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이 롯데손해보험의 후순위채 조기상환권(콜옵션) 행사를 저지하면서 금융시장에 상당한 파장이 일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채권 상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비슷한 상황에 직면한 타 보험사들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는 배경이다.
8일 롯데손보에 따르면 회사는 예정된 콜옵션 행사를 계획하고 있었으나, 감독당국이 상환 이후 지급여력 비율이 150% 미만으로 하락한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보험업감독규정에 따르면 증권 상환 후에도 지급여력(킥스) 비율이 150% 이상을 유지해야만 조기 상환이 가능하다. 시장 여파를 고려해 롯데손보가 비조치의견서를 전달했으나 감독당국이 거절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감독원 제지에도 불구, 롯데손보는 이날 오전 후순위채 콜옵션을 확정적으로 행사해 공식적인 상환 절차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금융시장에서는 그동안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행사를 불문율처럼 여겨왔다. 후순위채는 일반적으로 10년이라는 장기 만기를 가지고 있으나, 발행 후 3~5년 시점에 조기 상환이 가능하다는 특성 때문에 많은 채권투자자들이 선호해온 투자 대상이었다.
금융당국이 건전성을 이유로 롯데손보의 콜옵션 행사에 제동을 걸면서 후순위채 투자자들의 불안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최근 상환을 받을 수 있는지, 현재 상황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물어보는 투자자들의 연락을 대응하느라 정신없다"라고 말했다.
후순위채가 조기상환을 받지 못할 경우, 통상적으로 금리가 일부 올라가는 리픽싱(금리재조정) 절차가 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관행적으로 해온 조기상환이 이뤄지지 못한다는 점이 회사에 대한 위험 시그널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아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후순위채는 파산 시 일반 채권보다 나중에 변제받을 권리가 있어 일반 채권보다 위험도가 높은 특성을 갖고 있다.
업계에선 금감원의 엄격한 기조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당초 콜옵션 행사 직후 후순위채를 재발행하여 킥스비율을 신속히 복원할 계획이었다. 금감원이 무·저해지 예외모형을 적용한 1분기 결산 이후에 채권 발행을 재개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면서 오는 15일부터 후순위채 발행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이는 결국 킥스비율이 150% 미만으로 떨어지는 기간이 수일에 불과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이 원칙대로 금융사를 관리 감독하는 것이 맞지만 이번 사태는 시장의 신뢰를 흔드는 여파가 너무 크다"며 "일부 규제완화를 해줬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롯데손보와 같이 최근 제도 개선으로 건전성이 급격히 하락한 보험사들의 콜옵션을 보유한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일고 있다. 롯데손보 이후에도 푸본현대생명은 오는 6월 150억원, 9월 500억원 규모의 콜옵션을 앞두고 있으며, 흥국화재는 7월 말 400억원, 신한라이프는 8월 말 3000억원 규모의 콜옵션 행사일을 맞이할 예정이다.
롯데손보 콜옵션 행사 제동에 채권투자자들 혼란 가중
킥스 비율 회복 계획에도 불고…금감원 "원칙대로" 기조
푸본현대·흥국화재 등 후속 콜옵션 앞둔 보험사들 긴장
킥스 비율 회복 계획에도 불고…금감원 "원칙대로" 기조
푸본현대·흥국화재 등 후속 콜옵션 앞둔 보험사들 긴장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5월 08일 12:05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