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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공제회가 부동산 자산운용사 엠플러스자산운용 매각 절차를 원점에서 다시 밟는다. 지난달 말 기존 최고점자였던 코발트인베스트먼트-VCM 컨소시엄과의 계약이 무산된 뒤, 4월 28일자로 복수의 원매자들에게 재입찰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입찰 마감일은 5월 14일이다.
공문에는 별도의 기준 가격이 명시되지 않았지만, 복수의 원매자에 따르면 매각 주관사인 삼일PwC는 비공식적으로 코발트인베 컨소시엄이 제시했던 '지분 70% 인수' 및 '기업가치 약 600억원'을 기준 삼아 제안서를 제출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해당 수준에 부합하는 조건을 맞출 경우, 본입찰 없이 수의계약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내비쳤다.
앞서 코발트인베 컨소시엄은 엠플러스운용 지분 70%를 약 420억원에 인수하고, 잔여 30%에 대해서는 군인공제회의 풋옵션을 수용하는 구조를 제시했다. IRR(내부수익률) 7%의 복리 조건이 붙은 풋옵션으로, 군인공제회 입장에서는 향후 책임은 최소화하면서도 지분 매각을 종결지을 수 있는 구조였다. 결과적으로 매수 측은 단순 PBR(순자산비율) 기준 약 2.8~3.0배 수준의 밸류에이션을 받아들이는 형태였다.
당시 시장에서는 시세 대비 높은 가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최근 거래된 유사 중소형 운용사들의 PBR이 2배를 밑도는 수준이었던 데다, 엠플러스가 운용 중인 일부 펀드의 자산 건전성에 의문이 제기되면서 내부 손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코발트 컨소시엄은 3월 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자금 조달 문제 등으로 계약금 납입 기한을 수차례 연장했고, 4월 말 기준으로도 계약은 체결되지 않았다. 군인공제회는 협상 결렬을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재입찰 공문 발송을 통해 기존 협상 구도가 무효화됐음을 시장에 알린 셈이 됐다.
문제는 재입찰이 새롭게 열린 경쟁 절차라기보다는, 기존 우협 조건을 따르라는 '가이드라인'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이다. 원매자 입장에서는 이미 한번 무산된 조건을 다시 맞추라는 요청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기존 협상 파트너였던 코발트인베와의 딜이 깨진 배경에는 부동산 자산의 건전성 문제와 자금조달 지연 등이 있었던 만큼, 정상적인 경쟁구도라면 조건 재설정이 전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입찰 공문을 받은 곳은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PE), 웨일인베스트먼트, 부동산 시행사 씨티코어 등이다. 이들은 모두 지난 본입찰 단계에서 숏리스트에 포함되거나, 인수를 검토했던 원매자들이다. 이들 다수는 현재 내부적으로 재입찰 참여 여부를 재검토하고 있다. 조건 변경도 없이 지분을 70% 수준으로 매입해야 한다는 데 실익이 없다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군인공제회의 매각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된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번 거래 실무 전반에 정재관 군공 이사장의 의중이 적잖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원매자들 사이에선 이번 재입찰 구조가 결과보다는 절차에 초점을 맞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일정 수준 이상의 밸류에이션을 기준점으로 제시함으로써, 실제 거래 종결보다는 책임 귀속의 방향성을 조율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란 시각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분 70%만 매각 대상으로 고정해 놓은 점도 다소 이례적으로 보인다"며 "이전 거래가 결렬된 상황에서, 실질적인 조건 협의를 새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기준을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방식은 매각 자체의 진정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군인공제회 측은 이번 재입찰 추진과 관련해 "거래 관련 사항은 비밀유지확약(NDA) 등 이유로 구체적인 언급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코발트 컨소 협상 결렬 후 숏리스트에 재입찰 공문 발송
지분 70%, 600억 밸류 기준 제시…원매자들 반응 엇갈려
수의계약 가능성 내비쳐…군공 매각 진정성 의구심도
지분 70%, 600억 밸류 기준 제시…원매자들 반응 엇갈려
수의계약 가능성 내비쳐…군공 매각 진정성 의구심도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5월 02일 12:07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