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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이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진(CEO)의 핵심 성과 평가 지표에 '주가'를 포함시켰다. 각 계열사 수장들에 긴장감을 부여해 경쟁 체제를 유지하려는 방안으로 풀이된다.
연초 전방위 인사를 통해 최태원 회장 친정 체제를 구축한데 이어, '시장을 통한 평가'라는 구체적 신상필벌(信賞必罰) 방안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각 계열사들은 수펙스(SUPEX)를 중심으로 자산 효율화 방안 마련에도 나서는 등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올 초 신규 사장단 인사와 함께 각 CEO들의 성과평가지표(KPI; Key Performance Indicator)로 각 계열사의 주가 상승 조항을 명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론 '코스피200'(KOSPI200) 지수 대비 경영을 맡은 계열사의 주가가 8.5% 이상 상승하면 ‘S등급’을 받는 구조다.
SK그룹은 올해 3월엔 SK㈜,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 CEO에 스톡옵션을 부여하기도 했다. 스톡옵션에 이어 CEO의 인사고과에도 주가 부양 여부를 포함하면서 본격적인 계열사간 성과 경쟁 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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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 평가 기조의 변화는 그룹 내 계열사별로 물밑에서 협의가 진행중인 ‘자산 효율화’ 작업의 배경으로도 거론된다. 지난 3월 그룹 임원진 회의를 거친 후 SK이노베이션을 시작으로 각 계열사들이 구체적 방안을 놓고 컨설팅에 나섰다. 신사업을 위한 공격적 M&A 및 비주력 자산에 매각, 비상장 자회사의 순차적인 상장(IPO) 추진 등이 거론된다.
그룹내 관계자는 “수펙스에서 계열사들의 자산효율화 관련 방침을 마련하고, 실무를 담당할 임원들은 SK㈜에서 각 계열사로 파견된 상황”이라며 “이제 막 조직이 꾸려지다보니 구체적 방안이 나오진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각 주요 계열사 CEO들도 시장에 M&A 등 중·장기 성장 계획을 알리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부터 수펙스 의장으로 신규 선임된 조대식 사장은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계열사들의 자산 효율화 작업을 총괄하고 있다. SK텔레콤에 부임한 박정호 사장은 그룹 차원 숙원과제가 된 도시바 인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외에도 SK텔레콤 주가에 '아킬레스 건'으로 꼽혀온 자회사 SK플래닛에 대한 구조조정 작업도 물밑에서 검토하고 있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배터리·화학 등 신사업에 2020년까지 총 10조원 이상을 투자하겠다는 성장 방안을 내놓았다. 그간 호황기를 잠깐 찾아온 '알래스카의 여름'으로 표현하며 보수적 경영을 유지했지만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아프리카 초원'으로 무대를 바꾸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계열사간 긴장감 강화 및 성과 경쟁 유도
그룹차원 '자산효율화' 작업 병행
그룹차원 '자산효율화' 작업 병행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06월 02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