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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이 나라사랑카드 입찰전에서 나홀로 '신입'으로 뛰게 됐다. 기존 9개 은행이 경쟁을 펼칠 예정이었지만 4개 시중은행만 참여하게 되면서 과거 사업자였던 신한은행 및 현재 사업자인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 등 세 곳과 경쟁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업계에선 기존 군장병 금융상품 라인업 뿐만 아니라 시스템 구축 등에서 기존 사업자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경쟁이란 해석도 나온다. 반면, 지난 2기 사업자 선정 당시 신한은행이 재선정 될 거란 예측을 뒤집고 신규 사업자들이 사업권을 따낸 사례가 있어 긴장을 늦출 수 없단 관측도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은행권 기관영업에서 가장 큰 사업으로 꼽히는 '나라사랑카드' 입찰전의 막이 올랐다. 복수의 은행들이 참여를 검토했지만 결국 4개 시중은행들의 경합이 이뤄지게 됐다. 군인공제회 C&C는 29~30일 입찰에 참여한 은행들의 발표(PT) 이후 30일 우선협상대상자 순위를 각 은행에 통보할 예정이다.
지난 28일 나라사랑카드 3기 입찰에는 1기 운영사였던 신한은행과 2기 운영사인 국민은행, 기업은행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업 운영 경험이 없는 곳들 중에서는 하나은행이 유일하게 입찰에 참여했다.
나라사랑카드 3기 사업은 올해 은행권 기관영업의 '대어'로 거론돼 왔다. 올해 규모가 큰 기관영업 사업이 많지 않은 데다가 금리인하기 저원가성확보에도 유리하기 때문이다. 앞서 입찰에 참여한 4개 은행 뿐만 아니라 우리·농협은행 및 IM뱅크, 카카오뱅크 등 등 다수의 은행들이 참여를 유력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은 최근까지 입찰제안서를 작성하는 등 이번 나라사랑카드 3기 사업 입찰 참여를 검토해 왔지만 은행들이 장병내일준비적금 금리를 8%까지 인상하는 등 경쟁이 심화하자 수익성을 우려해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3기 사업자가 2곳에서 3곳으로 늘어나면서 지난 3월 열린 나라사랑카드 설명회에는 은행들 아홉 곳이 참석했다"라며 "다만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거둬야 하는 '밸류업'이 있는 만큼 마지막까지 분위기를 보고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한 곳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입찰에 참여한 하나은행은 기존 사업자 경력을 갖추고 있는 은행들 사이에서 유일한 '신입' 경쟁자가 됐다. 3대 1의 경쟁구도에서 3개 사업자를 선정하는 이번 입찰 특성상 기존 사업자들이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평가도 나온다.
하나은행은 상품 라인업 확대와 더불어 차별화된 여·수신 상품 제공에 힘을 실었다. 3기 사업제안서 평가 배점에 따르면 나라사랑카드 발급 및 재발급, 나라사랑카드 부가·제휴·금융서비스 등 사업수행능력에 총 100점 중 80점을 배정했는데, 이 중 서비스 부문에 25점을 배정했다. 다양한 장병 혜택을 제공하는 은행이 사업권을 따낼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셈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군인공제회 퇴직급여 적립금 대출상품 출시에 이어 최근 군인 우대 신용대출 상품도 선보였다. 은행권 군인 우대 신용대출이 중사 이상에만 이뤄지는 반면 6개월 이상 근무한 초급간부(하사)도 대출취급이 가능하도록 했다. 아울러 지방 근무가 많은 군장병을 위해 비대면 가입이 가능하도록 하면서 금융 편의성도 강조했다.
하나은행 한 관계자는 "원격지에서 일하는 군장병들이 많은 특성상 비대면 서비스를 최대한 확대했고, 신규 상품인 신용대출의 경우 하사들도 취급이 가능하다는 점에 주안점을 뒀다"라고 설명했다.
기존 사업자 경험이 있는 은행들은 하나은행의 공세에 긴장하면서도 자신감을 내비치는 분위기다. 하나은행이 최근들어 군장병 관련 상품 확대에 나서고 있는 것과 달리 상품 라인업이 안정적으로 갖춰져 있고, 행정서비스 지원 시스템 구축 등에서도 앞서 있다는 것이다.
나라사랑카드 사업 경험이 있는 한 은행 관계자는 "하나은행은 기존에 군장병 관련 상품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이제 라인업을 구축하는 단계로 보인다"라며 "기존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신체검사를 하고 입대하는 장병들이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 카드 혜택 중심으로 많은 준비를 했다"라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 한 관계자는 "하나은행이 후발주자로 시스템 구축 등이 돼 있지 않기 때문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기존 군장병 관련 상품 라인업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에 PT에서 이런 부분들을 강조하려고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특히 신한은행은 지난 2015년 나라사랑카드 2기 사업자 선정에서 재선정될 것이란 관측을 깨고 고배를 마셨던 만큼 이번 입찰전에서 사업자 탈환에 총력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신한은행이 나라사랑카드를 위한 인프라스트럭처 구축에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등 기존 투입 비용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2기 사업자였던 국민은행과 IBK기업은행 또한 수성에 힘을 싣는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올해 기관그룹 쪽에서는 나라사랑카드 외에는 큰 사업이 없다"라며 "내년에 서울시와 인천시 시금고 입찰이 있기 때문에, 올해 나라사랑카드가 마무리되면 기관영업은 내년 준비 태세로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라사랑카드 입찰에 KB·신한·하나·IBK참여
사업자 세 곳 뽑는데 세 곳이 사업 '경력자'
'탈환' 꿈꾸는 신한, '수성' 꿈꾸는 KB·IBK
올해 기관영업 '대어'에 치열한 경쟁 예상
사업자 세 곳 뽑는데 세 곳이 사업 '경력자'
'탈환' 꿈꾸는 신한, '수성' 꿈꾸는 KB·IBK
올해 기관영업 '대어'에 치열한 경쟁 예상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4월 29일 15:5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