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의견 경청하겠다는 삼성전자…실천으로 이어질까
입력 14.11.11 09:00|수정 14.11.11 09:00
[Weekly Invest]
IT 업계 외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 의견 경청
"삼성전자 변화 위해선 관료적·폐쇄적 문화 탈피 해야"
  • [11월09일 12:00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게재]

     

  • 연이은 실적 악화로 위기론이 불거진 삼성전자가 외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나섰다. 각계각층의 전문가 의견을 듣고 지금의 스마트폰발(發)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그럼에도 삼성전자가 쉽게 바뀌겠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삼성전자가 새로운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관료적이고 폐쇄적인 조직문화의 근본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31일, 삼성전자는 45주년 기념행사를 가졌다. 이 행사에는 권오현 부회장을 포함해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 등 임직원 600여명이 참여했다. 권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변화 방향에 대해 밝혔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수용하고 포용하는 신뢰의 조직문화를 만들자"라는 부분이다. 실제 경영현장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최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은 외부인사를 초청해 삼성전자의 문제점에 관해서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IT업계 뿐 아니라 금융업계의 인사들도 초청하는 등 삼성전자의 문제를 다각적으로 살펴보는 중이다.

    미래전략실과 만남을 가진 한 인사는 상당히 편안한 분위기에서 여러 주제에 대한 대화가 오고 갔다고 전했다. 미래전략실 관계자들이 좋은 점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된다며, 현재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가감 없이 말해달라고 부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한다.

    그룹 측에서 격의 없는 자리를 마련한 덕에 참석자들도 자기 생각을 소신껏 이야기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 인사는 "미래전략실 쪽에서 오히려 적극적으로 문제점을 말해달라고 해서, 속에 있는 얘기, 없는 얘기를 다 꺼내놓고 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이런 움직임은 그룹 경영진단에서도 드러났다. 다른 그룹사와 달리 컨설팅 업체와 많은 업무를 진행하지 않던 삼성그룹은 삼성전기 경영진단에서는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와 함께 경영진단에 나섰다. 외부의 객관적인 시각으로 그룹의 문제를 살펴보겠다는 의중이다.

    다만 이를 통해 삼성전자가 얼마나 바뀔지는 미지수다. 과거 삼성전기 등도 외부 인사에게 기업 혁신 방향에 대해서 의뢰를 했었지만, 이후 딱히 사업적인 변화는 없었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3년 전부터 삼성전기의 지나친 삼성전자 의존도에 관해서 이야기 했지만, 실제 사업상의 변화는 없었다"며 "삼성전자 모바일 사업부 침체 속에 이제 와서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폐쇄적·관료적인 조직문화도 변화가 더딘 이유로 꼽혔다. 시시각각 급속도로 변하는 업계 환경 속에서 창의적이고 모험적인 시도가 필요하지만 현재의 삼성그룹 문화 내에선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만 하더라도 관리계층의 증가로 관료화가 심해졌다. 조직이 점점 비대해지면서 자기 밥그릇 지키기에 급급한 조직이 돼가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이런 조직문화는 외부 인재를 흡수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소프트웨어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해외에서 인재를 어렵게 데리고 와도, 회사의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문화에 적응을 못해 이탈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삼성전자가 변하기 위해선 위에서부터 근본적인 문화를 바꿀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전 임원은 "삼성전자가 게임 체인저가 되기 위해선, 관료적이고 수직적인 문화에서 탈피해 남의 의견을 수용하고 이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