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 현대證에 우선순위 밀렸나
입력 16.08.08 07:00|수정 16.08.08 09:08
KB금융, 5월 인수한 현대證 곧바로 완전자회사化
지난해 6월 인수한 KB손보엔 "자본확충 논의 안해"
  • KB손해보험의 자본확충이 금융시장의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KB금융지주가 현대증권을 완전자회사로 바꾸는 데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하며 자회사 지원 '우선순위'에서 KB손보가 밀린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KB금융지주는 2일 보유 중인 지분(29.6%)을 제외한 현대증권 주식 전량을 매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주식교환 방식으로 KB금융지주 주식을 대가로 지급한다. 자금이 소요되진 않지만, 주가 및 안정적인 지분구조를 감안해 5000억원 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은 전격적인 조치였다는 평가다. 그간 시장에서는 공개매수, 기관 주주와의 대량매매(블록세일) 등의 방안이 언급돼왔다. 주식교환 절차가 끝나면 KB금융은 시장 예상보다 다소 빠른 11월초 현대증권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하게 된다.

    시선은 KB손해보험으로 모아진다. KB손보에 대한 KB금융지주의 지분율은 33.29%로 현대증권 지분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KB손보의 지급여력(RBC)비율은 지난 3월말 현재 179.4%로 업계 평균(251.4%)보다 크게 낮다.

    이 때문에 KB금융이 KB손보에 대규모 증자를 진행할 가능성이 꾸준히 언급돼왔다. 지분율을 높이는 동시에 손보업계 하위권인 RBC비율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보험업계는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적용을 앞두고 자본확충이 핵심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다.

    당초 KB손보의 증자 시기는 이르면 올해 2분기중으로 언급됐다. 그러나 KB금융은 3분기가 중반에 접어든 지금까지도 KB손보의 자본확충을 위한 행동에 나서지 않고 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현재 지분율로도 지배엔 문제가 없지만, 지분을 늘려야할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아직까진 KB손보에 대한 증자 계획이나 시기는 이야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는 KB손보를 지난해 6월 인수했다. 지난 5월 인수를 완료한 현대증권보다 1년 가까이 그룹 편입이 빠르지만, 완전자회사화는커녕 지분확충 일정조차 안갯 속인 것이다. KB금융지주는 지난 6월말 1000억여원을 들여 현대증권 자사주를 인수하는 등 현대증권 지분 확충에 꾸준히 관심을 보여왔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지주의 지원이 늦어지며 KB손해보험의 자본확충 가능성이 불확실성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일단 현대증권에 비해 그룹의 우선순위가 밀린 건 확실해보인다"라고 말했다.

    KB손보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KB손보는 손해율이 개선되며 올 상반기 1752억여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익을 쌓으며 1분기에만 자력으로 연말 대비 RBC비율을 9.2%포인트 끌어올렸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KB손보는 올해 2500억원 이상 순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KB손보가 이익을 많이 낼수록 KB금융지주가 지분율을 높이고자 하는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