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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이 업계 1위 SBI저축은행 인수에 나서면서 독특한 인수구조가 금융권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경영권을 확보하되 배당 권리는 제한하고, 대주주이자 매도자인 일본 SBI홀딩스와의 관계가 핵심 변수로 작용하는 등,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구조다. 금융당국도 이 거래가 보험사의 건전성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지난달 28일 이사회를 열고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2026년 10월까지 단계적으로 인수하기로 결의했다. 거래금액은 약 9000억원. 매도자인 SBI홀딩스는 일본계 종합금융그룹으로, SBI저축은행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이번 인수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배당 제한’ 조건이다. 교보생명은 전체 지분의 절반 이상을 확보하되, 배당은 지분 30%에 해당하는 만큼만 가져가기로 했다. SBI저축은행의 기업가치가 약 3조원으로 평가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구조는 사실상 인수가격을 낮추는 대신 수익을 제한하는 구조다.
이는 보험업법의 자산운용 규제가 직접적인 배경으로 작용했다. 현행 보험업법상 보험회사는 대주주 및 그 자회사가 발행한 유가증권 보유 비중을 ‘자기자본의 60%’, ‘총자산의 3%’ 중 더 작은 쪽으로 제한 받는다. 교보생명이 SBI저축은행 지분을 시가 기준으로 1조5000억원에 인수할 경우, 법적 보유 한도를 초과하게 된다. 이에 따라 회사는 실제 지분은 확보하되, 배당수익을 제한함으로써 법적 한도를 피하는 우회 구조를 설계한 것이다.
이런 구조를 짜면서까지 교보생명이 SBI저축은행 지분 50%+1주를 확보에 나서는 것은 지주사 전환을 위해선 비상장 자회사 지분을 50% 이상 확보해야 한다는 조건을 맞추기 위함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보험업법 규정을 충족하기 위한 구조 설계”라며 “금융감독원과 사전 교감을 거쳐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거래가 더 주목받는 이유는 교보생명의 대주주이기도 한 SBI홀딩스가 매도자라는 점이다. SBI홀딩스는 최근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가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9.05%를 인수한 데 이어, 다른 재무적투자자(FI) 지분도 추가로 매입해 지분율을 최대 20%까지 늘릴 예정이다. 어피너티는 과거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펀드로, SBI홀딩스는 신 회장의 우호 주주로 분류된다.
즉, SBI홀딩스는 교보생명의 주요 주주이자 SBI저축은행의 100%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고, 교보생명은 SBI홀딩스의 자회사를 인수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대주주의 자회사 인수라는 측면에서 이해충돌 여지가 있는 거래”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융당국도 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단순한 법 위반 여부뿐 아니라, 인수가 교보생명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이 핵심 쟁점”이라며 “지분 15% 이상 인수 시 자회사 편입 심사 대상이 되는 만큼, 인수구조 전반을 면밀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이번 거래가 신창재 회장과 기타오 요시타카 SBI그룹 회장 간의 ‘신뢰관계’ 없이는 성사되기 어려운 구조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SBI홀딩스는 2007년 국내 생보사 최초로 교보생명에 투자하며 신 회장의 ‘백기사’로 부상했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신 회장 측과 전략적 연대를 이어왔다.
M&A 업계 한 관계자는 “지분 50%를 넘기면서 배당권을 제한하는 구조는 매도자인 SBI 측의 이해와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신 회장과 기타오 회장 간의 개인적 신뢰가 이번 딜 성사의 중요한 기반이 됐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거래는 신 회장에게는 FI와의 갈등 해결, SBI홀딩스에는 저축은행 사업의 엑시트라는 전략적 이해가 맞물린 결과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민감한 이해관계가 얽힌 만큼, 금융당국의 검토 과정에서 추가 조건이 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이에 대해 교보생명은 SBI홀딩스의 지분투자와 저축은행 인수는 별건이란 입장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회사 승인이 결국 금융위가 어떠한 자세로 나오는지가 핵심일 것이다”라며 “금융위는 보험업계 및 저축은행 상황 등을 두루 살펴보고 결정을 내리지 않을까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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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5년 05월 07일 07:00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