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證, 증자 5000억원 효과 '물음표'
입력 16.08.08 07:00|수정 16.08.08 07:00
레버리지비율 올라 증자…9월엔 자기자본 3兆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
경쟁사들은 내년 초 신사업 진출…"경쟁력 있을까"
  • 신한금융투자가 올 연말 종합금융투자사업자로 거듭나게 됐지만, 효과는 크지 않을 거란 우려가 나온다. 새로 라이선스를 딴다 해도 경쟁 자체가 쉽지 않은데다, 경쟁사들은 이미 더 높은 고지로 나아가고 있는 까닭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오는 9월 100% 모회사인 신한금융지주로부터 5000억원의 증자를 받는다. 증자 후 신한금융투자의 자기자본은 3조1000억원대로 늘어난다. 신한금융투자는 곧바로 라이선스를 신청해 10월부터는 '대형 투자은행(IB)'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이번 증자는 신한금융투자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주에 요청했던 사항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주식연계증권(ELS) 판매를 대폭 늘리며 레버리지비율이 치솟았다. 신한금융투자는 2014년 7조9316억원 규모의 ELS를 팔았는데, 이는 자본규모가 더 큰 한국투자증권보다도 많은 규모였다.

    ELS는 증권사 재무제표에 부채로 잡힌다. 자연스레 신한금융투자의 레버리지 비율이 치솟았다. 지난해 월간 단위로는 금융감독원의 규제(경영개선권고)선인 1100%선에 접근하기도 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주에 유상증자 검토를 요청하는 한편, 상품 판매와 자산을 축소해 레버리지비율을 겨우 낮췄다. 지난 3월말 기준 레버리지비율은 962%로 집계됐다. 1000% 미만으로 내려왔지만, 공격적인 영업을 펼치기엔 다소 위태로운 수치라는 평가다.

    5000억원의 지원을 받으면 레버리지비율이 떨어짐은 물론, 영업력을 강화할 수 있는 실탄도 생긴다. 신한금융투자로서는 한숨 돌릴 수 있는 상황이 된다.

    다만 이를 바탕으로 신한금융투자가 다른 대형증권사들과 본격적인 경쟁을 벌일 수 있을진 여전히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신한금융투자가 종합금융투자사업자 자격 취득을 앞두고 공을 들이고 있는 분야는 헤지펀드 대상 프라임브로커리지 서비스(PBS)다. 이달 초 관련팀을 신설하고 준비에 들어갔다.

    국내 헤지펀드 시장은 상반기 말 현재 5조원 규모(펀드설정원본 기준)로 불어났다. 최근 2년새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상품 중 하나다.

    다만 이 시장은 초기에 진입한 경쟁사들이 과점시장을 구축하고 있다. 시장이 성장하고 있음에도 NH투자증권·미래에셋대우·삼성증권 3개사가 90%의 점유율을 공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보다 훨씬 이전부터 PBS에 뛰어든 한국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은 고전 중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PBS 시장은 트랙레코드와 자본력이 중시된다"며 "이제 갓 3조원을 맞춰 시장에 뛰어든 은행계 증권사가 점유율을 뺏어오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신한금융투자가 본격적으로 신사업을 시작할 내년 초가 되면 경쟁사들은 한발 또 앞서 나가게 된다. 내년부터 자기자본 4조원, 8조원 증권사를 '초대형 IB'로 구분해 추가적인 신사업을 허용하는 까닭이다.

    이르면 올 연말 통합 미래에셋증권이 자기자본 8조원, 한국투자증권이 자기자본 4조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NH투자증권은 이미 자기자본이 4조5000억원 수준이다. 이들에겐 레버리지비율 규제에서 제외되는 발행어음과 종합금융투자계좌(IMA)가 허용된다. 훨씬 넉넉하게 자금을 조달·운용할 수 있다.

    대형 IB에만 허용되는 기업신용공여 시장은 아직 수익성이 한정적이다. 지난 상반기 말 현재 기업신용공여 시장 규모는 4조7000억원 수준이다. 2013년말 2013년말 1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커지긴 했지만, 큰 수익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게다가 이 시장에서도 역시 기존 사업자들과 경쟁해야 한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라이선스 취득 후 신한은행과의 복합점포를 통해 자산관리(WM) 사업을 강화할 수도 있겠지만 이는 다른 증권사들도 이미 진행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은행 중심 문화가 강한 신한금융에서 어떤 차별화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