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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생명이 자산 100조원 시대를 열었다. 한화그룹에 인수된 지 15년만의 일이다. 하지만 마냥 기뻐 할 수만은 없다. 불어난 자산만큼 풀어야 할 숙제도 커졌기 때문이다.
저금리 영향으로 운용수익률이 크게 떨어진데다, ‘꼼수’로 올려 놓은 지급여력비율(RBC)은 다시금 하락했다. 높은 금리의 최저보증이율 상품은 부채부담이란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한화생명은 2002년 자산규모 29조원인 대한생명을 인수 한 이후 빠르게 자산규모를 늘렸다. 지난 2009년 자산규모 50조원을 돌파한 이후 매년 10조원 가까이 자산을 불렸다. 자산규모 226조인 삼성생명의 뒤를 이어 업계 2위로, 3위인 교보생명과는 약 14조원 정도 자산규모 차이가 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그룹 주력사 중 하나인 한화생명에 대한 관심이 크다. 김 회장은 지난 13일 열린 ‘연도대상 시상식’에 참석해 “올해는 한화생명이 역사적인 자산 100조원 시대를 열었다”라며 “세계 초일류 보험사로 도약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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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 회사를 둘러싼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당장 이번 1분기에만 자산운용수익률이 전년동기 대비 0.7%포인트 떨어진 4%를 기록했다. 그나마 업계 내 높은 운용수익률을 보여줬던 한화생명도 저금리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자산운용 리스크는 커졌다. 금융감독원 통계정보에 따르면 운용자산중 외화유가증권의 비중은 2011년 1.85%에서 지난해 말 기준 9.25%로 증가했다. 이들 자산은 국공채 등 안전자산 대비 리스크가 크다. 업계에선 이는 크레딧 및 환율 리스크 증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외화유가증권의 90% 이상이 코리안페이퍼물과 해외 회사채 등 채권으로 구성되어 있다”라며 “시장위험 및 신용위험이 안전자산 대비 높아 향후 수익률 변동 및 건전성 추이, 지급여력비율에 대한 영향에 대한 모니터링이 강화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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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C비율도 고민이다. 한화생명은 지난 2014년 보유중인 만기보유증권 약 17조원을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하면서 240%대였던 RBC비율을 300%이상으로 끌어올렸다. RBC비율은 상승했지만, 계정 재분류에 따른 금리 민감도가 높아져 RBC비율의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다. 지난해 말에는 감독당국의 신용리스크 규제 강화로 RBC비율이 다시금 277%로 하락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9 도입되면 과거와 같은 개정 재분류를 통해 RBC비율 올리기 등의 꼼수를 부릴 수 없게 된다”라며 “연결RBC제도가 도입되는 올해 10월 추가적인 RBC비율 하락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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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판매에 열을 올렸던 양로보험 등 높은 금리의 최저보증이율 상품은 부채부담으로 돌아오고 있다. 삼성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최저보증이율이 2.5%~2.75%인 준비금 비중이 금리연동형 부채 내 34.3%를 차지한다. 여기에 금리확정형 상품의 비중은 49.7%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부채적정성 평가(LAT) 결과 지난해 결손금은 2014년 대비 4조4000억원 증가했고, LAT상 여유는 1조2000억원으로 축소됐다”고 말했다.
그나마 올해 1분기 보장성보험 신계약금액이 전년동기 대비 32.4% 증가한 점은 긍정적이나, 지난 4월 실시했던 절판마케팅이 효과가 커 앞으로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 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1분기 실적 개선에도 금리인하 등에 대한 우려로 주가는 연중 최저 수준인 6000원선에 머물러 있다.
한화생명은 해외 우량채 중심의 자산운용 등 중장기 전략을 통해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자산 100조 중에서 최저보증이율 상품의 비중이 큰 영향을 미칠 수준이 아닌데다, 대부분 10년 만기 상품이라 리스크가 크지 않다고 본다”라며 “당장 RBC비율을 높이려는 전략보다는 IFRS4 2단계 도입에 맞춰 RBC비율 개선을 위한 준비 작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연 회장, 한화생명 제2의 도약 선언
운용수익률 1년 사이 0.7%포인트 하락
300%넘던 RBC비율도 270% 수준으로 떨어져
한화생명 “해외 우량채 투자 등 자산운용 수익률 높이기 위해 고민”
운용수익률 1년 사이 0.7%포인트 하락
300%넘던 RBC비율도 270% 수준으로 떨어져
한화생명 “해외 우량채 투자 등 자산운용 수익률 높이기 위해 고민”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5월 19일 09: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