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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에어가 설립 이후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한진그룹 오너일가가 불러일으킨 사회적 분노가 진에어까지 미쳐 축제 분위기를 즐기지 못하고 있다. 여론에 못이겨 조양호 회장은 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꼼수'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었다. 오너 리스크가 진에어의 성장성에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우려가 따른다.
지난 10일 진에어가 발표한 잠정실적에 따르면 1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20% 증가한 279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56% 증가한 531억원을 보였다. 2008년 설립 이후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진에어의 효율적인 대형기(B777) 운영과 일본‧동남아 노선 수요로 실적 개선은 이미 짐작된 바 있지만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항공업을 담당하는 한 애널리스트는 "규모가 커지면서 비용 관리가 안정적인 모습이고, 유가 부담에 따른 방어효과도 예상보다 컸다"고 설명했다.
올해 진에어를 포함한 LCC(저가항공)업계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 올해 국제 여객수는 지난해보다 12%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항공업종에서 FSC(대형항공) 대신 저가항공사를 추천 종목으로 교체한 배경이다.
그러나 이 수혜는 온전히 경쟁사이자 업계 1위사인 제주항공이 누리고 있다. 한진그룹 오너일가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고 있고 이 여파가 자회사 진에어까지 미치고 있어서다.
올해 초 3만9000원대였던 제주항공의 주가는 최근 30% 가까이 올랐다. 2015년 상장 이후 최고가다. 반면 진에어는 상장 당시 공모가(3만1800원) 수준에 머물고 있다. 올 초 3만원 초반대였던 진에어의 주가는 지난 3월 10% 올랐으나, 오너리스크 여파로 다시 최근 연초 가격으로 떨어졌다.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조양호 회장 일가로 인한 여파를 흡수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문제는 진에어의 오너리스크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조 회장은 최근 공시를 통해 진에어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내이사직은 유지하면서 오너일가의 면피를 위한 결정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전문경영인을 앞세우고 있지만 이들도 조 회장 일가의 대타에 불과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앞서 조양호 회장은 지난달 대한항공의 부회장직을 신설하고 석태수 한진칼 대표를 대표로 선임했다. 사실상 조 회장의 오른팔로 불리는 인사여서 회사 측에서 주장하는 '책임 경영제'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역시 여전히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조 회장이 대한항공과 진에어 등 그룹 주요 자회사의 경영권과 승계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대한항공 측은 "석태수 부회장 선임 이후 (오너일가 등) 경영진에 대한 변화는 구상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항공업을 담당하는 한 연구원은 "성장성과 수익성으로 본다면 진에어에 프리미엄을 부과해야 하는 시기에 오너 리스크로 투자 심리가 훼손되고 있고 소송전 등 불확실성이 길어질 수 있어 회사의 앞날에 발목을 잡고 있다"고 꼬집었다.
진에어, 상장 이후 최대 실적...주가는 공모가 수준
LCC 투심 경쟁사 제주항공이 누려
의미없는 전문경영인 체제..."진에어 오너리스크 길어져"
LCC 투심 경쟁사 제주항공이 누려
의미없는 전문경영인 체제..."진에어 오너리스크 길어져"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5월 11일 11:46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