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를 설립하기로 한 휠라코리아가 금융권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미 2017년 현물출자를 통해 지주사를 세운 휠라코리아가 또 다시 지주회사를 세워 옥상옥(屋上屋) 구조를 만드려고 하는 까닭이다.
휠라코리아는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경영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오너 일가의 2세 승계 및 지분 확충을 위한 포석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휠라코리아는 지난 2일 휴일을 앞두고 장이 마감된 후 회사를 분할키로 했다는 공시를 냈다. 국내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100% 자회사로 만들고, 지금 휠라코리아는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휠라홀딩스로 사명과 사업목적을 변경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위한 주주총회는 오는 11월15일 열기로 했다.
다음 거래일인 4일 시장은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4.5% 급락했다. 지난 5월 연 고점 대비 이미 주가가 40% 가까이 급락한 상황에서 시장은 기업 분할을 호재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휠라는 이미 지주사 체제를 갖추고 있다. 2017년 4월 에이치앰앤드디홀딩스라는 회사를 세워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 등 오너 일가의 지분을 전량 현물출자했다. 휠라코리아 지분 20%를 보유하게 된 에이치앤앤드디홀딩스는 휠라홀딩스로 이름을 변경했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지주회사 신고까지 마쳤다.
현 휠라코리아는 이번 물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 '휠라홀딩스'와 국내 사업을 총괄하는 100% 자회사 '휠라코리아'로 나뉠 예정이다. 이 때문에 분할 발표가 나온 직후 일각에서는 현 휠라홀딩스와 분할신설 휠라홀딩스가 합병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는 주주들에게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될 수 있는 사안이다. 휠라코리아는 대주주 지분율이 20%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현 휠라홀딩스는 윤윤수 휠라 회장 일가가 사실상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현 휠라홀딩스와 분할신설 휠라홀딩스가 합병하면 대주주 지분율은 늘어나고 기존 주주들의 지분율은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휠라코리아는 이런 관측을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휠라코리아 측은 "현 휠라홀딩스와 분할신설 휠라홀딩스의 합병은 없을 거란 게 공식 입장"이라며 "대주주의 지분 확충, 경영권 승계 등과도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밝혔다.
대신 휠라코리아가 밝힌 분할 목적은 지주회사로서의 전문성 제고다. 현 휠라홀딩스는 자회사 관리 등 지주회사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현 휠라홀딩스는 휠라코리아 지분이 자산의 전부인 사실상 페이퍼컴퍼니로, 서류상 10여명의 직원이 재직하고 있다. 현 휠라코리아에서 지주회사 부분을 떼어내 전문적인 지주회사로 거듭나겠다는 것이다.
금융권 전문가들이 의문을 제기하는 지점은 바로 이 부분이다. 이미 휠라코리아 내 기획·전략 라인이 지주회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지주회사 아래 지주회사를 또 만드는 작업이 필요하느냐는 것이다.
-
지주회사 규제를 이중으로 받는다는 점에서 휠라코리아의 향후 사업 확장과 배치되는 부분도 있다는 지적이다. 분할 후 분할신설 휠라코리아는 현 휠라홀딩스의 '손자회사'가 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자회사(증손자회사) 인수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지분율이 100%인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한다. 손자회사(지주회사의 고손자회사)는 아예 둘 수 없다.
사업회사 휠라코리아의 자금력으로 조인트벤처(JV)나 경영권 지분(50% 이상) 인수 등 사업을 확장하는 게 원천적으로 차단되는 것이다.
회사 분할을 통해 국내 사업 부문의 전문성을 제고하겠다는 입장도 그간의 휠라코리아 경영 구조를 볼 때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휠라코리아는 나이키코리아 출신 이기호 대표,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출신 김진면 대표 등 외부의 전문적인 인사를 대표이사 사장으로 등용해 국내사업 총괄을 맡겼던 경험이 있다.
국내사업 부문을 100% 자회사로 서류상 분할해 전문경영인을 앉히는 게 이전의 전문경영인 대표 체제와 실질적으로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결국 풀리지 않는 의심의 시선은 지배구조로 향할 수밖에 없다.
휠라코리아 지배구조의 당면 과제는 크게 두 가지다. 1945년생으로 올해 76세의 고령인 윤윤수 회장의 경영권 승계, 그리고 신주인수권 행사 이후에도 20%에 머물고 있는 최대 주주 지분율 확대다.
우선 경영권 승계는 이미 일정부분 진행이 되고 있다. 윤윤수 회장의 장남 윤근창 전략기획 총괄 부사장이 지난해 휠라코리아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윤 회장은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만 맡고 있다.
문제는 윤근창 사장의 지분율이다. 윤 사장은 휠라코리아에는 지분이 없다. 휠라코리아의 최대주주인 현 휠라홀딩스 지분율도 4%에 불과하다.
현 휠라홀딩스의 대주주 중 하나이자 윤윤수 회장 일가의 가족회사인 케어라인이 핵심 변수로 꼽힌다. 케어라인의 최대주주는 2016년 말까지만 해도 윤 회장이었지만, 2017년 윤근창 사장으로 바뀌었다.
케어라인은 전동차 제조업체로 연간 25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는 알짜회사다. 지난해엔 현 휠라홀딩스에 휠라코리아 지분을 현물출자하며 매도가능증권 처분이익 220억원을 인식했다. 덕분에 이익잉여금도 450억원이 넘게 쌓였다. 배당 재원으로 활용 가능한 부분이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윤 회장 일가가 일단 케어라인과 현 휠라홀딩스를 합병할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 경우 ▲2500억원대 자산에 800억원 안팎의 이익잉여금 ▲분할신설 휠라홀딩스 지분 20% ▲윤근창 사장이 두 자릿 수 지분의 주요주주로 참여하는 합병법인이 완성된다. 아직까진 시나리오에 불과하지만, 윤 회장 일가에 결코 나쁘지 않은 그림이다.
윤 사장이 배당을 바탕으로 합병법인 내 윤윤수 회장 지분을 인수하거나, 합병법인 내 유상감자의 방식으로 윤 회장 지분을 줄이면 자연스레 윤 사장이 분할신설 휠라홀딩스의 최대주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 사실상 승계가 완료되는 셈이다.
이후 합병법인의 재원을 활용해 분할신설 휠라홀딩스 지분을 꾸준히 늘려나간다면 고질적인 최대주주 지분 부족 현상도 극복할 수 있다. 휠라코리아는 불과 5년 전 기관투자가인 템플턴자산운용이 '경영참여'를 선언하며 지분율을 14%까지 늘렸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한 지배구조 전문가는 "휠라코리아 승계는 SK C&C를 활용했던 최태원 SK 회장처럼 케어라인을 활용한 구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 휠라코리아는 기관 지분이 많아 분할·합병을 적극적으로 진행하기 어려운만큼, 비상장 가족회사를 통해 최대한 재원을 확보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휠라홀딩스 있는데 물적분할로 휠라홀딩스 신설 예정
'전문성' 언급하지만 기존 경영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아
승계·지분 확충에 '눈길'...가족회사 케어라인 주목
'전문성' 언급하지만 기존 경영구조와 크게 다르지 않아
승계·지분 확충에 '눈길'...가족회사 케어라인 주목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9년 10월 1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