이 부산 이전 가능성으로 다시 시끄럽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9일 소셜미디어(SNS)에 HMM 본사가 곧 이전될 것이란 점을 시사하는 내용의 게시물을 게재하면서 정부 차원의 이전 압박이 거세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본사 이전은 산업은행 등이 HMM 지분을 매각할 선 조건으로도 여겨졌던 만큼 이전 여부, 시기 등에 재차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전 추진 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에도 관심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당장 서울 근무 인력이 다수인 육상 노조는 본사 이전 시 파업은 물론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조가 파업 혹은 소송을 진행한다면 통상 노동조합법에 따라 처리될 가능성이 높은데, 노동조합법은 사업주에 대한 형사 처벌 규정이 있는 만큼 상황의 추이를 지켜보는 눈이 많은 상황이다.
HMM 사례의 경우 개정된 노동조합법, 이른바 노란봉투법과 충돌할 가능성도 있어 법조계의 주목도도 높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역균형발전의 일환으로 HMM 부산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만큼 서울 근무 인력은 근무지를 변경할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는데, 내달부터 개정된 노동조합법이 시행되면 노란봉투법의 첫 저촉 사례가 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노동조합법 개정안에 노동쟁의의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본사 이전을 비롯한 경영 판단의 경우 원칙적으로 노동조합법상 쟁의행위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예외적인 사안을 제외하고는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하거나, 공장을 해외에 이전한다는 이유만으로 노조가 파업을 비롯한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노동조합법이 개정되며 이런 경영 판단으로 인해 근로조건이 실질적, 구체적으로 변경된다면 쟁의행위 대상으로 해석될 여지가 확대됐다. 노조로서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본사 이전을 비롯한 기업의 여러 결정 사항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여력이 늘어난 셈이다. 실제 HMM 노조는 부산 이전 시 쟁의행동에 해당하는 파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
노조는 정관 변경을 저지하거나 이에 대한 효력을 정지하는 방안도 살펴보는 모습이다. HMM은 정관상 본점 소재지가 서울특별시로 규정돼 있어, 이전을 위해선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정관을 변경해야 한다. 내달 예정된 정기 주총에서 해당 안건이 다뤄진다면 산업은행(35.42%), 해양진흥공사(35.08%) 등 주요 주주를 대상으로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도 진행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노란봉투법이 실질적으로 시행되진 않은 만큼 고용노동부(노동부)를 비롯한 다양한 관계 부처, 기관이 어떤 해석을 내놓을지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예를 들어 노동부는 지난해 공개한 노동조합법 해석지침을 통해 기업의 공장 해외 이전 자체는 노동쟁의 대상이 아니지만, 이로 인한 해고나 배치 전환이 이뤄진다면 단체교섭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법조계에서도 본점 소재지의 변경이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두고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법무법인 한 관계자는 "본점 소재지나 공장 이전으로 인해 근로자 개인의 신분상 박탈 등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기업의 경영 판단 사항과 근로조건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다거나 이해관계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면서도 "노란봉투법 시행 초기인 만큼 단정적으로 볼 수는 없으며 추이를 지켜봐야 할 이슈"라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방으로의 사업장 이전의 경우 경영 판단 사항인 만큼 기존에는 원칙적으로 노조의 쟁의행위 대상에 해당하지 않았고, 예외적인 사례에 한정해서만 쟁의대상으로 판단됐다"면서도 "개정된 노동조합법에 따르면 노동쟁의의 대상이 되는 경영 판단 사항이 근로조건의 변동으로 이어질 경우 노조 차원에서 충분히 노동쟁의 대상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조가 본사 이전을 저지하기 위해 실제 법적 대응에 나선다면 이에 대한 결과에 따라 다른 해운사들의 부산 이전도 영향받을 전망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는 최근 한국해운협회에 기업들의 부산 이전 협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고, 한국해운협회 역시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 연휴를 기점으로 이전 시의 애로사항에 대한 설문조사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법조계 다른 관계자는 "기업의 본사 이전으로 인한 근로조건 변경이 노란봉투법과 충돌하냐에 대한 사례로 HMM이 꼽히는 상황에서 차라리 유관 기관의 해석이나 사례가 빠르게 나오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크다"며 "노란봉투법에 대해 여러 해석들만 많은 상황인 만큼 차라리 시행 이후 빠르게 사례가 만들어지길 바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