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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와 K뱅크는 모두 중간 신용자를 위한 중금리대출을 향후 사업 목표로 내걸었다. 은행들의 신용정보 공유를 통해 운영되는 현 개인신용조회회사(CB; Credit Bureau) 기반 신용평가의 한계를 극복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핵심인 빅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신용평가는 구호에 그치고 있다. 카카오뱅크와 K뱅크는 모두 뚜렷한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양 사 빅데이터 활용한 새로운 신용평가 목표…평가 기술 확보는 '과제'
기존 신용평가는 대출 및 연체 이력, 카드 수 등 제한된 금융정보를 통해 신용을 평가해 왔다. 상위 등급(1~3등급)의 건전성과 하위 등급(8~10등급)의 부실률 파악은 가능하지만 중간 등급(4~7등급)에 대한 신용도 파악이 불가능한 한계를 갖고 있다. 약 2000만명에 가까운 중간 신용자들은 시중은행의 문턱을 넘지 못해 높은 금리의 대출을 받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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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는 자체 신용평가 시스템인 '카카오스코어'를 활용해 중간 등급의 신용을 재평가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존금융권 신용평가 데이터에 쇼핑몰 결제 정보 등 온라인 활동 데이터, SNS 활동 내역 등 추가 데이터를 통해 새로운 신용평가를 한다는 설명이다.
K뱅크는 KT의 통신 정보, 비씨카드의 거래 정보, KG이니시스와 다날 등 결제대행사(PG)의 결제 정보 등 주주사가 보유한 빅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평가모형인 CSS(Credit Scoring System)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인터넷전문은행 본인가가 다가오면서 새 신용평가 모델에 대한 의문은 커지고 있다. 방향은 제시했지만, 핵심인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기술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카카오뱅크나 K뱅크 모두 금융정보 외 추가 정보를 활용해 신용도를 평가해 본 경험이 없다"며 "가장 시급한 문제는 관련 기술을 개발해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컨소시엄 내에서도 출범 후 당장 새로운 신용평가를 내놓는 건 어려울 것이란 반응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빅데이터를 통한 신용평가는 지향점이지만 아직 구현까진 어렵다”라며 “초기에는 컨소시엄 내 서울보증보험을 통해 신용도를 조회하고 담보도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K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 관계자도 “참여사이자 고객사 입장이다보니 컨소시엄 내에서 문의도 많이 하고 회의도 하는데 구체적 신용평가 방안은 제시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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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日 '중금리 대출' 사실상 실패, 美 빅데이터 생태계 기반으로 부도율↓
해외 사례를 통해서도 새로운 신용평가의 어려움을 알 수 있다. 일본의 대표 인터넷전문은행인 지분뱅크, 제팬넷뱅크(Japan Net Bank)는 자체적인 중신용자 신용평가에 실패했다. 일본 인터넷전문은행들은 대부업체의 보증을 바탕으로 중간 신용자에게 약 15~16% 금리로 대출을 제공한다. 일본 내 대부업 금리가 19%인 점을 반영하면 사실상 '고금리'에 속한다.
미국에서는 주로 온라인 P2P(개인간거래)대출 업체를 중심으로 중금리 시장이 활성화했다. 온덱(OnDeck), 렌딩클럽(Lending Club) 등이 대표적이다. 업체들은 운영 초기 20%에 달하는 높은 부도율을 감수해야 했다. 안정성이 담보돼야 할 ‘은행업’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빅데이터 수집업체, 분석업체, 개발업체로 이뤄진 빅데이터 ‘생태계’를 활용해 새로운 신용평가를 구축했다"며 "신용정보법 등 규제로 빅데이터 활용의 첫걸음도 떼지 못한 한국에서 자체 신용평가 모델 개발에 성공한다는 건 기적에 가깝다"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신용평가 모델 개발에 어려움을 겪는 사이, 외부에서 핀테크를 활용하는 업체들이 등장하고 있다.
소셜신용평가서비스 업체인 ㈜핀테크는 하나캐피탈 등 제2·3금융을 중심으로 신용평가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핀테크 관계자는 "사용자의 금융거래 내 소비패턴을 분석하고, 소득 증빙을 통해 신용평가를 내릴 수 있는 자체 기술을 확보해 기존 신용평가를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과 협업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K뱅크 관계자는 “기본적인 방향 자체는 컨소시엄에서 공유했지만, 상세한 신용평가 방식은 내부에서 논의 중”이라며 “본인가까지 프로세스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빅데이터 활용한 새로운 신용평가' 목표
뚜렷한 기술확보 난항
日 인터넷銀 중금리시장 진출 실패
美 P2P업체 중심으로 운영
뚜렷한 기술확보 난항
日 인터넷銀 중금리시장 진출 실패
美 P2P업체 중심으로 운영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5년 12월 27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