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운용 전략에 희비 엇갈린 신한· NH證…연간 실적은 금리·증시가 변수
입력 25.05.09 07:00
금리 인하 속 채권 운용 전략에 희비 갈려
신한證, 금리 파생상품 운용 강화로 수익↑
NH證은 보수적 채권 운용 기조로 수익 줄어
올해 실적은 금리·증시·정책 변화가 변수
  • 금리 인하가 본격화면서, 1분기 은행계 증권사들의 실적은 채권 운용 전략이 가른 것으로 나타났다. 선제적인 국고채 매수 포지션을 취했던 신한투자증권은 순이익이 크게 늘어난 반면, 보수적인 운용 전략을 취했던 NH투자증권은 주요 증권사들 가운데 유일하게 트레이딩 부문 수익이 감소하며 전체 순이익에도 영향을 미쳤다.

    증권사 전반적으로는 미국 증시가 부진하며 위탁매매 수수료(브로커리지) 부문이 부진했지만, 트레이딩(자기매매)과 기업금융(IB) 부문이 실적 부진을 다소 만회한 모양새였다. 업계에서는 추후 금리 향방과 시장 분위기에 따른 증시 거래대금 변화가 증권사들의 연간 실적을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1분기 은행 계열 증권사들 가운데 신한투자증권과 지난해 7월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을 제외한 KB·하나·NH투자증권의 순이익이 모두 작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투자증권은 유일하게 전년 동기 대비 순이익이 늘었고, 우리투자증권은 소규모지만 첫 분기 흑자를 달성하며 본격적인 증권업 재도전에 시동을 걸었다.

    구체적으로 신한투자증권은 1분기 1079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42.5% 증가했다. 우리투자증권은 1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반면 NH투자증권과 KB증권, 하나증권은 각각 지난해보다 7.6%, 8.6%, 17.5% 하락한 2082억원, 1817억원, 74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미국 주식시장 침체와 거래대금 위축으로 브로커리지 수익이 대체적으로 줄어든 가운데, 금리 하락기에 선제적으로 채권·파생 운용 전략을 짠 증권사들이 상대적으로 양호한 수익을 올리는 구조가 나타났다.

    실제로 신한투자증권은 트레이딩 부문에서만 수익이 작년 대비 61.7% 증가하며, 전체 순이익을 이끌었다. 시장금리 하락에 대비해 국고채 매수 포지션을 선제적으로 구축하고, 금리 파생상품 운용을 강화한 전략이 맞아 떨어졌다는 평가다. 

    반면 NH투자증권은 1분기 운용투자손익이 지난해 대비 58.6% 줄었다. 금리 하락기에 증권사들의 채권 투자 손익이 늘어나는 일반적인 흐름과 대비된다는 평가다. 실제로 KB증권과 하나증권 역시 채권을 중심으로 한 자기매매 수익이 늘었다. 이러한 실적은 NH투자증권의 보수적인 채권 운용 전략과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NH투자증권은 채권 운용 스탠스를 보수적으로 가져가는 하우스라, 통상 금리 인하기에 다른 증권사들 보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고 이는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라며 "금리 변동성이 커질 것을 대비해 안정적으로 채권을 운용하고, IB나 다른 부서에서 수익성을 올리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브로커리지 부문은 증권사 전반적으로 수익이 지난해보다 소폭 줄어든 가운데, 조정 국면에 돌입한 미국 증시를 상대적으로 선방한 국내 증시가 상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해외주식의 경우 키움증권과 토스증권 등 리테일 특화 하우스가 많아 시장 점유율 경쟁이 더 치열하다는 평가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올해 증시가 회복되면, 예년 수준으로 거래대금이 늘어나 수익성이 나아질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IB 부문은 금리 인하로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영업 환경이 조성된 가운데, 완만한 회복세를 보였다. 특히 신한투자증권이 1분기 IB 수수료 수익 596억원을 거둬 지난해 대비 39.4% 늘어나며 가장 큰 성장세를 기록했다. 다만 시장 전반적으로 IPO 공모시장 침체와 DCM 부문의 수수료 경쟁 심화로 관련 실적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곳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WM(자산관리) 부문 역시 증권사들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특히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 후 증권사들은 퇴직연금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KB증권은 연금 플랫폼 개편과 리테일 자산관리 영업 강화로 고객 자산 65조원이 넘어서는 등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였고, 다른 증권사들도 관련 부서 신설 및 확대, 연금 플랫폼 개선 등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남은 기간 금리와 시장 환경의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반기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크게 점쳐지고 있는 만큼, 채권 운용환경은 지속적으로 우호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금리 안정 국면에서는 장기적으로 운용수익이 평준화되기에 1분기와 같은 큰 폭의 수익성 증대는 반복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증권사들은 변동금리 자산 비중 축소 등 금리 방향에 맞춘 포트폴리오 조정이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책 및 제도 변화도 변수다. 당장 내달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정권 교체 여부에 따라 현재 추진중인 정책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 현재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발행어음과 IMA 사업은 현재 증권사들의 최대 관심사지만, 새 정권이 들어선 이후에도 추진 동력을 얻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인다. 잠정 중단된 금융투자소득세 도입도 다시 논의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증권사들을 짓누렀던 부동산 PF 충당금 부담이 완화됐고, 2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증권업에 우호적인 영업 환경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어 올해 증권사들의 실적은 좋을 것"이라며 "다만 금리와 국내 및 해외 증시 반등 여부, 대선이라는 정치적 이벤트는 변수가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