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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채권 투자 시장에서 시중은행의 존재감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 가계대출 중심의 성장 전략이 막힌 은행이 일단 국채 보유를 늘리고 있어서다.
4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신한·우리·KB국민·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채권 보유액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6월 말 현재 4대 시중은행의 통화안정증권(통안채)·국채 보유액(은행계정 기준)은 176조7443억원이다. 전년 말(161조3060억원) 대비 9.6% 증가했다. 2015년 말~2016년 상반기, 2016년 상반기~말 증가분(각각 2.5%, 4.8%)보다 증가세가 빨랐다.
이는 정부가 강도 높은 가계부채 억제 정책을 시행한 결과다. 가계대출 증가와 관련해 차주에게 경고 신호를 보내오던 정부는 지난 10월 24일 발표한 가계부채 종합 대책을 발표, 연말까지 각 금융업권 별 자본 규제를 재점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자산의 위험가중치를 조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예·적금 등 수신과 은행채를 발행해 조달한 자금을 가계대출로 운용하기가 어려워진 셈이다.
이를 미리 감지한 시중은행은 지난 6개월 동안 가계대출 중심의 자산 성장세에 제동을 걸었다. 이 기간 동안 신한은행은 부동산 담보 원화대출금을 0.8% 줄였고,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1.7%·2.1% 늘리는데 그쳤다. 3.0~5.5% 성장했던 2015년 말~2016년 말과는 다른 양상이다. 올 상반기 KEB하나은행은 비교적 많은 3.6%를 늘렸지만, 이 역시 2015~2016년 증가율(10.4%)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가계대출은 기존 시중은행의 자산 중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 자산의 위험가중치가 높아지면 자본 비율이 낮아진다. 시중은행이 채권 시장, 그 중에서도 위험가중치가 낮은 국채 투자에 눈을 돌린 이유다.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관리에도 만기가 짧은 국채가 유리하다. 이에 따라 4대 시중은행은 만기 2년 미만의 통안채 투자에 집중했다. 지난 6월 말 통안채 보유액은 28조9175억원으로 전년 말(23조2060억원) 대비 24.6% 늘었다. 특히 KEB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이 각각 73.7%·16.4%씩 늘려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말~내년 초에 규제 발표를 앞두고 만기 짧고 자본 비율 산정에도 유리한 국채 투자를 늘리는 상황"이라면서 "당국의 규제 세부안이 나오고, 그에 대한 대응 방안이 정해질 때까지 일단은 은행권의 국채 투자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4대 시중銀, 6개월 새 국채 10% 늘려
당국, 가계대출 위험가중치 상향 예정
가계대출 더 이상 늘리기 힘든 상황에
당분간 위험가중치 낮은 국채로 운용
당국, 가계대출 위험가중치 상향 예정
가계대출 더 이상 늘리기 힘든 상황에
당분간 위험가중치 낮은 국채로 운용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7년 12월 04일 14:43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