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C 상장 흥행에 호텔롯데 심기 불편할 까닭은
입력 18.04.04 07:00|수정 18.04.05 09:38
JTC, 중국인 관광객 급증으로 실적 '好好'
'한중 관계 악화 수혜주' 평가도
"JTC와 비교하면 호텔롯데 투자가치 떨어져"
  • 2018년 1분기 기업공개(IPO) 시장 최고 흥행의 주인공은 일본 사후면세점 제이티씨(JTC)였다. JTC는 한국에서 발길을 돌린 중국인 관광객을 바탕으로 최근 성장의 폭을 크게 넓힌 회사다.

    JTC 상장을 두고 투자업계에서는 "호텔롯데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업사이드 포텐셜'(상승 잠재력)이 큰 회사"라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JTC의 승승장구를 호텔롯데가 맘 편히 지켜볼 수만은 없는 대목이다.

    JTC가 지난 26~27일 진행한 공모 청약에 쏠린 청약증거금은 4조원이 넘었다. 1분기 상장 공모 중 가장 큰 액수였다. 2012년 이후 6년만의 일본 기업 상장인데다, 최근 '핫한' 정보통신(IT)이나 바이오 업종도 아니라 이 정도로 공모가 흥행할 거라 예측하는 목소리는 많지 않았다.

    흥행 비결은 성장성이었다. '한중(韓中) 관계 악화의 최대 수혜주'라고 평가하는 투자사 관계자도 있었다.

    2014년 원화 기준 2000억원대였던 JTC의 매출액은 2015년 이후 6000억원대로 급성장했다. 2015년 메르스(MERS) 사태에 이어 2016년 7월 주한미군 사드(THAAD) 배치로 국내에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시기와 겹친다.

    JTC는 일본 전역의 주요 관광지에 6개 브랜드, 24개 점포의 사후 면세점을 운영한다. 전체 일본 방문객의 15%, 중국과 한국 국적 일본 방문객 중엔 셋 중 하나가 JTC의 점포에 들른다. 일본 내 864개 여행사 중 770개 여행사와 제휴를 맺고 있는 덕분이다.

    특히 방문 고객의 75%(2017년 기준)는 중국인이며, 이들이 매출액의 84%를 책임진다. 일본에 방문하는 중국 방문객 수는 2014년 241만명에서 지난해 736만명으로 늘어났다.

    이런 성장 스토리는 호텔롯데로 대표되는 국내 면세점업계가 거쳐온 과거이자, 현재 직면하고 있는 위기의 배경이기도 하다. 중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인해 국내 면세업은 천덕꾸러기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공모주 담당자는 "성장동력을 잃은 국내 면세업 대신 투자할만한 대안이 등장한 것"이라며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정부가 관광인프라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데다, 한중 정상회담 이후에도 국내 중국인 관광객 회복세가 보이지 않아 JTC 실적은 당분간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호텔롯데의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면세사업부 매출액은 최근 10년래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2016년 807만명이던 국내 방문 중국인 관광객 수는 지난해 417만명으로 반 토막 났다. 중국 춘절연휴와 동계 올림픽 특수가 겹친 지난 2월에도 국내 방문 중국인 관광객 수는 34만명으로 전년대비 41% 줄었다.

    호텔롯데의 매출이 급증한 지난 2016년 기준, 주력 매장인 소공점의 중국인 매출 비중은 80%, 제주매장의 비중은 95%에 달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줄었을 때' 어떻게 성장할지에 대한 대답을 호텔롯데는 아직 뚜렷하게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법정 구속되고, 현대자동차그룹마저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며 호텔롯데 상장 필요성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면세사업부의 침체로 인해 상장 시점을 잡기는 더욱 어려워졌을 거란 게 금융권의 지적이다. 호텔롯데는 현재 주관사단 소집 등 상장 절차 재개를 위한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

    다른 운용사 관계자는 "지난 1~2월 국내 면세점 매출이 회복세를 띄웠다고는 하나 내점 외국인 수는 여전히 전년동기 대비 두 자릿수 감소세"라며 "체급이 다르긴 하지만, 호텔롯데와 JTC 두 종목만 놓고 보면 호텔롯데 주식을 굳이 살 필요성이 없어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