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갈땐 전화도 안 받더니"…불황 닥치니 투자자 찾아나선 삼성전자·현대차
입력 25.05.02 07:00
취재노트
증권사, 운용사 접점 늘리는 삼성전자와 현대차
업황 불안에 돌파구 찾지 못하는 주가
투자자들 떠날라…올해부터 늘어난 IR 활동
  • 기업의 IR(Investor Relations)은 필수적인 활동이다. 내부자만큼 상황을 잘 알지 못하는 외부 투자자들에게 사업적, 재무적 현황을 면밀히 설명하고 예측 가능한 기업으로 자리잡기 위한 전략적 활동에 가깝다.

    최근 여의도 증권가와 국내외 자산운용사들엔 IR을 위한 삼성전자와 현대차 임직원들의 발길이 늘었다고 한다. 주식운용 담당자, 리서치 센터의 애널리스트들을 비롯해 기업 투자와 관계된 인사들과의 접점을 늘리려는 노력으로 비쳐진다.

    두 회사 모두 미국의 관세 정책과 중국과의 무역 갈등에 따른 전세계적 불안감이 커지자 우리나라 기업 가운데 가장 불확실성이 커진 기업으로 꼽힌다. IR 자리에선 투자자들에겐 올해 사업 전망, 앞으로 대응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물론 미국 발 정책 변화에 대한 예측은 '미지의 영역'에 가깝기 때문에 사실상 현재의 재무 상태가 얼마나 안정돼 있는지, 그리고 단기적 충격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등을 설명하며 투자자들을 '안심' 시키기 위한 활동들로 여겨지고 있다.

    코스피 대장주인 삼성전자, 최근까지 우리나라 재계에서 독보적인 성장률을 나타낸 현대차 등은 이제까지 올해와 같이 IR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던 적이 없었다고 한다.

    소위 '잘 나가는 기업들'은 굳이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증권사에서 목표 주가를 올리고, 투자자들은 앞다퉈 지갑을 열기 때문에 IR 활동에 공들일 유인이 크지 않다. 반도체 사이클의 정점에 있었던 삼성전자, 지난 수년 간 매 분기 실적을 경신해온 현대차가 굳이 적극적인 IR활동에 나서지 않았던 배경이기도 하다.

    국내 자산운용사 한 주식운용 관계자는 "필요할 때 전화 한 통 하기도 힘들었던 (삼성전자, 현대차) IR 담당자들이 최근 들어선 굳이 요청하지 않아도 찾아와서 회사 사정을 설명한다"며 "사실 잘 알려진 사실들 외에 투자자들에게 내밀한 내용을 전달한다기 보단 과도한 주식 매도 방지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방어에 나서는 느낌이 강하다"고 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의 주가는 반등의 기미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업황의 부진은 이미 상수가 됐고, 전사적으로도 이를 타개할만한 마땅한 전략적 돌파구를 제시하지 못하는 처지다. 이미 피크아웃 위기설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는 현대차의 주가는 20만원의 벽에 가로막혀 있다. 사상 최대 실적에도 만년 저평가란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한 현대차에 투자자들은 '기대감'보다 '불안감'을 더 크게 드러내고 있는게 사실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최근 IR활동과 관련해 "회사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현대차그룹도 "불확실성이 상당히 큰 상황이고, 회사의 IR활동이 상반기에 집중된 경향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부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이제라도 접점을 늘리려는 노력을 높게 사기도 한다. 사업적 위기를 여느때보다 크게 체감하고 있는 두 회사가, 주가 방어와 투심 잡기에 노력을 기울이면서 기존 보다 주주친화적인 정책들을 쏟아낼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다소 늦은감이 있지만 안하는 것보단 낫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씁쓸하다는 표현을 하기도 했다.

    지금 우리나라 재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화그룹은 최근들어 'IR담당자와 가장 연락이 어려운 기업'으로 꼽힌다. 국내 증권사들은 알아서 목표주가를 올리고, 감독당국이 예의주시하는 자금 조달에도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의 자금이 쏠리고 있다. 냉정한 투자자들은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황이 꺾이고, 자금의 미스매치가 시작돼 부랴부랴 투자자들을 찾을 땐 이미 신뢰를 잃은 후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