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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는 지난 1월 롯데카드 인수전 참여를 포기했다. 그렇다고 카드업 확장을 포기한 건 아니었다. 오히려 최근 3년간 사세를 가장 많이 확장한 카드회사 중 하나가 KB국민카드다. KB캐피탈과 연계한 자동차 할부금융 부문에 힘을 실으며 3위 카드사의 지위를 굳혔다.
문제는 이런 성장이 '자본안정성'을 담보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불과 3년새 KB카드의 자기자본비율은 업계 평균보다 낮아졌고, 레버리지비율은 30%나 늘어나며 규제 한도에 성큼 다가서고 있다. 외형 확대를 위한 인수합병(M&A)이 아니라 성장의 지속성을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란 분석이다.
KB카드는 지난 3년간 공격적으로 자산을 불려왔다. 2015년말 14조4000억원이던 영업자산은 지난해 말 18조7000억원으로 늘어났다. 2014년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영업자산 증가율은 2017년 12.1%, 2018년엔 16.9%에 달했다. 카드업계에서 가장 큰 폭의 성장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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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은행에서 막 분사됐을 때까지만해도 KB카드는 은행의 고객군에 사업의 상당 부분을 기대고 있었다. KB카드는 지금도 체크카드 시장 점유율 20%의 1위 업체인데, 이는 대부분 은행의 영업력에 기반한 것이다.
KB금융은 2015년 이후 KB카드를 KB캐피탈과 성장 전략을 공유하는 일종의 전략 공동체로 묶었다. KB카드가 할부금융업 라이선스를 취득하며 은행의 보호에서 벗어나 '자력갱생'을 하기 시작한 것이 이 시기다.
KB카드는 중고차 할부금융 시장에서 입지를 쌓고 있던 KB캐피탈과 적극적으로 시너지를 내며 신차 할부금융 등 오토론 시장에서 자산을 불려나갔다. KB캐피탈의 상품기획 담당 임원과 KB카드의 전략영업 담당 임원을 맞교환 하는 등 여신계열사 간 전격적인 인적 교류를 단행하기도 했다.
2015년 36억원이었던 KB카드의 할부금융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1조8140억원으로 500배 성장했다. 같은 기간 KB카드의 영업자산은 14조4700억원에서 18조73000억원으로 늘었다. 할부금융 부문이 성장에 상당부분 기여한 셈이다.
카드사 수익성의 핵심 지표인 충당금 적립 전 영업이익(POPP)은 2015년 6692억원에서 지난해 8492억원으로 27% 증가했다. 영업자산 대비 POPP 비율은 2016년 4.4%로 바닥을 찍고 지난해 4.8%로 반등했다. 전체 카드사 평균 POPP비율이 4.0%로 감소 추세가 지속되고 있음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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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성장은 자본건전성을 발판 삼아 이뤄졌다.
문제는 이렇게 영업자산이 급증하며 KB카드의 조정자기자본비율은 2016년 26.4%에서 지난해 20.3%로 급락했다는 점이다. 2017년까지는 카드사 전체 평균보다 우수한 자본비율을 보이고 있었지만, 지난해 카드사 전체 평균 아래로 떨어졌다. 레버리지비율은 2016년 4배에서 지난해 말 5.2배로 뛰어올랐다. 레버리지규제비율(6배)에 바짝 다가섰다.
POPP의 급성장에도 당기순이익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 것 역시 충당금 및 대손비용이 함께 급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KB카드의 별도 기준 총자산순이익률(ROA)는 2015년 2.2%에서 지난해 1.5%로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다.
KB금융이 지난 1월 내부 검토 끝에 롯데카드 예비입찰 참여를 포기한 데엔 이런 이유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카드의 ROA는 1.0%, POPP비율은 4.5%로 KB카드보다 낮다. 레버리지비율은 5.8배로 영업자산 확충이 어려운 상황이다.
KB카드와 합치면 신용카드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크게 올라가겠지만, 그 외 자본 측면에서 시너지를 기대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KB금융은 매물로 나온 롯데 금융 3사 중 재무건전성 면에서 가장 우령한 롯데캐피탈 예비입찰에만 참여했다.
KB카드의 오가닉 그로스(Organic-growth)가 계속 이어지려면 결국 자본확충이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레버리지비율 상황에서 KB카드가 더 늘릴 수 있는 영업자산은 3조원 남짓에 불과하다.
다만 자본확충은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아니다. KB금융지주 입장에선 한정된 자본을 수익성이 떨어져가는 카드업에 배정하는 데 대한 부담을 짊어져야 한다.
지금 KB카드의 성장모델이 지속가능하냐도 따져봐야 한다. KB카드의 할부금융 성장엔 KB캐피탈과 쌍용자동차의 합작회사인 SY오토캐피탈이 큰 몫을 했다. KB캐피탈이 자본 부족으로 미처 소화하지 못한 물량을 KB카드가 인수하며 자산을 대폭 늘린 것이다. KB카드가 사업을 확장한다고 중고차 할부금융쪽을 더 키운다면 KB캐피탈의 영업구역을 잠식하는 '카니발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이 불가피하다.
카드 본업의 전망은 여전히 밝지 않다. 카드 수수료 인하 등 정부 차원의 비우호적 정책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카드업 확장에 대한 KB금융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룹 일각에서는 다시 카드를 은행과 합쳐 인하우스(in-house)로 운영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지난해 KB카드 대표로 취임한 그룹 내 전략통 이동철 대표가 올해 무언가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한 증권사 금융 담당 연구원은 "KB카드는 자산규모와 점유율 면에서 우리금융이나 하나금융만큼 롯데카드 인수가 목마르지 않았던 건 사실"이라며 "여신금융업에 대한 그룹의 지원은 일단 캐피탈쪽으로 쏠리는 모양새라 KB카드 내부에서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영업자산·충당금전 이익 3년새 급성장...업계 3위 공고화
대신 자본비율 떨어지고 레버리지비율 치솟아
카드업 내부성장에 대한 그룹·KB카드 내부 고민 커질듯
대신 자본비율 떨어지고 레버리지비율 치솟아
카드업 내부성장에 대한 그룹·KB카드 내부 고민 커질듯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05월 26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