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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경그룹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애경산업의 매각 절차가 본격화됐다. 이르면 다음 달 초 예비입찰이 진행될 예정인 가운데, 국내외 사모펀드(PEF)와 전략적 투자자(SI) 등 다수의 원매자들이 매물 검토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조(兆) 단위 매물이 잇따라 무산되는 시장 상황 속에서 '수천억원대' 매물인 애경산업이 상대적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4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애경그룹은 최근 잠재 인수 후보들에게 애경산업 관련 티저레터를 배포했다. 애경산업 매각 주관 업무는 삼정KPMG가 맡고 있다. 내달 예비입찰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후보들 중에서 숏리스트가 정해진 이후 본입찰을 진행해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달 초 애경그룹은 구조조정 차원에서 그룹의 모태이자 핵심 계열사인 애경산업의 경영권 매각에 나섰다. 재무적 유연성 확보와 투자 재원 마련이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달 30일 AK홀딩스는 “애경그룹은 그룹 재무구조 개선 및 사업 포트폴리오 재조정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아직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공시했다.
초기 매각 추진이 알려졌을 당시에는 국내 대형 PEF 위주로 관심을 보였고, 글로벌 PEF나 전략적 투자자(SI)들도 인수전 단계를 살피는 분위기다.
기업가치를 올려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해야 하는 PEF 입장에서는 내수 중심 생활용품 부문과 경쟁력이 약화된 화장품 부문이 크게 매력적이지는 않다는 평도 있다. 중국 의존도가 잠재 리스크로 꼽히기도 한다.
다만 내수 생활용품 부문이 비교적 실적이 안정적이라는 점과, 매물 규모가 크게 부담스럽지 않은(?) 점이 원매자들의 관심을 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시가총액이 3500억 원 수준인 데 비해 기대 몸값을 6000억원대로 정하고 있어 경영권 프리미엄이 높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현재 초기 단계인 만큼 최종 매각가는 조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이미 유력한 원매자가 거론된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국내 M&A 시장에서 '귀한' 수천억 원대 매물이다 보니, 업계에서는 현재 시장에 나온 매물 중 성사 가능성이 가장 높은 거래로 거론되기도 한다. 대기업 구조조정이나 PEF 포트폴리오 중 출회하는 조 단위 매물들은 사실상 글로벌 PEF나 소수의 국내사로 잠재 후보군이 한정된다. 미국발 관세전쟁, 국내 대선 등 정치적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몸값이 큰 조 단위 매물들은 오히려 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하고 사실상 중단되거나 철회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IMM PE,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국내 대형 PEF들과 더불어 글로벌 PEF도 검토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 올해 딜 성사에 대한 니즈가 높은 하우스들이 나설 가능성도 관측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몸값이 조 단위 매물은 아니다 보니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살피기 부담이 적고, 생활용품 등이 밸류업이 급격하게 되기 어려운 부문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PEF들 포트폴리오 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점도 고려 요인"이라고 말했다.
애경산업의 최근 부진한 실적과 주가가 원매자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애경산업의 올해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511억원, 6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0.7%, 63.3%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사업 부문별로는 화장품 매출이 459억원으로 전년 대비 27.2%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88.4% 감소한 11억 원에 그쳤다. 생활용품 부문 매출은 0.8% 줄어든 1051억원, 영업이익은 26% 감소한 49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부진과 함께 주가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실적 발표 이후 주가는 2거래일 연속(4월 29~30일) 하락세를 보였다.
이르면 6월 예비입찰…국내외 PEF·SI 등 거론
'적당한 몸값'에 실현 가능성 높은 M&A로 기대
'적당한 몸값'에 실현 가능성 높은 M&A로 기대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5월 04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