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부터 부동산PF까지…영역 확대, 정체성 확립 숙제 안은 PEF들
입력 21.06.23 07:00|수정 21.06.24 08:12
10월 자본시장법 개정에
소수지분, 기업 대출까지 투자 영역 확대
헤지펀드와 차별성 갖춰야
유행처럼 번지는 SS, 크레딧펀드 설립
활용법에 고민…기존 금융권과 경쟁은 불가피
  • 자본시장법 개정은 국내 사모펀드(PEF)들의 투자 저변을 크게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아웃(경영권 거래)이 주목적인 PEF들은 기존의 투자 형태에서 벗어나 소수지분 투자, 기업대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현재 국내 PEF들은 대규모 바이아웃 외에 다양한 방식의 투자를 할 수 있는 툴(Tool)을 개발하는 데 분주하다. 결국은 새로운 먹거리 창출, 수익의 극대화가 가장 큰 목적이다. 바이아웃 하우스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다양한 방식의 투자를 전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PEF와 일부 금융기관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0월 21일부터 시행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핵심은 PEF들의 투자 영역을 펀드 성격에 구애받지 않고 확장하는 것이다. 경영참여형과 전문투자형으로 분류했던 기존의 사모펀드 형태를 기관전용, 일반 사모펀드로 이원화했는데 출자자(LP) 성격만 구분해 규제를 적용할 뿐 투자 방식에 대한 규제는 사라진다.

    기관전용PEF는 과거 경영참여형 PEF에 적용됐던 10%이상 투자, 이사선임 등의 규제를 받지 않는다. 기업에 대한 대출은 물론 부동산 개발 투자도 가능하다. 과거 글로벌PEF만이 마중물 역할을 했던 쿠팡과 카카오, 마켓컬리와 같은 성장 기업에 국내 PEF들도 투자 기회를 얻을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국내 PEF들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미 MBK파트너스와 스틱인베스트먼트는 바이아웃펀드와별개로 스페셜시츄에이션(SS) 펀드를 운용하고 있고, IMM PE는 VIG파트너스는 각각 크레딧펀드를 운용할 법인 또는 부문을 설립했다. 국내 PEF 운용사들 상당수가 투자 저변 확대기를 맞아 유사한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대형 PEF운용사 한 관계자는 “대형 PEF들 뿐 아니라 기존의 경영참여형 PEF 운용사들이 크레딧 분야를 비롯한 다양한 방식의 투자를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전통적의 바이아웃펀드가 아닌 특수한 목적을 갖는 펀드들이 해외 각 권역에 자리잡은 모습은 상이하다. 유럽 권역에서 크레딧펀드는 인수금융 성격이 강하다. 타깃회사의 에쿼티(주식)를 담보로 M&A 인수자금을 대주는 형태인데 은행 및 투자은행(IB)이 주도권을 쥔 우리나라에 비해 금리 수준이 상당히 높다. 중국에선 부실채권(NPL)이라 불리는 자산에 투자하는 형태를 띈다. 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들에선 15% 내외의 수익률을 목표로 한 기업대출 형태의 투자를 나타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PEF들이 신설 펀드 설립에 주목하는 것 또한 투자 형태의 다변화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국민연금과 과학기술인공제회 등 국내 주요 출자자(LP)들도 특수목적을 띈 펀드에 대한 출자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며 힘을 싣고 있다.

    사실 자본시장법 개정안에선 기관전용펀드의 투자범위의 제한이 없지만 PEF들이 신설 펀드 설립을 검토하는 것은 출자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측면도 있다. 경영권을 확보한 기업이든, Pre-IPO 성격의 소수지분 투자든, 수익률을 보장받는 낮은 위험성의 투자든 포트폴리오 구성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높은 수익률을 안겨주는 게 PEF 운용사의 선관주의 의무에 부합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다만 운용사만의 확실한 색채를 갖고 투자에 집중하기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기 때문에 바이아웃펀드, 크레딧펀드 등 각 펀드별로 확실한 정체성을 갖겠다는 목적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동일한 펀드에서 기업의 경영권 인수에서부터 엔젤투자 또는 부동산 투자까지 이뤄진다면 사실상 기존의 헤지펀드와 차별성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PEF 업계 한 관계자는 “펀드레이징 또는 운용 과정에서 주요 LP들이 투자 목적과 방향성을 확실히할 것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GP들이 다양한 펀드를 보유하게 되면 LP들도 이에 걸맞는 투자 전략을 세우고 출자사업을 다각도로 고민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직은 크레딧펀드가 국내에서 어떤 형태로 자리잡게 될 지 예단하기 이르다. 일부 PEF의 경우바이아웃펀드 목표 수익률이 20% 이상인 반면, SS펀드의 경우 10~15% 수준으로 알려졌다. SS와 유사한 성격을 지닌 크레딧펀드 또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만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닌 바이아웃펀드에서 소화하지 못한 ‘다양한 방식’의 투자를 위한 전략적 방안으로 활용될 가능성 높다.

    벤처캐피탈(VC) 업계에서 주로 투자하는 성장기업에 대한 수십~수백억원 단위의 투자도 가능하지만, SS 또는 크레딧펀드의 규모가 큰 운용사들이 투자하기엔 적합하지 않다. 엔젤투자부터 그로쓰분야까지 초기 단계 투자의 생태계를 잘 이해하고 있는 운용사들을 압도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유니콘 기업에 대한 투자도 물론 검토의 대상이지만 글로벌PEF와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유동성이 넘쳐나는 시점에 과열 경쟁까지 일어나면 기업가치의 버블이 더 커질 우려도 있다.

    기업에 대한 중금리 대출시장, 회사채 인수, 부동산PF 또는 직접 대출 등은 향후 국내 PEF들이 진출할 수 있는 시장으로 꼽힌다. 일반 기업 대출과 인수금융 경우 5% 전후의 대출 금리 산정이 가능한 시중은행과 IB들과의 경쟁은 사실상 어렵다.

    따라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던 기업의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맞거나 오너리스크, 지배구조개편의 필요성 등을 이유로 자금이 필요하게 될 경우가 주요 타킷이 될 전망이다. 해당 기업들이 자금 마련을 위해 찾는 시장은 저축은행, 캐피탈, 외국계 벌쳐펀드 외에 사실상 많지 않았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이미 KKR은 페퍼저축은행을 인수하며 부동산 대출 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내IB들은 초고가 아파트 소유자들에 대한 대출 구조를 마련하련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크레딧펀드를 활용, 틈새 시장에 파고들기 위해 국내 PEF들은 부동산 PF, 직접 대출 등 스터디에 한창이다. 사실상 기존 부동산 시장을 선점했던 금융기관들과의 경쟁도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부동산 시장 진출에 진출하려는 PEF들도 상당히 많다”며 “PEF들의 공격적인 영업확대가 예상되면서 금융권 인력 유입의 경쟁도 치열해 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