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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가 올해 M&A시장 초대형 거래로 손꼽히는 대성산업가스 매각을 완료했다. 매각금액이 2조원에 달하며 시장의 예상을 훌쩍 넘는 거래를 성사시켰다. 골드만삭스는 연초부터 경쟁 투자은행(IB)들을 따돌리며 고무된 분위기다.
다만 핵심인력 이탈과 주요 대기업 거래에서 고배를 마시는 최근의 행보를 비춰볼 때, 앞으로의 고민이 더 깊다는 지적이다. 특히 그간 꾸준히 챙겨온 SK그룹 딜을 연일 놓치면서 향후 국내 대기업 클라이언트 관리에도 신경을 더 써야 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대형거래가 전무했던 올 1분기 국내 M&A 시장에서 대성산업가스 매각은 유일한 조(兆)단위 거래였다. 이번 거래에서는 막판까지 후보들간의 경쟁관계를 유지하는 전략인 일명 '골드만옥션(Goldman Auction)'이 효과를 봤다. 당초 시장에서 거론된 매각금액은 1조원 초반 대였으나 최종 매각금액은 기업가치(EV)기준 2조원까지 치솟았다. 결론적으로 MBK파트너스가 인수에 성공했다 .
오랜만에 성사된 한국시장 대형거래는 글로벌 본사차원에서도 한국시장을 주목하는 계기가 됐다. 김종윤(존 킴) 아시아 M&A 총괄대표와 스테파티 휴이 골드만삭스PIA 아시아·태평양 공동대표가 직접 관여했을 정도다.
최근 몇년간 골드만삭스를 통해 성사된 거래는 드물었다. 지난해, 수 차례 진통 끝에 HK저축은행을 겨우 마무리 했지만 딜라이브(舊 C&M) 매각에는 실패했고 코웨이 매각도 지지부진하다. 현재 골드만삭스의 딜라이브 매각주관 계약은 끝난 상태다.
이번 성공으로 골드만삭스 한국지점의 분위기도 고무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대형M&A를 잇따라 실패하며 한동안 IB시장에서 골드만삭스가 거론되는 경우가 많지 않았는데 2조원에 달하는 대형거래를 간만에 성공하고 내부적으로도 분위기가 좋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내부적인 고민도 깊어질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핵심인력은 이탈하고 있다. 커버리지 위축은 가시화 하고 있고, 대기업의 외국계 IB 선호현상은 잦아들고 있다.
최근 최동석 골드만삭스 전 IB부문 공동대표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이스트브릿지파트너스로 이적했다. 스틱인베스트먼트 부회장을 지낸 임정강 대표와의 와튼스쿨 MBA 동문이었던 점도 작용했지만, 심화하는 내부 경쟁체제 속에서 주도권을 잃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일례로 지난 1월, SK㈜가 LG실트론 지분(51%) 인수를 발표한 당일 최동석 대표는 김종윤(존 킴) 대표에게 크게 질책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시장에서 SK와 LG, 굴지의 기업 간 거래가 진행됐음에도 이에 대해 골드만삭스에서 인지하지 못한 책임을 물은 것으로 풀이된다. 최동석 전 대표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사촌으로 지난 1995년부터 2000년까지 SK그룹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골드만삭스 본사차원에서 (실트론 매각과 관련해) 중국기업과 접촉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며 "SK가 갑작스레 실트론 지분 인수를 발표하자 당일 아침 이에 대한 책임을 최동석 대표에게 물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가 SK, 롯데 등 주요 대기업들의 거래를 수임하는 경우도 줄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006년 롯데쇼핑의 기업공개(IPO)를 시작으로 2012년 롯데쇼핑의 하이마트 인수, 호텔롯데 IPO주관사 선정 등 롯데그룹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에 이 같은 관계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지난 2월 2200억원 규모의 롯데케미칼 자사주 매각은 미래에셋대우와 노무라금융투자가 주관을 맡았다. 상장을 추진 중인 롯데케미칼 말레이시아법인 타이탄은 크레디트스위스(CS), JP모건, 말라얀뱅킹, HSBC, 노무라 증권이 참여하고 있다. 또 골드만삭스가 주도한 대성산업가스 매각에서는 SK가 중도탈락 하기도 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최 대표의 이적과 더불어 최근 대기업들이 외국계 IB를 선호하지 않는 현상이 심화 되면서 골드만삭스의 운신의 폭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본사차원에서 비중이 크지 않은 한국지점이 대기업 주요 거래에서 배제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인력들의 불안감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7년 1분기 집계] 대성산업가스 매각으로 경쟁사 압도...본사서도 '주목'
차후가 문제...인력 이탈, 커버리지 위축이 고민
"SK그룹 딜을 연일 놓치고 있다"평가도…향후 먹거리 찾아야
차후가 문제...인력 이탈, 커버리지 위축이 고민
"SK그룹 딜을 연일 놓치고 있다"평가도…향후 먹거리 찾아야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4월 03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