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은행 프라이빗에쿼티(PE) 출자사업의 루키리그 운용사 선정을 둘러싸고 '뒷말'이 나오고 있다. 계획보다 운용사 수가 늘어난 데다, 선정된 운용사도 새로운 참여자를 키운다는 출자 취지와 거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 때문이다.
올해 산업은행 출자사업 PE부문은 '대형', '중형', '소형', '루키' 4부문으로 진행됐다. 이 가운데 루키 부문에 대한 관심이 컸다.
산업은행은 시장에 처음 진출하는 PEF 운용사 1곳을 '루키'로 뽑아 400억원을 출자하고, 추가자금은 외부에서 최소 100억원만 더 모으면 되도록 구성했다. 운용사 보수도 높게 설정했다.
아울러 '신규 운용사를 뽑아 지원한다'는 취지에 따라 이미 PEF를 통한 경영권거래(바이아웃) 경험이 있는 운용사는 지원할 수 없도록 제한을 뒀다. 다만 벤처캐피탈(VC)나 구조조정조합(CRC)경험은 루키 부문 지원 자격에 문제 삼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이런 부문을 만든 취지가 공감을 얻었다. 일부 대형 운용사에만 출자금이 몰리는 상황을 탈피하고, PEF가 기업처럼 단계별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잘 반영됐다는 평가였다. 호응도도 높아서 운용사 1곳을 선정하는데 8곳이 몰렸다. PE부문들 가운데 최고 지원율에 해당됐다.
지난 1일 출자사업 선정과정이 마무리됐다. 최종적으로 루키부문에는 엔베스터와 하일랜드에쿼티파트너스 2곳이 뽑혔다. 이 부문 출자금도 두 배로 늘려 산은은 이들 각각에게 400억원을 출자하기로 했다.
-
PEF 업계에선 '이례적'이란 반응이 나왔다.
출자공고에서 선정 운용사 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명기했지만 PEF선정과정에서 실제로 운용사 숫자가 늘고, 출자금 증액이 이뤄진 일부터가 거의 드물었기 때문. 과거 출자금액과 운용사 숫자를 줄이는 사례가 더 많았다. 자연히 계획보다 많은 운용사를 선정한 배경이 무엇이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루키부문의 설립취지도 그리 잘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PEF업계 관계자는 "PEF로 문을 열어주는 것으로 이해했고, 초기에도 산은에 문의를 많이했다"며 "운용사가 PEF통한 바이아웃 경력이 없으면 CRC등에서의 경험은 루키부문에 지원하는데 문제 삼지 않겠다고 했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처음에 소형 PE부문에 지원하려다가 루키로 지원하는게 낫겠다며 지도를 받은 회사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선정된 회사들이 무늬만 '신생'일 뿐, 핵심 펀드매니저들의 경력이 '신생'이 아니었다는 것.
일례로 엔베스터의 경우 주축인력이 KTB PE에서 동부익스프레스와 전진중공업 등의 경영권 거래에 관여했던 원동원 부사장과 전형민 상무다. 게다가 모기업인 미래엔그룹이 100억원의 출자확약(LOC)을 이미 끊어준터라 펀드레이징도 사실상 준비된 터다.
하일랜드에쿼티파트너스 역시 비슷하다. 중소형 경영권거래에 특화된 JKL파트너스의 신동철 전 부사장이 설립했다. 신동철 대표는 테이팩스 등 대표 경영권 거래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런 식이면 무엇하러 '루키'라는 테마를 강조했느냐는 지적인 셈이다. 거기다 최초 계획과 달리 복수선정까지 이뤄졌으니 자연히 '뒷말'이 분분한 상황이 된 것.
이에 대해 산업은행은 운용인력의 투자실적과 운용사의 건전성을 정량적 기준에 따라 투명하게 선정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산은 관계자는 "핵심운용인력 2명만 있어도 루키리그에 지원할 수 있지만 대표펀드매니저는 PEF 투자경력 5년, 핵심운용인력은 PEF 투자경력 3년 이상의 조건을 갖추도록 했다"며 "VC 실적으로 PE에 지원하는 경우, PE 실적으로 VC에 지원하는 경우 등에는 절반의 점수만 반영했으며 큰 기관의 자기자본을 활용해 투자하는 경우엔 자금모집 능력에 높은 점수를 주지 않는 등 계량화된 기준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산은에 따르면 엔베스터와 하일랜드가 총점 210점 중 150점 이상을 받았고 탈락한 운용사들은 130~140점 수준에 그쳤다.
산은 관계자는 "루키리그의 경쟁률이 가장 높았고 점수 차이가 거의 없었던 점, 새로운 운용사를 키운다는 출자 취지 등을 감안해 두 곳의 운용사를 모두 선정하게 됐다"며 "탈락한 운용사에도 언제든 평가 결과를 밝힐 수 있을 만큼 객관적으로 평가했다"고 밝혔다.
1곳 선정 계획이었지만 하일랜드·엔베스터 등 두 곳 선정
"신규 운용사 진출 지원 기대했는데 선정된 곳은 사실상 PEF"
"신규 운용사 진출 지원 기대했는데 선정된 곳은 사실상 PEF"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09월 08일 12:58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