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증권사 CEO '물갈이' 예고…미래만 웃는다
입력 17.03.03 07:00|수정 17.03.03 07:00
주요 대형사 중 5곳 CEO 1년 내 임기 만료
NH 김원규·신한 강대석 등 교체 여부 관심
미래에셋·한국투자 상대적 경영 구도 안정성 부각
  • 올해 주요 대형증권사의 최고경영자(CEO) 상당수가 교체와 유임의 갈림길에 설 예정이다. 불확실성이 큰 외부 상황에 불안정한 경영 상황이 더해질 수 있는 셈이다. 미래에셋대우 등 비교적 안정적인 경영 구조를 확보한 증권사가 연말 실적에서 '비교 우위'를 점할지 관심이다.

    자기자본 기준 5대 증권사 및 주요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중 5곳의 CEO 임기가 앞으로 1년 내 만료된다. 당장 NH투자증권 김원규 대표, 한국투자증권 유상호 대표, 신한금융투자 강대석 대표의 임기가 오는 3월 말까지다. 다가오는 정기 주주총회에서 연임 여부가 갈린다.

    내년 1월이 임기만료인 삼성증권 윤용암 대표, 그리고 통합 당시 1년 임기를 부여받은 KB증권 전병조·윤경은 각자대표의 운명도 연내 판가름 나게 된다.

    NH투자증권 김원규 대표의 거취는 최근 증권가의 큰 관심사 중 하나다. 증권 내부의 지지나 실적 등을 고려하면 연임이 유력하다는 평이 많았지만, 농협금융지주는 교체 역시 검토하고 있다. 농협은행 부행장급 인사들이 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주 차원에서 외부 전문인사를 영입하는 것도 고려 대상이다.

    김 대표는 통합 전 우리투자증권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회사를 이끌어왔다. NH투자증권을 농협 색채가 강한 인물이 이끌게 되면 상당한 내부 혼란이 예상된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해 말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증권을 방문한 이후 NH투자증권의 '친(親) 농민' 정체성이 강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신한금융투자 강대석 대표의 거취는 최근 그룹 상황과 맞물려 증권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라이벌 색채가 강한 조용병 지주회장-위성호 은행장 구도가 형성되며 핵심 계열사인 신한카드와 신한금융투자의 대표 인선이 중요해진 까닭이다.

    '라응찬 라인'으로 분류되는 강대석 대표는 신한사태때 중립을 지킨 조용병 회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고, 위성호 행장과는 가까운 인물로 꼽힌다. 조 회장이 3연임 중인 강 대표의 교체를 검토할 거라는 당위론과 증권을 맡길 만한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실리론이 증권업계에서 맞부딪친다.

    삼성증권 윤용암 대표는 올해 실적 개선이라는 무거운 부담을 안게 됐다.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대비 37% 줄어든 까닭이다. 더욱 우려되는 부분은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예탁자산 1억원 이상 고액자산가 고객 수와 예탁 자산 규모가 최근 3년새 처음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삼성그룹 전반의 컨트롤타워 부재 상황에서 삼성증권의 수익기반 약화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숙제로 남아있다.

    KB증권은 올해 하반기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과 맞물려 '생존 게임'의 양상을 띄고 있다. 각각 영역을 나눠맡은 두 대표 중 더 나은 실적을 기록하는 사람이 통합 대표로 발탁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투자증권은 2007년부터 10년째 경영을 맡고 있는 유상호 대표의 연임이 점쳐진다. 김남구 부회장-유상호 대표의 경영진이 오랜기간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통합을 마친 미래에셋대우는 최현만 수석부회장이 살림을 꾸리고, 박현주 회장은 주로 미국 등 해외에 체류하며 투자대상 자산을 찾는 경영 구도를 갖췄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대형증권사간 경쟁의 승리자는 미래에셋대우와 한국투자증권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며 "다른 증권사는 최고 의사결정 라인이 흔들리거나 교체되며 영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