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업계 등골브레이커 ‘아웃도어·케이블TV·저축은행’
입력 16.03.03 07:00|수정 16.03.03 07:00
성장성 꺾이는 아웃도어 “성장 끝났다"
기술 주도권 잃은 케이블TV ”기대 접었다”
저축은행 존재 의미는? …"인터넷은행에 밀린다"
  • 불과 2000년대 말만 해도 첫 손에 꼽힌 투자 대상이 아웃도어(Outdoor)와 케이블TV였다. 가파른 성장세, 진입 장벽 등이 투자 매력으로 부각됐다. 최근 몇 년 사이 이 산업들은 투자 시장의 가장 큰 골치거리로 전락했다. 단적으로 씨앤앰과 네파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는 기관투자자들이 한 둘이 아니다.

    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저축은행 사태 이후 부실을 정리하고 정상화가 됐다고 하지만 그 사이에 인터넷은행과 핀테크가 그 자리를 치고 들어오면서 시장 지위가 어중간해졌다. 그럼에도 투자은행(IB) 시장엔 씨앤앰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HK저축은행 인수자금 모집 등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 '아웃' 당한 아웃도어

    아웃도어 시장은 2000년대 중반이래 30% 내외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침체하는 소비시장에서 ‘나홀로’ 승승장구했다. 대기업들은 경쟁적으로 해외 유명 아웃도어 브랜드를 론칭했고, 기존 아웃도어업체들은 전국 단위로 사업을 확장했다.

    아웃도어가 일상복을 대체하면서 가팔랐던 성장세는 2013년부터 둔화되기 시작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떨어졌고, 지속적인 소비도 일어나지 않았다. 신제품을 내놓아도 경기 침체 전망에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다. 그리고 지난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프랑스 아웃도어 ‘살로몬’, 휠라코리아는 아웃도어 사업, 금강제화의 노르웨이 아웃도어 ‘헨리한센’ 사업을 중단했다.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아웃도어에 투자한다고 하면 비웃음을 살 정도로 이미 식상한 투자 테마가 됐다”고 말했다.

    IB업계의 시각은 단연 MBK파트너스로 향하고 있다. 2013년 1조원을 들여 네파를 인수했다. 매출은 정체되고 수익성은 하락하고 있다. 아웃도어 시장이 정점에 이르렀을 때 투자한 터라 기업공개(IPO)나 경영권 매각시 눈높이를 크게 낮추지 않으면 계속 투자 기업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블랙야크 프리 IPO에 투자하려했던 기관투자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는 후문이다.

    ◇ 기대 끊은 케이블TV

    2000년대 이후 씨앤앰(MBK파트너스·맥쿼리), 현대HCN(칼라일), 티브로드홀딩스(IMM PE), CJ헬로비전(세이블아시아 등) 등 케이블TV 사업자가 잇따라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했다. 넓은 국토와 다양한 수요를 바탕으로 성장한 미국 케이블TV 산업을 뒤쫓았다. 미국과 국내 실정은 달랐고, 당시의 기대는 신기루였다. 칼라일은 지난해 현대HCN 지분을 손해보고 팔았다.

    한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유료방송과 같이 기술 중심의 산업에선 해당 기술이 주도권을 잃는 순간 투자가 무용지물이 된다”며 “위성방송(KT)과 IPTV(SK텔레콤·LG유플러스)가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유료방송 산업에서 케이블TV는 낡은 시대의 유물”이라고 말했다.

    MBK파트너스와 맥쿼리가 2007년 인수한 씨앤앰은 2012년 케이블TV 시장이 고점을 찍은 후 투자업계의 난제가 됐다. 매각을 통한 이익은커녕 인수금융 만기 연장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기관투자가들은 발을 빼고 싶어하지만, 한 기관의 합리적인 결정이 전체 투자 시장을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MBK파트너스가 씨앤앰 매각을 시도하며 낮은 기업가치를 받느니 오랜 기간동안 투자 가치를 조금씩 상각하는 방법이 최선이라는 자조섞인 평가도 나오고 있다. 티브로드의 IPO 역시 FI의 기대를 충족할만한 가치를 얻어내기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큰 상황이다.

    ◇존재 의미 잃은 저축은행

    저축은행 투자 '흑역사'도 아직 지워지지 않았다. 리딩밸류PE가 투자한 W저축은행은 영업정지 됐고, 저축은행이 주축이 돼 투자한 엠에이치제일호사모펀드의 스마일저축은행도 부실 끝에 일본 오릭스에 매각됐다. KTB자산운용도 사모펀드를 결성해 부산저축은행에 투자했다 대규모 손실을 봤다.

    보고인베스트먼트는 최근 KT캐피탈 유상증자에 참여할 투자자 모집을 진행 중이다. KT캐피탈이 MBK파트너스로부터 HK저축은행을 인수하는데 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예상 내부수익률(IRR)은 6%, 만기수익률은 7~8% 정도이다. 수익성이 나쁘지 않고, J.C플라워즈가 상환 의무를 부담하기로 했음에도 일부 기관들은 검토조차 하지 않고 손을 내저었다. 보고인베스트먼트에 앞서 같은 구조로 증자 자금 모집에 나섰던 LB인베스트먼트와 SC PE도 투자자를 모으지 못했다.

    사모펀드(PEF) 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서민금융이라는 본연의 역할이 아니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집중하며 부실 사태를 자초했다”며 “저축은행 업계 전반이 투자처로서의 매력과 신뢰도를 상실한지 오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