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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과점주주 지분 매각에 참여하는 후보 상당수는 4% 인수 제안을 낼 것으로 보인다. 투자 규모나 은행법 등 관련 규정, 변별력이 크지 않은 사외이사 추천권 등을 감안하면 8%까지 인수요인이 크게 줄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주요 인수후보들은 인수전 참여를 위한 막바지 내부검토 및 투자자 유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음을 굳힌 곳도 있고, 본입찰일인 11일로 결론을 미룬 곳도 있다.
정부는 전략적투자자(SI)들의 참여 가능성을 높이 점치고 있다. 정부의 매각 성공 자신감에는 이들 SI와의 교감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많다. 다만 SI들이 어느 정도의 인수의향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키움증권은 10일 본입찰 참여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9월 4% 인수의향을 밝혔었기 때문에 본입찰에서도 4% 희망수량을 써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과 한화생명, 동양생명 등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들 역시 참여한다면 8%보다는 4%에 무게를 둘 것이란 전망이 많다.
SI들은 금융주력자로 인정되면 4% 초과 지분을 인수해도 의결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사외이사 중심의 자율 경영을 보장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분율이 높으면 배당에는 도움이 되지만 경영과 관련한 목소리 크기 차이는 줄어들 수 있다.
인수 지분이 많다고 사외이사 수를 늘려주는 것도 아니다. 6% 이상 인수 시 임기를 1년 늘려주기는 하지만, 임기 후에도 사외이사들이 다음 이사를 추천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큰 메리트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은행법에 따르면 동일인이 은행 지분 4%를 초과해서 보유하기 위해선 주식 보유 목적 및 경영 관여 여부 등에 대한 금융위원회 보고절차를 거쳐야 한다. 아울러 이 동일인의 주식 보유비율이 1% 이상 변동될 경우에도 보고의무가 있다. 허가 사항은 아니지만 투자회수를 함에 있어 신경 쓰이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투자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한화생명은 새 자본규제에 따른 증자 부담이 큰 곳이다. 처음부터 4%를 염두에 뒀고 본입찰에 참여할 경우도 같은 결정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6246억원 규모의 증자를 결정한 동양생명 역시 자본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4%든 8%든 인수 자금이 문제될 건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많은 지분 인수를 통한 시너지 효과는 불투명하다. 3000억원대면 큰 무리가 아니라고 판단할 수 있지만 6000억원대는 그 무게감이 다르다.
비금융주력자로서 4% 초과지분의 의결권마저 제한될 PEF들은 8% 인수 유인이 더 작을 수밖에 없다. 4% 초과지분 인수 시 부채비율 등 조건을 갖춰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 반면, 차입금은 활용할 수 없다. 오롯이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을 모아서 투자해야 한다.
이에 주요 PEF들은 4%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릭스는 투자 시 프로젝트펀드 결성 대신 일본 본사의 자기자본투자(PI) 형태로 4% 인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앤컴퍼니도 4% 인수 참여를 저울질 중이다. 역시 프로젝트펀드 대신 기존의 블라인드펀드를 활용할 것으로 예상되며, 인수금융 활용 가능성도 열어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계 PEF 베어링PEA은 4% 인수로 기울었다. 실사에 성실히 임했고 인수 의지 역시 강하다는 평가다. 차입금을 쓸 가능성도 없지 않다. 어피니티도 아직 인수전 참여를 저울질 중이다.
단 IMM PE는 4% 초과 지분 인수에 나선다. 교직원공제회는 이날 15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공식 입장은 밝히지 않았지만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의 참여 가능성도 거론된다. 자금 모집 정도에 따라 5~6% 정도의 지분을 인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PEF들은 국내 연기금의 투자를 위한 비히클의 성격이 강했는데, 그 대상이 IMM PE로 결정된 분위기”라며 “그 외 국내 PEF들이 다른 자금을 조달해 인수전을 완주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주도로 접촉한 기업들이 운용사 등의 사모투자증권신탁 구조로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 대림, 코오롱, 부영, 호반건설 등이 우리은행과 돈독한 관계로 알려졌다.
정부는 11일 5시까지 본입찰을 진행한다. 입찰 마감 직전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열어 예가와 비가격적 요소를 확정할 계획이다. 우선협상대상자는 14일 선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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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6년 11월 10일 18:00 게재]
본입찰 앞두고 눈치싸움 치열…8%보다 4% 무게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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