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낼 수 있을까?”…우리은행 주가 고공행진에 부담 느끼는 사모펀드
입력 16.11.11 07:00|수정 16.11.11 07:00
건전성·수익성 개선되고 높은 배당성향 유지…”매각 적기”
최근 주가 급등…”회수 가격 변하기 어려운데 투자가만 상승”
“기대수익률 맞추기 어려워…PEF 통한 투자 필요성도 의문”
  • 우리은행 인수전에 뛰어든 사모펀드(PEF)들이 높아진 주가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투자회수 기대치를 높일 정도로 향후 주가 상승이 이뤄질지는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굳이 PEF를 통한 투자가 적절한 자산인지에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단순 지분투자로 전략의 차별성도 보이기 어려워 회수 시점에 치열한 눈치 싸움이 벌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오는 11일 우리은행 지분매각 본입찰을 앞둔 정부는 은행 안정성에 도움이 되는 전략적투자자(SI)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들의 참여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제일 먼저 손을 들었던 한화생명은 증자가 더 급하다. 최근 인수의지가 많이 줄었다는 시각도 있다. 증권사들도 살펴보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거론된다. SI들이 기업 가치만 보고 인수전에 들어왔을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자리를 비우는 등 불확실성도 커졌다.

    결국 이번 매각의 성패는 PEF의 참여도에 따라 갈릴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좋은 은행"…건전성·수익성 개선되고 배당성향도 높아

    PEF들은 우리은행의 투자 가치가 나쁘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 운용사(GP)들은 인수전에 참여해 대형 거래 실적을 쌓고 상당한 운용보수도 기대할 수 있다. 정부 시책에 부응한다는 명분도 덤으로 얻는다.

    우리은행은 한 때 국책은행에 준하는 역할을 맡으며 부실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매각 작업과 함께 위험 자산 정리에 힘써왔고, 지금은 다른 시중은행에 뒤지지 않는 자산건전성을 갖추게 됐다. 2013년 3% 수준이던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올해 상반기 1.22%까지 낮췄고,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 충당금적립비율은 82.26%에서 140.04%로 높아졌다. 이자 이익도 소폭이나마 점진적으로 늘고 있다.

    인수전에 참여한 PEF 관계자는 “우리은행 매각을 위해 지난 3년간 클린화 작업을 거치며 위험자산이 많이 줄어들었고, 새로운 자산도 앞으로 2~3년간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지금이 매각하기에 적기라고 평가했다.

  • 우리은행은 지난해 주당 500원씩 현금배당을 했다. 시가배당률은 5.5%로, 다른 시중은행에 비해 두 배가량 높다. 매각 성사를 위해 최근 몇년간 전략적으로 배당 성향을 높여둔 영향은 있다. 그러나 실적이 점차 안정화하고 과점주주들도 새로 참여하는 만큼 현재와 비슷한 수준의 배당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많다. 우리은행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3배에 불과하지만 은행 평균이 0.5배인 점을 감안하면 가치 상승 여지도 있다는 평가다.

    증권사 한 연구원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산건전성을 개선시켰고 안정적인 수익도 거두고 있다”며 “매각이 은행의 내재가치를 크게 올릴 사건은 아니지만 정부의 간섭이 줄고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주가 역시 그와 함께 상승 궤도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높아진 주가에 수익률 저하 불가피…"PEF 투자 실효성 의문"

    그럼에도 불구, 얼마나 많은 PEF가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선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는 정부의 예정가격, 그리고 그 기준이 될 시가다.

    9일 우리은행 종가는 미국 대선 여파로 전일보다 300원 하락한 1만2150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8월 매각계획 발표 당시보다 1900원, 9월 인수의향(LOI) 접수 때보다는 800원 높다. 2014년 11월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지주 합병-재상장을 거친 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 우리은행의 배당성향이 높다지만 낮게는 7%, 높게는 20% 이상인 PEF의 내부수익률(IRR) 목표를 충족하기엔 부족하다. 사외이사를 통해 경영참여를 해도 PEF는 결국 소수주주다. 투자구조는 다를 수 있겠지만 변별력 있는 전략으로 회수 가치를 높일 여지는 크지 않다. 오히려 회수 시 할인을 적용해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를 해야 한다. 금리 낮은 차입금을 활용하면 지분 수익률을 높일 수 있겠지만, 주가 변동성이 클 수 있다는 우려 탓인지 인수금융을 쓰려는 움직임도 활발하지 않다.

    PEF들은 결국 주가에 기대야 하는데 이미 높아진 터라 추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다. 자산 성장세가 완만해지고 있어 투자 기간과 비례해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긴 쉽지 않다. 그렇다고 희망가를 낮췄다간 아무것도 건지지 못할 수 있다. 정부가 MOU를 풀어줄 만한 지분 매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금까지의 상승분을 내려놓아야 할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이번 인수전 참여할 PEF들의 예상매각가격이 엇비슷할 것이란 점이다.

    PEF들은 은행 투자시 주로 자기자본이익률(ROE)에 기반해 예정 투자회수 시점의 주가를 추정하게 된다. 각 PEF간 원하는 회수 시기는 다를 수 있지만, 시기별 주가 추이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주가가 예상치에 근접할 경우 회수에 나서려는 PEF간  눈치 경쟁이 불가피하다. 아울러 나갈 시점의 기준치를 정해두고 투자를 집행하기 때문에 최초 투자 가격에 따른 수익률 편차도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한 국내 PEF는 우선권(SPC 우선주 발행)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국내 큰손 기관투자가들을 유치하고 있다. 기관들도 ‘안정적이고 적정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 저금리, 투자처 기근 상황에선 나쁠 것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후순위인 GP는 주가만 쳐다봐야 한다.

    이러한 부담은 외국계 PEF에 더 크게 다가온다. 외국계 GP들은 주로 외국 기관들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은 국내 기관과 접근 방식도 눈높이도 다르다. 직접 투자가 아니라 굳이 대체투자(AI)의 형식을 쓴다면, 그에 부합하는 차별성을 보이고 수익도 내길 원한다.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우리은행 주식이 싸긴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이나 기관이 차익을 노리고 직접 투자했을 경우”라며 “PEF를 거쳐 투자할 만큼의 전략적 가치나 수익에 대한 확신이 있는 대상인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