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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화학이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던 베트남 사업법인 지분을 매각하며 재무구조 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가 금융권에 일시적으로 지분을 담보로 맡기는 성격이 강해 근본적인 구조조정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베트남 법인인 '효성비나케미칼(이하 효성비나)'의 지분 49%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수익스왑(PRS)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거래를 통해 효성화학은 효성비나 지분을 3964억원에 매각하게 된다. 계약 상대방은 KB증권, 한국투자증권을 포함한 5개 증권사가 거론되고 있다. 이번 PRS 계약은 최대 3년 기간으로 설정되어 있다.
PRS는 기업과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계약을 맺고, 만기 시점에 기초자산의 주식가치 변동분을 정산하는 파생상품이다. 이 같은 PRS는 지분 매각으로 분류되지만, 실질적으로는 주식담보대출과 유사하다는 분석이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효성화학의 PRS 거래를 실질적인 차입 행위로 해석하고 있다. 이는 효성화학이 추진하는 근본적인 사업 구조조정이라기보다는 당장의 유동성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급한 불 끄기'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다.
한 신용평가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겠지만, 실질적인 차입 부담이 증가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신용도 하향 압박이 존재한다"며 "효성비나의 매출 증가와 스프레드 개선을 통해 투자금 회수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그러한 회복세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PRS 계약의 정산 시점은 3년 후로, 효성화학은 원금에 해당하는 3964억원과 추가 이자비용을 함께 상환해야 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만약 3년 동안 효성비나의 실적 개선이 더디게 진행돼 효성화학의 재무체력이 충분히 회복되지 못한다면, 이번 자금조달이 오히려 더 큰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이번 거래는 지주사인 ㈜효성이 자금 보충 약정을 제공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져, 결국 지주사도 원금 상환 부담을 함께 지게 된 셈이다.
효성화학 적자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효성비나는 최근 3년간 지속적인 손실을 기록했다. 구체적으로는 2022년 3137억원, 2023년 2594억원, 2024년 232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효성비나 지분 매각으로 단기적인 재무지표 개선은 가능하겠지만, 본업인 폴리프로필렌, 폴리케톤 등 주력 사업부의 수익성이 근본적으로 회복되지 않는다면 중장기적인 재무안정성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한다.
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은 당초 효성비나 지분의 실질적인 매각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계 기업 등 여러 잠재적 매수자들과 협상을 진행했으나, 매각 조건 조율에 난항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결국 효성화학은 실제 매각 대신 금융권 차입과 유사한 성격의 PRS 파생거래로 방향을 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효성화학은 지분을 담보로 금융권에 맡긴 3년이라는 시간을 확보하게 됐다.
효성화학은 현재 자본잠식을 이유로 주식 거래가 일시 정지된 상태다. 이러한 재무적 위기의 시작점은 회사가 주력 사업인 PP(폴리프로필렌) 경쟁력 강화를 위해 효성비나에 대규모 설비투자를 단행했던 결정에서 비롯됐다.
지난 2018년 베트남에 효성비나를 설립하고 화학단지 구축에 12억8000만달러(약 1조7400억원)라는 거액을 쏟아부었으나,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생산시설 셧다운이 이어지고 동남아 지역의 PP시장 수요 회복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만성적인 영업적자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효성화학이 이번 PRS 계약의 3년 기간 동안 효성비나에 대한 실질적인 매수자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수가스 사업부와 온산탱크터미널 사업부 매각 등 일련의 자산 매각으로 부채비율이 300% 내외로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석유화학 업황 침체가 장기화될 가능성에 대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산 매각으로 당장의 급한 불은 껐지만, 업황이 향후 6개월에서 1년 내에 개선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며 "단기적인 금융권 자금조달을 넘어 보다 근본적인 구조조정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효성화학, 베트남 법인 지분 매각하며 약4000억 확보
다만, 차입금 성격 강해…유동성 긴급 조달 방안이란 평가
"금융권이 3년 시간 벌어줬지만 원리금 상환 부담 우려"
다만, 차입금 성격 강해…유동성 긴급 조달 방안이란 평가
"금융권이 3년 시간 벌어줬지만 원리금 상환 부담 우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4월 30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