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자구안으로 버틴 대한항공…내년이 더 걱정인 재무전략
입력 20.11.11 07:00|수정 20.11.13 14:55
'화물 특수'도 공급 늘어나면 불리
여객수요 회복은 시간 걸릴 듯
美 자회사 리파이낸싱 이슈 남아
연말 영구채 조기상환도 급선무
  • 대한항공이 올해 코로나 여파를 가까스로 견뎌내고 있지만 내년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글로벌 화물 부문 공급 증가가 예상되면서 실적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분매각이 무산된 미국 자회사(HIC)의 리파이낸싱(재융자)과 다가오는 영구채 콜옵션(조기상환), 송현동 부지 매각 등 해결해야 할 재무 이슈들이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글로벌 항공사들이 수조원대 손실을 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대한항공은 비교적 선방하고 있다. 여객 부문 매출이 급감했지만 화물 부문이 일정 부분 상쇄한 덕이다. 3분기도 영업이익 76억원을 기록하며 2분기에 이어 적자를 면했다. 통상 연말은 화물 성수기라 4분기 실적도 3분기와 비슷하거나 큰 차이가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 문제는 내년이다.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으면 추가 충격이 불가피하다. 정부의 유동성 지원이 큰 힘이 되고 있지만, 상황이 악화하면 다운사이징 및 추가 자구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올해는 자구안으로 버텼지만, 내년에는 영업측면에서 불확실성이 더 크다”며 “화물도 코로나가 계속되면서 글로벌 항공사들이 공급을 늘리고 있어 불리함이 생길거고, 자구계획도 올해까지 대응하는 차원이라 내년 대응은 아직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변동성이 크다보니 자금 수지(收支)며 재무 계획이 계속 달라지고 있어 회사 측에도 자료를 추가로 요청해 둔 상황인데, 미래 영업 현금 예측이 어려우니까 사업 계획이나 구체적인 리파이낸싱 계획 작성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는 한 내년에도 글로벌 여객 수요 부진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여객수요 회복을 위해선 백신 개발이 우선이지만 백신이 승인되더라도 실제 접종까지는 시간이 소요된다. 국가들의 입국 제한조치도 보수적으로 해제될 가능성이 크고, 해외여행 불안감도 쉽게 해소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의 화물 특수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도 불확실하다. 최근 화물 운임이 떨어지면서 3분기 화물 사업 매출은 1조163억원으로 2분기(1조2259억원)보다 약 17% 감소했다. 다수의 글로벌 항공사들이 화물 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어 향후 화물운송공급이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화물단가가 하락하면 대한항공의 화물부문 매출 성장도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백신에 대한 기대감도 있다. 글로벌 제약회사 화이자가 코로나 백신 임상 3상 중간분석 결과 90% 이상의 효과가 입증됐다고 발표했다. 백신의 긴급사용허가 승인 및 공급이 이뤄지면 전 세계로 백신이 공급되는 과정에서 항공화물 수요가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대한항공은 의약품 항공화물 운송업체의 전문성을 증명하는 국제표준(CEIV)을 인증받은 항공사로 백신 개발의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남아있는 ‘과제’들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급선무다. 시장에선 대한항공이 진행 중인 리파이낸싱과 재무 계획들의 윤곽이 나오기를 지켜보는 분위기다.

  • 대한항공은 9월 코로나로 호텔·오피스 수요가 감소하면서 미국 자회사인 한진인터내셔널(HIC)의 리파이낸싱이 어려운 점을 고려해 9억5000만달러를 빌려주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당초 브릿지론과 일부 지분 매각으로 해당 대여금을 상환받고자 했으나 무산됐다. 대한항공은 업황 불확실성으로 미국 현지 투자자들과의 협의가 중단됐고, 이후 시장 상황을 보고 지분 매각을 재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억달러는 대한항공이 수출입은행에서 빌려 HIC에 빌려준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유동성에는 영향이 없다. 3억5000만달러는 LA호텔 등을 담보로 상환받겠다는 계획이다.담보 대출에 대해선 올해 말 상환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해지는데, 기존 부동산 가치가 6억달러에 달했던 것을 고려하면 충분히 차입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나머지 3억달러는 익스포저로 남아 있지만 당장 유동성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규모는 아니다. 8월말 기준 회사의 보유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약 2조1000억원 규모다.

    과거 발행한 영구채 콜옵션 시기도 다가온다. 영구채는 조기상환하지 않았을 시 이자가 불어나 재무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 2018년 11월(1600억원)과 2017년 6월(3214억원)에 발행한 영구채 콜옵션 행사 기간이 올해 11월 말과 12월 각각 시작된다. 2019년 5월(2000억원)과 9월(1800억원) 발행한 영구채도 각각 내년 5월과 9월에 스텝업 조항이 시작된다.

    대한항공은 우선 올해 스텝업이 시작되는 영구채들은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지원받아 전액 조기 상환에 나설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기안기금을 통해 대한항공에 약 1조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신청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라 구체적인 계획은 11월 말~12월쯤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종로구 송현동 부지 매각 문제는 아직 결정이 나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서울시와 매각 문제를 두고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서울시는 예상 토지보상액으로 4670억원을 책정했지만 대한항공은 그 이상 금액을 원하고 있다. 대한항공의 자본확충이 시급한 상황이고, 서울시는 몇 년에 걸친 분할 납부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